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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 음식점 앞에 판매되는 음식 종류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 14일 서울 중구의 한 삼계탕 전문점. 차림표에 덧댄 종이로 가격이 표시돼 있다. 지난해 9월 모든 메뉴를 2000원씩 올린 것이다. 일반 삼계탕은 2만500원, 들깨(2만2500원)와 산삼(2만6500원)이 들어간 건 더 비싸다. 가게에 들어왔던 30대 한 직장인은 “옆 가게가 최근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려 이곳에 왔는데 더 비싼 줄 몰랐다”며 발길을 돌렸다. 서울 중구의 또 다른 삼계탕집에서 두 그릇에 4만원을 결제하고 나온 60대 부부는 “약수동에서 옛날부터 다니는 집이라 오긴 왔는데 모든 것이 다 올랐다고 해도 삼계탕 한그릇에 2만원은 부담스럽다”라며 “이젠 자주 못 올 것 같다”라고 말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이 3년째 3%대로 상승하면서, 삼계탕도 2만원 시대가 열렸다. 16일 행정안전부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삼계탕 값 평균은 1만7269원이다. 그런데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은 훨씬 높다. 서울 중구·종로구 10여군데 삼계탕집을 돌아보니 대체로 2만원대부터 시작했다. 부가 재료가 추가된 특수 삼계탕은 3만원에 육박했다.

서울 중구 한 삼계탕 집의 차림표. 사진 황수연 기자
업주들은 재료비·인건비·임대료 등 삼중고를 호소한다. 한 업주는“최대한 유지해보려 하는데 닭 값이 안정적이지 않고 김치 반찬에 쓰는 배추, 뭇값도 많이 올랐다”라며 “최저임금도 1만원대로 인상돼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했다.

국민 먹거리인 자장면과 냉면 칼국수도 일제히 가격이 오름세다. 행안부 지방물가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냉면 가격(서울)은 처음 1만2000원대로 올랐다. 1년 전인 2023년 12월(1만1308원)과 비교하면 6.12% 상승한 것이다. 유명 냉면집은 이미 1만5000원~1만6000원을 받고 있다. 같은 기간 자장면은 7069원에서 7423원으로, 비빔밥은 1만577원에서 1만1192원, 칼국수는 8962원에서 9385원으로 각각 5% 안팎 올랐다. 김밥(5.3%)과 김치찌개(3.4%), 삼겹살(4.4%) 등도 일제히 올라, 안 오른 품목을 찾는 게 힘들 정도다.
지난달 16일 서울 시내 한 식당 메뉴판. 뉴시스

부담이 덜한 간편식이나 분식 종류 역시 가격 인상을 피하진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떡볶이(5.8%), 햄버거(5.4%), 도시락(5.9%)뿐 아니라 편의점 도시락(4.9%), 삼각김밥(3.7%)도 올랐다. 직장인들 한 끼를 책임지는 구내식당도 전년보다 6.9% 상승해 2001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고치를 찍었다. 구내식당서 주로 쓰는 원재료인 농축수산물(5.9%)등이 오른 영향이다.

런치플레이션(점심값 인플레이션)에 맞서 직장인들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 회원수가 100만명 넘는 한 재테크 카페에는 ‘식비방어’ ‘무(無)지출’을 내건 도시락 레시피 게시글들이 잇따른다. 유튜브에선 ‘한달 식비 10만원 도시락’ 등 고물가 시대를 현명하게 버티는 콘텐트가 인기를 끈다. 한 30대 직장인은 “도시락을 싸면 장기적으로 큰 액수를 아낄 수 있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요리하면서 건강한 재료를 쓰기 때문에 영양 있는 식사도 할 수 있다”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식비는 큰돈은 아니지만 매일 고정적으로 나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작은 인상에도 대안을 찾게 된다"며 “젊은 세대들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무조건 절약보다 어떻게 하면 맛있고 저렴하게 먹을 건지 공유하고 확산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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