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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 참혹히 살해한 20대 1심 무기징역
범행 직후 외모 가꾸고, 다른 이성 찾은 흔적도
피해자 동생 직장 관두고 가족 삶 통째 망가져
재판부 "반성 기미 없어, 평생 수감 속죄해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전경. 최현빈 기자


16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3호 법정. 판사 호명에 녹색 수의를 입은 김모(27)씨가 들어와 법정 중앙에 멈춰 섰다. 덤덤한 표정의 김씨를 방청석 맨 앞에 앉은 임모(28)씨가 충혈된 눈으로 바라봤다. 김씨는 선고 공판 내내 꼿꼿이 서 있는데, 그에게 쌍둥이 누나의 목숨과 가족의 삶을 송두리째 뺏긴 임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 채 바들바들 떨었다.

"무기징역에 처한다." 형사1부 재판장 허용구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중형을 내렸고, 임씨는 그제서야 공판 내내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풀었다. 어깨를 들썩이며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냈다. 뉘우침 없는 김씨에게 죄에 상응하는 법의 심판을 받게 하겠다는 일념으로 엄벌 탄원서 5,000여 장을 받아 재판부에 '무기징역'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한 그였다. 김씨는 누나를 잃은 뒤 다니던 직장까지 관두고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재판부는 범행의 잔혹성을 들어 김씨를 질타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2일 밤 11시 40분쯤 경기 하남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던 임씨 누나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여자친구(임씨 누나)가 다른 이성과 통화했다는 이유로 격분해 날카로운 흉기로 왼쪽 가슴을 강하게 찌른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 심장이 관통될 정도였다. 경찰이 김씨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을 당시 피해자는 이미 맥박 없이 몸이 차가운 상태였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 등을 종합해 범행 현장에서 피해자가 '과다출혈로 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심장을 찔린 피해자는 말 한마디 못 할 정도였다"며 "범행 수법이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매우 잔혹하다"고 지적했다. 피해자와 사귄 지 19일밖에 안 된 시점에 사소한 일로 살해한 동기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더 충격을 안긴 건 범행 이후 행동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범행 직후 119에 전화하면서 "피해자가 자신을 찌르려다 자해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조사에선 '흉기를 든 여자친구 손을 쳐내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찔린 것 같다'는 식으로 진술을 계속 바꿨다.

김씨가 범행 뒤 죄의식을 보이긴커녕 이성을 찾아다닌 정황도 나타났다. 피해자 사망 당일 향수 등을 들고 다니며 머리를 매만졌고 다른 여성의 인스타그램을 살펴본 흔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남아 있었다. 다음 날부턴 랜덤채팅을 통해 새로운 이성과 만남을 시도했고, 실제 '번개모임'(급만남)에 나가기도 했다. 유족은 김씨에게 아직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재판장은 이런 점들을 종합 판단해 "수사와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볼 때 잘못을 전혀 반성하지 않고 유족에 대해 일말의 미안함과 죄책감도 보이지 않았다"고 꾸짖었다. 이어 "평생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면서 사망한 피해자에게 속죄하면서 여생을 수감생활로 보내게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선고 뒤 "무기징역이 나와 다행이지만, (김씨가) 항소할까 봐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죗값을 제대로 치러야 자신도 다시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잃어버린 일상을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거라 강조했다. 선고 공판 내내 법정 뒤편에서 숨죽여 흐느끼던 임씨 어머니는 방청객들이 빠져나간 뒤에도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그녀의 오열이 텅 빈 법정에 가득 퍼졌다. 그렇게 한참을 울던 어머니는 휠체어에 겨우 몸을 실은 채 법원을 떠났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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