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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시청역 역주행 사고로 촉발된 고령운전 문제가 일각에서 나이 든 운전자에 대한 비난이나 인신공격으로 비화하는 양상을 보여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1일 밤 가해 차 운전자 차모(68)씨의 나이가 밝혀진 직후 고령운전자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시청역 사고 이틀 뒤인 지난 3일에는 70대 택시 운전자가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실 앞에 있던 차량으로 돌진해 3명이 다쳤고 6일에는 80대 남성이 몰던 경차가 행인 2명을 잇따라 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대책으로 거론되는 내용은 고령운전자 적성검사 강화, 70세 이상 운전면허 반납 의무화, 비상자동제동장치(AEBS) 등 기술적 보완 등 다양하다. 이러한 논의는 고령화 흐름 속에서 시민 안전을 지키는 보완책을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일부 누리꾼이 고령층을 겨냥한 비하 표현을 서슴지 않으면서 자칫 '노인 혐오'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주행 사고를 다룬 기사 댓글에서는 "늙은이들 면허 박탈해주세요", "노인네들 운전대 잡지 맙시다, "택시 기사들 다 노인들이라 타기 겁난다" 등의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을 오로지 운전자의 나이에서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사고는 너무 안타깝지만 그 원인을 가해자의 연령으로 환원시켜 모든 것이 노령 때문이라는 식의 논의 전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 같은 사고방식의 배경에는 물질 만능주의와 성장 패러다임 속에서 생산성 여부로 가치를 판단하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있다고 설명했다.

석 교수는 "생산과 비생산의 이분법적 프레임 속에서 노인은 생산하지 못하는 존재, 성장에 기여하지 못하는 존재로 재단될 수밖에 없다"며 "빠른 속도로 성장한 한국 사회의 경우 생산이란 가치에 더 무게중심을 두면서 노인이란 집단이 '짐이 되는 존재'로 범주화되고 있다"고 짚었다.

사고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령운전 문제에 과도하게 초점을 맞출 경우 근본적인 해결책 도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교통사고 전문가 대부분은 시청역 사고의 원인을 고령운전에서 찾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류종익 한국교통사고조사학회 사무총장은 "이번 사고 원인을 고령운전자 문제로 볼 만한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영상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대표적인 고령운전 문제로 꼽히는 신체 반응속도의 감소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경일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도 차씨가 운전 경력 40여년의 '베테랑' 버스 기사라는 점을 들어 "고령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은 필요하지만 시청 역주행 사고의 원인은 고령운전이 아닌 다른 측면에서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최근 연령별 면허 반납에 대해 "70세라 해도 신체 나이는 40∼50대인 분이 계시고 60대여도 신체 나이 80∼90대인 분이 계실 수 있어 연령별로 일률적으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미영 숙명여대 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기도 전에 사람들의 분노는 자동차가 아닌 68세라는 고령의 운전자를 향해 있다. 이런 감정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길을 잃기 마련"이라며 "우리가 할 일은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고 유사한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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