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더 에이트 쇼’ 스페인어 자막…넷플릭스 반복되는 번역 오류 비판 커져
넷플릭스가 국내 콘텐츠를 다른 나라 언어로 번역하면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진은 ‘더 에이트 쇼’의 스페인어(라틴아메리카) 자막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장면.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제공

이번엔 ‘더 에이트 쇼’다. 글로벌 콘텐츠 기업 넷플릭스가 지난달 공개한 한국 드라마 ‘더 에이트 쇼’의 스페인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문제의 자막은 3회에서 3층님(류준열)이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동해물과 백두산이~”라는 소절에서 ‘동해’가 ‘Mar del Este’(마르 데 에스떼)가 아닌 ‘Mar de Japón’(마르 데 하뽄)으로 표기됐다.

넷플릭스 쪽은 “극 중 캐릭터가 언급한 ‘동해’가 일부 언어의 자막에서 ‘일본해’로 표기된 것을 확인했다”며 “유사한 사례가 없을지 검토하고 추후 번역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백의 신부’ 프랑스어 자막에서도 ‘동해’가 ‘일본해’로 나왔다. 반크 제공

넷플릭스는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에서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했다. 반크 제공

넷플릭스의 번역 오류는 처음이 아니다. 넷플릭스는 2021년에 티브이엔(tvN) 드라마 ‘하백의 신부’를 서비스하면서 프랑스어 자막에서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해 지적을 받고 수정한 바 있다. 2020년 영화 ‘사냥의 시간’에서는 독일어∙헝가리어∙폴란드어∙스페인어 등 무려 6개 언어 자막에서 ‘동해’가 ‘일본해’로 등장했다. 2021년 자체 제작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중국어 자막에서는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했고, 같은 해 제이티비시(JTBC) 드라마 ‘시지프스’를 내보내면서는 프랑스어 자막에서 “동해바다, 서해바다 할 때 서해?”라는 대사를 “중국에 뿌리를 둔 이름, 맞죠?”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그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같은 문제는 계속 불거지고 있다. 단순 오타나 오역이 아니라 우리 역사 왜곡과 정체성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표현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콘텐츠를 보며 그 나라의 정보를 흡수하는 시대에 번역 오류는 한 나라 문화 전체를 왜곡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라고 짚었다. 전세계 2억명이 보는 글로벌 오티티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할 경우 악용될 여지도 있어서다.

실제 번역의 문제를 넘어 역사 왜곡이 일어나기도 했다. 넷플릭스 일본은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를 설명하면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폭동’으로 표현했고, 넷플릭스 대만에서는 한국 드라마 ‘킹덤’의 제목을 ‘이시조선’으로 바꿨다가 2020년 3월 한겨레 보도 뒤 ‘시전조선’으로 수정한 바 있다. 조선을 낮춰 부르는 말인 ‘이씨조선’에 좀비의 의미를 담은 ‘주검 시’를 넣었다.

넷플릭스 대만에서는 ‘킹덤’을 조선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은 ‘이시조선’이란 제목으로 내보냈다가 논란이 되자 바꿨다. ‘킹덤’ 대만판 포스터.

반복되는 문제에 넷플릭스 코리아의 책임론도 제기된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과 교수는 “넷플릭스 코리아는 글로벌 다국적 기업의 한국 지사이기 전에 한국 콘텐츠를 책임져야 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한국 콘텐츠의 현지어 자막 검수에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코리아는 자막 작업을 국내외 협력업체에 번역을 맡긴 뒤 이를 내부 담당자가 검수하는 식으로 진행한다. 자체 제작물의 경우 자막은 최대 31여개 언어로 번역되는데 히브리어, 힌두어 등 번역자가 많지 않은 특수 언어의 경우엔 1차로 영어 번역을 한 뒤 이를 재번역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 문화에 익숙지 않은 현지인이 번역할 경우 오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넷플릭스 관계자의 설명이다. 작업이 방대하다 보니 오류를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졌고 자막은 해당 콘텐츠를 이해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언어라는 점에서 대책 강구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진 교수는 “드라마나 영화와 같은 콘텐츠는 단순한 문화상품이 아니라, 동시대 사회 구성원들의 의식과 사회 현실을 반영하고 재현하는 문화 기제임을 유념해야 한다”며 “전체 제작비에서 얼마 되지 않을 비용 때문에 반복되는 자막 오류를 방치하거나 외면한다면,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30389 정부, 사직서 수리 '퇴로' 열었는데…전공의 '복귀 여부' 관심 랭크뉴스 2024.06.05
30388 러시아 철수했던 스타벅스 상표등록 신청…무슨 일? 랭크뉴스 2024.06.05
30387 결국 전공의 구제 택한 정부… ‘면죄부 논란’ 불가피 랭크뉴스 2024.06.05
30386 외국인 이모 대신 로봇? 뇌 닮은 반도체, 돌봄 구원투수 된다 [초인류테크, 삶을 바꾼다] 랭크뉴스 2024.06.05
30385 유엔 "세계 공공부채 13경원 규모…3분의 1은 개도국 빚" 랭크뉴스 2024.06.05
30384 "고속도로에 지폐가 날아다녀요"…차 세우고 돈 줍는 운전자들 '아찔' 랭크뉴스 2024.06.05
30383 오픈AI·구글 딥마인드 전현직 직원 'AI 위험' 경고 랭크뉴스 2024.06.05
30382 바이든 "남부국경 통제불능시 불법입국자 美망명 금지"(종합) 랭크뉴스 2024.06.05
30381 "나 때문에 감염된 거 맞나"…성병 숨기고 성관계한 20대, 2심서 '감형' 왜? 랭크뉴스 2024.06.05
30380 언론개혁 시동 건 야7당 ‘방송3법 재추진’ 등 속도전 예고 랭크뉴스 2024.06.05
30379 한 겹 벗겨진 ‘경주 왕릉’ 경악…1500년 무덤 공식 뒤흔들다 랭크뉴스 2024.06.05
30378 인도 총선, 여권 연합 승리 확정… 모디 총리 3연임 가닥 랭크뉴스 2024.06.05
30377 "개XX야" 교감 뺨 때리고 침 뱉었다…초3이 벌인 충격 만행 랭크뉴스 2024.06.05
30376 “개XX야”… 초등생이 교감 ‘따귀’ 때린 영상 파문 랭크뉴스 2024.06.05
30375 액트지오? 시추? 환경은?… ‘산유국 잭팟’까진 첩첩산중 랭크뉴스 2024.06.05
30374 밀양 피해자에 ‘꽃뱀’ 타령… 주민 ‘막말 인터뷰’ 공분 랭크뉴스 2024.06.05
30373 ‘4위 암’ 위암, 정기적인 위 내시경검사가 조기 발견 지름길 랭크뉴스 2024.06.05
30372 바이든 "남부국경 불법입국자 美망명 금지" 대선앞두고 승부수 랭크뉴스 2024.06.05
30371 밀양 피해자에 ‘꽃뱀’ 타령… ‘막말 인터뷰’ 공분 랭크뉴스 2024.06.05
» »»»»» ‘일본해와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또또또 넷플릭스 랭크뉴스 2024.0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