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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비서실장이 2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은 2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해병대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예고했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단독 처리를 “나쁜 정치” “입법폭주”로 규정했다. 야당은 “최악의 정치” “국민의 뜻을 거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 사흘 만에 협치의 문은 닫히고 다시 강 대 강 대치 정국으로 돌아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의 특검법 강행 처리는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을 이용해서 정치적인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고 말했다. 정 비서실장은 이어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정 비서실장은 “민주당이 채 상병 특검법을 의사일정까지 바꿔가며 일방 강행 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진상 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한 사안을 일방 처리하면서 ‘거부권 정국’으로 몰고 가려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 비서실장은 또 “여야 협치에 대한 국민 기대가 높은 시점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일방적인 입법 폭주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면서 “협치 첫 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민주당이 입법 폭주를 강행한 것은 여야가 힘을 합쳐 민생을 챙기라는 총선 민의와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이 결과를 본 뒤 특검을 도입하는 게 법률 취지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앞선 13차례 특검이 모두 여·야 합의로 이뤄졌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이날 대통령실의 입장 발표는 이례적으로 빨랐다. 정 비서실장 브리핑은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지 90여분 만에 열렸다. 일찌감치 거부권 행사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야당 비판에 치중하면서 형식적인 숙고 모양새도 취하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채 상병 특검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달라”는 이 대표의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정국 경색은 불가피해졌다. 총선 참패 뒤 야당과의 협치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이 대표와의 회담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거부권 카드를 꺼내든 것을 두고 스스로 협치 문을 닫는데 일조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 특검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안인 점도 부담이다. 엠브레인리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채상병 특검법 찬성 의견은 67%로 반대 의견(19%)의 3배가 넘었다.

본인과 가족을 둘러싼 거부권 행사 사례가 누적된 데 대한 정치적 부담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채 상병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거부권을 행사하는 10번째 법률안이 될 예정이다. 이날 통과한 특검법은 수사 대상에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을 명시해 윤 대통령도 수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관련 특검법을 거부해 가족의 의혹에 입법부를 견제하는 대통령 고유의 권한을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민의힘은 야당을 비판하며 대통령실 입장을 옹호했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이 자행한 의회 폭거는 대한민국 헌정사의 또 다른 오점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사법 기관이 수사 중인 사안을 가로채 별도의 특검을 통해 다루겠다는 것은 결국 민주당 입맛에 맞는,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를 특검으로 세워 사건을 정치적 도구화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일제히 윤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를 비판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 방침을 시사한 것은 민의를 거부한 것이자, 국민의 뜻을 거부한 것”이라며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법안 재의결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끓어오르는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법안이 나쁘다는 당신들의 최악의 정치는 반드시 끝장날 것”이라고 적었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거부권은 조자룡의 헌 칼이 아니다”며 “국민의 이름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당선인은 SNS를 통해 “정 비서실장은 특검법 의결을 ‘민주당의 입법폭주’라 규정했는데 비겁한 말장난”이라면서 “진실을 막는 윤 정권의 ‘행정폭주’를 멈추기 위해 더 많은 ‘개혁입법 폭주’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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