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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하고 거칠다는 평가도 있지만, 나는 그가 솔직해서 좋았습니다. 웃는 얼굴을 하지만 행동은 달라서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오히려 상대하기 힘들죠"

17일 출간된 회고록『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돌이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가 "문 대통령과 케미스트리가 정말 잘 맞는다. 최상의 '케미'다"라고 여러 번 이야기할 정도였다며 "그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내게는 동맹외교의 파트너로서 아주 잘 맞는 편"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아베 전 일본 총리에 대해서는 "아베 총리 쪽은 요지부동이었다"며 "만나는 순간에는 좋은 얼굴로 부드러운 말을 하지만 돌아서면 전혀 진전이 없었다"고 돌이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백두산 천지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 책의 부제는 '문재인 회고록: 외교안보 편'.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북미 싱가포르·하노이 회담,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비롯해 대통령 재임 기간의 주요한 외교·안보적 사건의 막전막후와 결단의 순간을 담았다. 외교부 차관 등으로 대통령 재임 기간의 대부분을 보좌한 최종건 연세대 교수가 질문을 던지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답하는 형식이다.

문 전 대통령은 미국과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다해서 오랫동안 협상에 진전이 없었고, 그래서 내가 협상 중단을 지시하기까지 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그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나 양국 관계에 어려움이 생긴 것은 없었다"며 "오히려 미 정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가 과하다는 여론이 생길 정도였다"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 성사와 관련해서는 독일 메르켈 총리가 "어휴! 트럼프, 김정은 그 두 터프가이를 어떻게 서로 마주 앉혔어요? 비법이 뭡니까?"라고 물은 일화도 소개했다.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하노이 북미 회담 노딜 직후 상황에 대해서는 "실기한 것"이라며 후회도 드러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로서는 하노이 노딜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끝난 이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인 말을 하고,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친서도 오가고, 판문점 삼자회동이 있었다"며 "그대로 회담(북미 3차 정상회담) 없이 끝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그런 판단을 하게 됐을 때 김 위원장에게 만나자고 여러 번 제안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실기한 것"이라며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타이밍에 내가 제안해서 한번 보자고 했으면 좋겠다는 후회가 있다"고 했다.

그는 "하노이 노딜 이후에 더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은 상황을 돌이켜보면, 그런 국면에서 우리가 좀 더 뭔가 상황을 타개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물론 남는다"며 한편으로 "북한이 매번 '우리 민족끼리'라고 하면서도 북미대화에만 매달리면서 남북관계를 종속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 태도는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에 대해서는 그가 "핵은 철저하게 자기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하며 비핵화 의지를 절실하게 설명했다고도 전했다.

재임 후반기 일본의 수출 규제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수출 규제를 사전에 감지하고 대응을 준비했으며, 여러 해결 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본 총리실에서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양국의 경제계와 의원연맹에서는 강제 징용 문제와 일본의 수출규제가 양국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선의에서 양국 기업들이 반씩 돈을 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아이디어를 내준 것이어서 우리도 그 해법에 전향적 태도를 보였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실무자 선에서는 긍정적인 논의와 의견 접근을 보이다가도 결국 총리실로 올라가면 요지부동 완강하게 거부한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그만큼 아베 총리는 이 문제를 우경화된 시각으로 다루고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책 머리에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성과를 자랑하려고 이 책을 쓴 것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이룬 일과 이루지 못한 일의 의미와 추진 배경, 성공과 실패의 원인과 결과를 성찰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 정부를 겨냥해 미중 간의 경쟁·갈등 격화로 우리 외교 여건이 더욱 힘들어진 것에 더해 "전략적 모호성을 버린 현 정부의 과도하게 이념적인 태도가 우리 외교의 어려움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남북 관계의 위기는 사상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며 "북한의 도발이 걱정이지만, 우리 정부의 과한 대응, 무엇보다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대화를 통해 위기를 낮추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책에는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벌어진 홍범도 장군 동상 이전 논란에 대한 견해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은 "보수는 민족을 중시하고 공동체를 중시하고 애국을 중시하는 건데, 그런 가치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인물이 홍범도 장군"이라며 "이런 분들을 예우하지 않고 도리어 폄훼하고, 세워져 있는 동상을 철거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아마도 뉴라이트라는 극우적이고 진정한 보수가 아닌 세력에 오염이 되어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신남방정책의 폐기에 안타까움을 드러내며 엑스포 유치 실패를 언급하기도 했다. "국제기구의 수장이나 이사국이 되기 위해서 또는 UN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되거나 세계대회를 유치하려면 경쟁해야 하고 투표로 결정하게 되는데, 그때 든든한 지지 세력이 있다는 것이 굉장이 중요하다"면서다.

이번 회고록은 지난 10일 각 온라인 서점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현재 교보문고 정치·사회 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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