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4·10 총선에서 여야가 획득한 의석수에 따라 정국이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윤석열 정부가 무력화될 수도, 국정 운영의 활로를 열 수도 있다. 각종 법안이나 예산안 통과, 개헌도 의석수에 달려있다.

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22대 국회 개원종합지원실 현판식에서 공개된 22대 국회의원 배지.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여론조사 등을 근거로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변수는 단독 과반 여부다.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을 합쳐 151석 이상의 과반일 경우 21대 국회에 이어 입법권을 움켜쥐게 된다. 먼저 의사일정을 확정하고 직권상정 등의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 자리를 갖고 간다. 당에선 6선을 노리는 추미애 경기 하남갑 후보와 친명 핵심인 조정식 경기 시흥을 후보가 일찌감치 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정부는 민주당 협조 없이 할 수 있는 게 확 쪼그라든다. 단독 입법과 예산안 처리가 불가능하다. 국무총리·헌법재판관·대법관·감사원장 등도 임명할 수 없다. 이 때문에 151석은 이재명 대표가 정치적으로 이겼다는 평가를 받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간주된다. 이 대표도 유세 현장에서 “151석이 목표”라고 강조해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오른쪽)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단독 과반이 안 되면 초식이 복잡해진다. 법안과 예산안 처리를 위해선 국회의석 과반을 위한 야권 연대가 필수다. 이 경우 이번 총선의 '돌풍'이라 할만한 조국혁신당의 몸값이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캐스팅보트를 쥐고 몸집 이상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조진만 덕성여대(정치학) 교수는 “1당인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정국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그림이 펼쳐질 수 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겐 책임론이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은 민주당과의 협의에 따라 국회부의장 자리도 넘볼 수 있게 된다. 국회법 1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부의장은 무기명 투표로 선거하고 재적의원 과반 득표로 당선된다. 가깝게는 20대 국회에서 국민의당 박주선,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국회부의장을 맡았다. 1998년 새정치국민회의(현 민주당)와 자유민주연합(자민련)의 합종연횡 때 자민련 소속인 박준규 의원이 국회의장에 선출된 전례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인천 동구미추홀을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조국혁신당이 무소속이나 더불어민주연합 내 시민단체·진보당·새진보연합 세력과 연합해 별도의 교섭단체(20석 이상)를 구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교섭단체는 국회 각 상임위에 간사를 둘 수 있다. 국회의 각종 현안은 간사 간 협의로 풀리는 경우가 많다. 조국혁신당 측 간사가 협상 테이블에 합류하면 '야권 2 대 여권 1'의 구도가 된다. 조국혁신당 1호 공약인 ‘한동훈 특검법’ 등의 의결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제22대 국회의원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황실에서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권 정당이 선전해 '범야권 180석'을 얻으면 여당의 지연 작전을 무력화할 수 있다.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이 상임위에서 60일 이상 계류되면 범야권 상임위원들의 찬성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할 수 있다. 의원 180명 이상이 찬성하면 민감한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추진도 가능하다. 여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도 24시간 뒤 강제종료 시킬 수 있다. 이는 범야권이 180석을 넘겼던 이번 국회에서 민주당이 이미 휘두른 칼이다.

180석이 무소불위일 것 같지만, 여권엔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마지막 견제 카드가 남아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국회로 돌아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 재의결할 수 있다. 여당이 101석만 돼도 재의결을 막을 수 있다.

마지막 카드도 힘을 잃는 건 범야권이 200석을 넘겼을 때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무의미해지고, 범야권은 완력으로 원하는 법안을 재의결할 수 있다. 이 경우 여당의 정치적 공간은 국회가 아닌 거리일 가능성이 크다. 여권 관계자는 “아스팔트 위에서 시위하면서 민심에 호소하는 것 외에는 야권을 막을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200석 이상이면 헌법개정안과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수 있고, 국회의원 제명도 가능하다. 다만 개헌은 국민투표(유권자 과반 투표에 과반 찬성)를 거쳐야 한다. 탄핵소추안도 대통령의 명백한 위법이 증명돼야 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있어야 한다.

한동훈 위원장, 분당 유세 (성남=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서 안철수 후보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2024.4.8 [email protected]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국민의힘이 야당 우세론을 뚫고 1당이 되면 국정 운영에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과반에 못 미치더라도 “국민이 안정론에 힘을 실었다”는 정치적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적 위상은 국민의힘이 얻을 의석수와 직결돼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한 위원장의 정치적 성공의 기준점은 135석”이라며 “이는 민주당의 단독 과반을 저지할 수 있는 의석”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7289 尹 앞세워 대선 승리한 보수, 왜 2년 만에 무너졌나[외면당한 보수] 랭크뉴스 2024.04.11
7288 美 CPI 쇼크에 1360원 뚫은 원·달러 환율… “1380원까지 오를 수도” 랭크뉴스 2024.04.11
7287 [4·10 총선] 민주 "채상병 특검 21대 국회 처리"…압승 여세 與 압박 랭크뉴스 2024.04.11
7286 “민도 충격” vs “누가 지랬나”… 압도적 여소야대에 설전 랭크뉴스 2024.04.11
7285 ‘푸틴보다 높은’ 90%대 득표율 누구? 500표 차이로 진 사람은? 랭크뉴스 2024.04.11
7284 “검찰청→기소청으로” 검찰개혁 완성한다는 巨野...입법으로 檢 때리기 나설까 랭크뉴스 2024.04.11
7283 서울 시내버스 파업해도 ‘올스톱’은 없게…법 개정 건의 랭크뉴스 2024.04.11
7282 조국, 대검찰청 턱밑서 “김건희 여사 즉각 소환…마지막 경고” 랭크뉴스 2024.04.11
7281 서울 아파트 거래 늘고 가격 반등... “본격 상승으로 보긴 힘들어” 랭크뉴스 2024.04.11
7280 ‘범야권 200석’이라더니…빗나간 출구조사, 왜? 랭크뉴스 2024.04.11
7279 금투세 ·상속세·세액공제 어떻게?...제약·바이오업계 野 압승 ‘기대반’ vs ‘우려반’ 랭크뉴스 2024.04.11
7278 줄어드는 과일 재배면적···배·사과 '金값' 유지할까 랭크뉴스 2024.04.11
7277 서울고검 벽에 '문재인 XXX' '서훈 XX'…욕설낙서 테러범 잡고보니 랭크뉴스 2024.04.11
7276 “에펠탑에 저게 뭐지? 설마 ‘사람’이야?”…밧줄로 에펠탑 오른 여성 [현장영상] 랭크뉴스 2024.04.11
7275 “‘대파’만 없었어도 20명 살아왔을 것”…국힘, 용산 책임론 부글 랭크뉴스 2024.04.11
7274 ‘쥐 황제’ 취임 1년…뉴욕에서 쥐를 보지 않는 법 [특파원 리포트] 랭크뉴스 2024.04.11
7273 ‘강북’ 유일 국민의힘 김재섭 “민주당 지지자인데 당신 찍었다는 이야기 많이 들어”[스팟+터뷰] 랭크뉴스 2024.04.11
7272 은퇴 암시한 보아, 악플에 칼 뺐다…"국내외 대규모 고소 중" 랭크뉴스 2024.04.11
7271 “미개봉 투표함에 봉인지 뗀 자국”…각지서 부정선거 소동 랭크뉴스 2024.04.11
7270 與 지도부 줄사퇴…한동훈 "국민 선택 받기에 부족했다"(종합2보) 랭크뉴스 2024.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