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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고령화로 ‘20대 부모’ 86% 급감
사회적 편견에 두 번 우는 20대 부모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손모(27)씨는 6년 전 첫 아이를 출산했다. 21살에 엄마가 됐다. 손씨가 첫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면 주변 반응은 냉담했다. 손씨는 3일 “‘대학도 안 가고 사고 쳐서 결혼한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손씨는 올해 2살, 6살짜리 딸과 생후 2주 된 아들까지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첫 아이를 낳은 지 6년이 지나서야 손씨는 주변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했다. 손씨는 “어린 엄마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주어진 환경에서 책임을 다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이제서야 행복하게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평균 출산 연령이 30세를 넘어서면서 한국 사회에서 소수가 된 ‘20대 부모’를 향한 편견이 적지 않다. 최근 23세에 아이를 낳은 여성이 SNS에 ‘20대에 아이 낳으면 좋은 이유 20가지’ 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비판받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준비 안 된 출산일 것’ ‘행복할 리 없는데 행복한 척한다’ 등 20대 출산에 대한 편견을 담은 악성 댓글이 연이어 달렸고, 급기야 이 여성은 사과문을 올렸다.

한국 사회의 저출산 고령화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20대 부부는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1년에 출산한 20대는 33만6007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4만5700명으로 86% 급감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별 첫째 출산연령 통계를 보면 한국이 33세로 최고령이다.

이러다 보니 20대 출산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조혜인(32)씨는 “20대 초반에 아이를 낳는 사람을 보면 사고 쳤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20대인 안가영(26) 씨도 “우리나라에서 어릴 때 결혼하는 것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아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이미 출산과 양육을 경험한 40대 이상 세대에서는 20대는 학업과 취업 준비에 매진할 나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20대 자녀를 둔 안모(53)씨는 “자녀가 이른 나이에 육아에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20대에도 안정적 환경에서 출산·양육하는 부모가 많다. 25살에 결혼한 서모(30)씨는 아이를 갖기 위해 28살에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 서씨는 경제적·심리적 환경을 안정적으로 갖춘 뒤 임신을 계획했고 무사히 딸을 출산했다. 그럼에도 서씨가 이른 나이에 결혼한 것 때문에 ‘속도위반’이라는 오해를 받았고, 임신 준비를 할 때도 축하보다는 “너무 이르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들었다고 한다.

20대 부모들은 이런 편견에 맞서면서 육아를 하고 있다. 23살에 첫 아이를 출산한 최모(27)씨는 20대 부모라는 이유로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을까 걱정하며 위축된 적이 많다. 그러나 부모의 책임감으로 마음을 다잡았다고 한다. 최씨는 “편견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더는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결혼과 출산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가 마련돼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을 가로막는 것은 생물학적 나이보다 사회적 나이”라며 “나이가 많든 적든 연령대별로 마주하는 현실의 편견이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20대 부부를 향한 비난은 그들이 표준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지 않는다면 한국 사회는 지속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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