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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마린솔루션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
비교기업 4곳 중 3곳 이종사업 기업
조선 지주사는 작년 한해 반짝 흑자
법인세 환급 일회성이익인데 비교사 활용
구주매출 예정 KKR만 회수 대박 기대

오는 5월 코스피 상장을 목표한 HD마린솔루션이 공모가 밴드를 너무 높게 잡아 고평가 논란이 따라붙었다. HD현대의 선박 애프터서비스(AS) 전문 자회사지만, 기업가치 산정 비교기업에 조선업 외 에너지 등 이종 사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포함돼서다.

이들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을 활용한 HD마린솔루션의 평가 시가총액은 5조원이 됐다. 여기에는 이연법인세 환급으로 순이익 개선을 이룬 조선 지주사의 PER이 포함됐다. 이런 가운데 대규모 구주매출(상장 과정에서 주식을 파는 것)을 예정한 사모펀드(PEF)만 ‘회수 대박’을 앞뒀다.

HD현대그룹은 최대한으로 공모가를 비싸게 받으려 한다는 이미지가 있는 그룹이다. HD현대삼호중공업, 현대오일뱅크 등은 이 때문에 중도 철회하기도 했다. 낮은 공모가를 감수한 계열사는 태양광업체 HD현대에너지솔루션뿐이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공모가 밴드가 2만4000~2만8000원이었고, 부진한 수요예측 때문에 공모가를 1만8000원으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당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상장일 종가가 1만7300원으로 공모주 투자자들은 손해를 봤다. HD마린솔루션도 수요예측 과정에서 합리적인 공모가를 도출하지 않는다면 상장 철회 혹은 상장하더라도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케이스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HD현대마린솔루션 액화천연가스(LNG) 재액화 설비가 장착된 LNG운반선 아시아 에너지호(Asia Energy). /HD현대 제공.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5일 증권신고서를 제출, 상장 후 시가총액을 3조2890억원에서 3조7422억원으로 제시했다. 작년 순이익 1511억원에 PER 31.5배를 적용해 평가 시총을 4조7613억원으로 산출한 뒤 할인을 적용했다.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는 7만3300원에서 8만3400원이 됐다. 공모 전 발행주식 수 4000만주에 공모 예정 주식 890만주와 주식매수선택권 등을 모두 포함한 상장 후 주식 총수 4487만190주를 대입한 결과다. 공모 규모는 7426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회사 측은 내달 16일부터 수요예측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상장 대표 주관사는 KB증권과 UBS, JP모간이, 공동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이 맡았다. 수요예측 후 일반 투자자 청약은 같은 달 25~26일로 예정했다. 계획대로라면 5월 중 상장한다.

시장에선 그러나 약 5조원 평가 시총을 선뜻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순이익 1511억원의 조선 기업에 PER 31.5배 멀티플이 적용돼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PER 31배는 로봇이나 인공지능(AI) 등 이른바 ‘핫’한 업종에서나 나온다”고 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HD현대중공업의 선박 AS 사업부가 분할 설립된 회사로, 선박 개·보수가 주요 사업이다. 탄소 배출 규제 강화로 선박 개조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2년 실적이 크게 개선, 1조원 매출을 냈다. 작년 매출은 1조1452억원으로 집계됐다.

PER 31.5배 적용으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3년 새 2배 넘는 수준으로 뛰게 됐다. PEF 운용사 KKR이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38%를 6534억원에 인수한 2021년 2월 책정한 기업가치는 1조7000억원이었다. 당시 순이익 기준 약 17배 PER이 적용됐다.

선박 등 조선업 외 에너지, 국방·항공 등 사업까지 영위하는 해외 기업을 대거 기업가치 산정 비교기업에 포함한 게 PER 31.5배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총 4곳 기업을 비교기업에 포함했는데, 알파라발, 콩스버그, 바르질라 등 3곳이 선박 AS 외 이종 사업 주력 해외 기업이었다.

핀란드 엔지니어링 기업 바르질라는 선박 AS 사업을 하긴 한다. 하지만 매출은 전체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그나마도 부품 판매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주력은 에너지 발전 장비 사업으로 나타났다. 에너지 발전 장비 사업 때문에 PER 32.1배가 적용되는 기업인 셈이다.

그래픽=정서희

국내 기업으로는 HD한국조선해양이 포함됐다. HD현대그룹 조선 부문 지주사로 작년 당기순이익이 반짝 흑자로 전환하며 PER이 36.5배로 집계됐다. 작년 3분기 이연법인세 2500억원이 환급된 데 따른 일회성 흑자임에도 PER 배수를 높이는 수단이 됐다.

공모주 투자를 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었고, 친환경 선박 개조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해도 약 4조원 몸값은 고평가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할인율도 최대 30.9%로 평균(36.6%)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KKR은 HD현대마린솔루션의 몸값이 높아지면서 회수 대박 기대를 키우고 있다. 공모 예정 주식 수의 절반인 445만주 구주매출을 예정했기 때문이다. 전체 보유 주식의 29% 구주매출만으로 투자 원금의 절반을 넘은 3794억원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물량 매도) 우려도 크다. KKR은 구주매출 후 남은 1057만주를 자발적 의무 보유 예수 기간으로 잡은 6개월 후부터 매도할 수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 지분 62%를 보유한 최대 주주 HD현대는 구주매출 없이 6개월 보유를 확약했다.

한편 회사 측은 구주매출을 제외한 신주 445만주 발행으로 3261억~3711억원을 조달해 인수합병(M&A)과 운영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미국 등 해외 조선소 지분을 확보하거나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방식의 해외 거점 조선소 확장을 목표로 정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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