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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프로야구 통산 최다승 투수 송진우

편집자주

현역 시절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스포츠 스타들의 과거와 현재를 집중 조명하는 코너입니다. 종목을 막론하고 대한민국 스포츠사에 뚜렷한 발자국을 찍어낸 전설들의 화려했던 전성기 시절과 현재의 삶을 조명하고 은퇴 후 제2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자신만의 건강 관리법 등을 함께 들어봅니다.

송진우 전 한화 투수가 지난달 19일 충북 청주 송진우센트레 야구아카데미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독수리 군단의 레전드 출신인 송진우는 한화(전신 빙그레 포함)에서만 21시즌을 뛰며 프로야구 역대 최다승(210승)과 최다 이닝(3,003이닝) 기록을 보유했다. 청주=남동균 인턴기자


프로야구 현역 최고 좌완 투수인 1988년생 동갑내기 양현종(KIA)과 김광현(SSG)이 승리를 쌓을 때마다 꼭 소환되는 이름은 ‘송골매’ 송진우(전 한화)다. 둘은 모두 ‘독수리 군단’의 전설 송진우가 걸어간 길을 따라 통산 200승에 도전하고 있어서다.

1989년 빙그레(현 한화)에서 데뷔해 2009년 은퇴한 송진우는 통산 최다승(210승)과 최다 이닝(3,003이닝)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승리는 10승씩 21년을, 이닝은 150이닝씩 20년을 던져야 가능하다. 꾸준함이 없다면 절대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현역 은퇴 후 한화 코치, 대표팀 코치, 방송 해설, 독립리그 감독 등을 거쳐 현재 고향 충북 청주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야구 아카데미를 만들어 후진 양성에 힘쓰는 송진우를 지난달 19일 만났다.

차범근 키드, 교장 선생님이 야구공 쥐어 줘

청주 세광고 시절의 송진우. 한국일보 자료사진


“야구가 뭔지도 몰랐고, 축구를 좋아했다.” 차범근을 보면서 축구에 재미를 느꼈던 ‘소년’ 송진우는 충북 증평초 교장 선생님이 쥐어준 야구공과 첫 연을 맺었다. 몸이 통통 튈 정도로 운동신경이 좋아 당시 ‘새우’라는 별명을 얻었고, 이 때문에 교장 선생님의 선택을 받았다. 하지만 야구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탓에 얼마 못 가 방황했다. 송진우는 “4학년 겨울 방학 때 도망가다시피 야구를 안 했다”며 “이후 자치기를 하다가 다쳐 다섯 바늘을 꿰맸는데, 이때 교장 선생님한테 혼났고 다시 붙잡혀서 5학년 초부터 다시 야구부로 돌아왔다”며 웃었다.

야구에 흥미를 붙인 시기는 세광고 2학년 때다. 중학교 시절까지 키가 148㎝에 불과했다는 송진우는 “하체가 긴 편이었고, 나름 공 던지는 능력은 있었다”며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면서 키가 17㎝나 크면서 야구에 대한 원심력이 생겼다. 그때 황금사자기도 우승하면서 야구에 눈을 떴다”고 돌아봤다. 고교 최고 유망주로 꼽혔던 그는 졸업 당시 동국대 사령탑이었던 김인식 감독의 구애를 받아 대학행을 택했다. 송진우는 “김인식 감독님이 집에까지 찾아오셨다”며 “장학금을 1,000만 원 받았는데 집에 있는 빚을 다 갚을 정도였으니 적은 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빙그레 시절 송진우가 역투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88년 빙그레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무대에 입성한 송진우는 이듬해 4월 12일 롯데전에 데뷔해 첫 경기부터 완봉승을 장식했다. 전설의 시작을 화려하게 알린 그는 “자신감은 있었지만 등판 전날 한희민 선배가 롯데한테 엄청 두드려 맞는 걸 보고 ‘프로가 무섭긴 무섭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마운드에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긴장을 많이 했지만, 포수 유승안 선배의 사인대로 던졌다”고 역사적인 첫 승의 순간을 회상했다.

프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송진우는 첫해 9승을 수확하고, 이듬해 11승 27세이브 평균자책점 1.82로 활약했다. 1992년엔 19승 17세이브로 다승왕과 구원왕을 동시에 휩쓸었다. 당시 김영덕 빙그레 감독의 타이틀 ‘밀어주기’가 있었다고 해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송진우는 “마지막 경기에서 같이 18승씩을 기록 중인 이강철(해태) KT 감독님이 패하고, 내가 승을 챙겨서 그렇게 됐다”며 “지금은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지만 당시엔 타격왕을 만들어주기 위해 벤치에 전자계산기도 있었을 때다. 정규시즌 내내 고생해서 팀을 1위에 올려놨던 만큼 감독님이 신경 써 주신 부분도 있다”고 떠올렸다.

다만 정규시즌과 달리 마지막엔 롯데에 밀려 웃지 못했다. 투수 골든글러브는 롯데 염종석에게 내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1승 4패로 롯데에 무릎 꿇었다. 송진우는 “골든글러브는 팀 상황에 맞게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하거나 그런 건 없다”며 “한국시리즈는 1선발인 내가 못 던져서 졌다. 첫 경기부터 이상하게 꼬였다”고 했다.

야구 인생을 바꾼 체인지업

체인지업을 장착한 송진우는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탄탄대로를 걸을 것만 같았던 송진우에게도 시련의 시기는 있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1997년과 1998년 2시즌 연속 6승, 평균자책점 4점대로 부진했다. 송진우는 “제구가 안 되고, 던지면 가운데로 몰렸다”며 “자신감에서 밀리다 보니 결정구가 다 맞아 나갔다”고 떠올렸다.

위기에 빠진 송진우를 다시 살린 건 새로 장착한 '서클체인지업'이다. 1998년 애리조나 교육리그에 참가해 현지 인스트럭터에게 배운 구종이다. 직구와 같은 팔 스윙에, 같은 공 궤적으로 들어오다 갑자기 속도가 줄면서 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금세 자기 것으로 만든 송진우는 1999년 정규시즌 15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 우승 감격도 누렸다. 롯데에 7년 전 한국시리즈 패배를 설욕하고 눈물을 쏟았던 그는 “해태한테 많이 무너지고, 롯데한테도 졌다. 한 맺힌 울음”이라며 “팬들에게도 우승 한을 풀어드리고 싶었고 첫 우승이라 울컥했다”고 추억했다.

송진우가 현역 시절 주무기였던 서클체인지업의 그립을 보여주고 있다. 청주=남동균 인턴기자


2000년엔 처음 도입된 자유계약선수(FA) 제도 아래 1호 FA 계약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해 11월 한화와 3년 7억 원에 사인했다. 송진우는 협상 기간 다른 구단에 갈 뻔했던 뒷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몇 개 팀에서 연락이 왔다. LG 구단 쪽 계약 중간 역할을 하는 분과 만나 커피를 마시는데, ‘원하는 대우를 해주겠다’고 했다. (잠실구장을 쓰는) LG는 매력 있는 팀이고, 가보고 싶은 팀이기도 했다”며 “하지만 한화는 고향이기도 하고 3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팀을 옮기는 게 좋아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36세 시즌인 2002년엔 18승 7패 평균자책점 2.99로 개인 첫 골든글러브도 품었다. 송진우의 체인지업은 구대성 그리고 류현진(한화)에게 차례로 전수돼 2000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결실을 이뤘다.

산전수전 다 겪어도 살 떨렸던 200승

한국 프로야구 투수 최초로 200승을 달성한 송진우가 동료들의 박수를 받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세월이 흘러도 한결같이 던졌던 송진우는 2006년에 한국 야구 사상 첫 200승 금자탑을 쌓았다. 다만 199승에서 200승으로 가는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200승 문턱에서 네 차례나 미끄러져 ‘4전 5기’로 이뤄냈다. 송진우는 그해 8월 29일 광주 KIA전에서 5이닝 5피안타 1실점 호투를 펼쳐 18시즌 만에 200승을 일궈냈다. 송진우는 “큰 기록이라 쉽게 허용을 안 하는 느낌이었다. 계속 안 되다 보니 미치겠더라. 마지막 200승 경기에선 구단 직원이 청심환을 주기도 했다”며 “상대 투수가 초반에 무너져 점수 차가 벌어졌는데도 긴장이 됐다”고 설명했다.

송진우의 대기록은 끊임없는 목표 설정에서 나왔다. 처음 목표는 선동열(해태)의 146승이었고, 150승, 160승 그리고 200승까지 늘려갔다. 200승을 달성한 뒤에는 3,000이닝이 자리했다. 송진우는 “목표가 있고 없고 차이는 정말 크다”며 “목표가 생기면 나를 더 갈고닦고 희생해 거기까지 가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목표가 없으면 나태해진다”고 강조했다. 3,000이닝은 현역 마지막 시즌이 된 2009년 4월 9일 대전 두산전에서 완성됐다. 43세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운 그는 이후 1군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고 그해 8월 결국 은퇴를 결심했다.

송진우의 현역 생활은 한화 구단의 영구결번이 된 등번호 ‘21’과 연관이 깊다. 프로에서 21년을 뛰었고, 통산 승수는 210승이다. 또 한화에서 월급날 역시 21일이었다고 한다. 송진우는 “팬들이 지어준 송골매라는 별명이 가장 좋다”며 “부모님께 좋은 몸을 물려 받아 오래 뛸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외국인 원투 펀치 좋은 올해, 한화 우승 적기

후진 양성에 힘쓰는 송진우가 야구 꿈나무에게 투구 그립을 알려주고 있다. 청주=남동균 인턴기자


올해 한화의 새 구장 대전 한화생명볼파크 개장 경기(3월 28일 KIA전)에 장종훈, 정민철, 김태균 등 구단 영구결번 레전드와 함께 시구를 했던 송진우는 “이제 우승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2000년대 들어 긴 암흑기를 겪은 한화는 이번 시즌 26년 만에 우승 가능성을 부풀리고 있다. 144경기 중 81경기를 소화한 3일 현재 단독 1위(46승 2무 33패)다.

한화의 선두 질주 원동력은 막강 마운드다. 코디 폰세(11승)와 라이언 와이스(9승)가 버티는 ‘원투 펀치’는 리그 최강 수준이다. 여기에 베테랑 류현진과 파이어볼러 문동주가 뒤를 받친다. 불펜도 두꺼워졌고, 걱정거리였던 뒷문은 파이어볼러 김서현이 책임진다. 송진우는 “부상이나 연패 위험 등 워낙 변수가 많지만 지금 흐름이라면 우승할 수 있는 적기”라며 “폰세와 와이스의 원투 펀치가 정말 좋다. 김서현도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고, 큰 경기 경험은 없지만 불펜 완성도 역시 다른 팀보다 높다”고 진단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은 장담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다음 시즌 팀에 힘이 더 생긴다고 해도 폰세와 와이스가 혹시 메이저리그로 가버리면 어떡하나. 내년에도 잘한다는 보장은 없다”며 “그동안 기다려준 팬들도 대단하고, 구단도 꾸준히 팀 성적을 내기 위해 많이 투자했다. 신구장을 만들었으니까 우승하면 기쁨도 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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