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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준홍 기자
서쪽으로는 송도, 남쪽으로는 수원, 동쪽으로는 위례.

이른바 ‘우수인재 남방한계선(고급인력 남방한계선)’이라 불리는 지도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지도는 고연봉에 커리어 전망이 밝은 연구개발(R&D) 일자리가 서울 및 수도권 중심부에 집중되고 있다는 현상을 보여준다.

용산에 들어설 현대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연구소, 과천에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증축 중인 LG에너지솔루션 연구개발R&D 센터, 부천에 조성되는 대한항공의 도심항공교통(UAM) 및 항공 안전 연구단지 등이 대표 사례다.

과거 ‘IT 인력 남방한계선’ 개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 지도는 해당 선을 넘어가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현실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동시에 이 일대의 부동산 가치 상승 가능성이 함께 회자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와 생활 기반이 수도권에 더욱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는 셈이다.
차준홍 기자

실제로 중앙일보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에 의뢰해 분석한 통계에서도 ‘좋은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30대 그룹의 연간 채용 공고 중 수도권 비중은 2014년 57.33%에서 2022년 86.51%, 2023년에는 90.56%까지 증가했다. 2024년에는 70%로 다소 감소했지만, 이에 대해 잡코리아 측은 “2024년에는 미·중 무역 갈등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전체 채용 공고 수가 이례적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영향으로, 수도권 편중도 역시 일시적으로 변동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은 스타트업 역시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2023년 12월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전체 스타트업의 67.4%(2359개)가 서울에 몰려 있었고, 수도권 전체로는 2877개로 전체의 82.3%를 차지했다. 스타트업 10곳 중 8곳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한 셈이다.

청년과 기업의 ‘서울행’은 서로를 끌어당기는 구조다. 기업은 인재를 따라 수도권으로,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모이는 '무한 반복' 고리다.

SNS에서 회자되고 있는 고급인력 남방한계선 원본 (출처=인스타그램 @flow.itself)

청년들의 ‘서울행’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된 ‘서울특별시 청년 통계’에 따르면, 2018년까지 순유출이던 청년 인구는 2019년부터 순유입으로 돌아섰다. 2021년 한 해를 제외하면, 2022년 3만1551명, 2023년 2만7704명, 2024년 1만5420명이 서울로 순유입됐다.
차준홍 기자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좋은 일자리를 찾아 전국의 청년들이 서울로 몰리다 보니, 오히려 과잉 경쟁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생활하려면 임금 수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가 최근 사회 문제로 떠오른 '쉬었음 청년'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제는 기업이 청년 인재를 따라 수도권으로 향하는 추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대전에도 기존 R&D 센터가 있지만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는 IT 기반의 고학력 청년 인재가 핵심이라 수도권에 자리잡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전의 한 에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카이스트가 있는 대전에서도 청년 IT 인재를 구하기 쉽지 않아 대전에서 창업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며 “이미 고용한 대전 직원을 모두 해고하고 서울로 이전할 수도 없으니 후배들에게는 애초에 서울에서 창업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지방은 청년 인력을 구하지 못해, 정부가 지원금까지 주며 떠나는 인재를 붙잡아야 하는 처지다. 경북의 한 운수 중소기업은 청년을 붙잡기 위해 정부의 청년일자리도약장려금을 활용해 ‘MZ수당’을 신설했다. 울산의 한 섬유 중소기업도 정부 지원을 받아 청년 신입사원의 연봉을 인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4년 한 해 동안 청년 채용 인원은 2명에 그쳤다.

이재명 정부 역시 출범 직후 해양수산부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등 '지방 일자리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을 이전 시키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 이탈이 기업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일자리 창출과 더불어 청년이 살고 싶어하는 지방 대도시를 함께 조성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배출된 고졸 및 전문대 졸업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주된 이유는 단순히 임금 수준의 차이가 아니다"라며 "근무환경, 복지제도, 경력 개발 기회, 정주 여건, 문화생활 등 종합적인 생활과 노동 조건이 동시에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강동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방에 단순히 일자리를 만드는 것을 넘어, 양질의 일자리를 지방 대도시권에 집중시키고 그 도시의 생활 편익을 키우는 종합적 지역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교수도 " 개별 기초지자체 중심의 지원이 아니라 광역경제권 단위에서 해당 지역 인구 규모와 특성에 맞춘 차별화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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