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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
<69>공기업 퇴직자들의 '사람장사'
김충현씨 사망 하청, 한전KPS 출신 부사장 근무
대책위 "영업 활동 담당, 발전소 카르텔 드러나"
하청 노동자 중간착취로 한 해 수억 수입 추정도
"현장 지시는 한전KPS가 했다" 불법파견 의혹도
사측 "KPS 출신 부사장, 임금 협상 조언만" 해명

편집자주

간접고용 노동자는 346만 명(2019년). 계속 늘어나고 있죠. 중간업체에 떼이는 수수료 상한이 없는 데다 원청이 정한 직접노무비를 용역업체나 파견업체가 노동자에게 다 주지 않고 착복해도 제재할 수 없어서, 이들은 노동시장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습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중간착취 방지 법안들’은 한 번도 논의되지 못한 채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답보 상황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중간착취 문제를 꾸준히 고발합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하다 기계에 끼여 숨진 재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씨의 영결식이 18일 충남 태안군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엄수된 뒤 김충현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와 유족들이 김씨가 일하던 한전KPS 태안사업처를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충현(50)씨가 일했던 2차 하청업체에 원청 중 한 곳(1차 하청)인 공기업 한전KPS 고위직 출신 부사장이 재직 중
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전력 자회사인 서부발전이 또 다른 한전 자회사 한전KPS에 태안화력발전소 인력 공급 계약을 내려주면, 한전KPS 출신이 근무하는 민간기업이 2차 하청업체로 들어와 일감을 따간 것이다.

김씨는 원청 서부발전이 책정한 월 임금(직접노무비)의 약 60%를 중간업체에 뜯겼는데,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는 "한전 출신들이 장악한 발전소 산업의 중간착취 카르텔"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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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1515560005125)

한전KPS 하청업체에 한전KPS 출신 부사장

김충현 노동자가 혼자 일했던 공작실 앞에서 잠시 햇볕을 쬐는 모습.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일했던 2차 하청업체 한국파워오엔엠(O&M)에는 한전KPS 출신 황모씨가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황씨는 한전KPS에 있을 당시 인재개발원장, 기획처장, 감사실장 등의 핵심 직무를 거쳤다.


한전KPS 노동자들과 대책위는 황씨가 한국파워오엔엠에서 발전소 일감을 따오는 일을 담당한다고 전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 따르면) 황 부사장은 영업만 뛰러 다니는 사람"이라며 "한국파워오엔엠이 태안화력발전소 일감을 계약할 때도 영향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씨가 한국파워오엔엠에 근무를 시작한 것은 2023년 무렵이고, 회사가 한전KPS로부터 태안화력 하청을 따낸 것은 올해 2월이다.

대책위는 발전소 산업에 암묵적으로 자리 잡은 카르텔 구조도 지적했다. 한전 또는 한전 자회사 출신 인사들이 퇴직 후 하청업체 곳곳에 자리 잡아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실상의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책위 관계자는 "
한전 출신들은 일감을 따오는 대가로 수수료
를 챙기는 것으로 안다"며 "발전소 카르텔 속에서
수수료 같은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업체가 노동자들 노무비를 떼 가는 중간착취가 계속된다
"고 비판했다.

한국파워오엔엠은 황 부사장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부사장이 직접 영업에 참여한 적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황 부사장은 주로 임금협상에 대한 어드바이스(조언)를 해주는 역할"이라며 "월급 200만 원을 받는 계약직 부사장으로 영업을 할 위치에 있지도 않고 영업을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전KPS는 "공정한 전자입찰로 하청업체를 선정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일자리 소개 정도' 업무 하고 매달 인건비 중간에서 떼 가

김충현 노동자의 2025년 4월 월급명세서. 태안화력 고 김충현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대책위원회 제공


현장 노동자들은 한국파워오엔엠이 급여를 떼어 가면서도 업무와 관련된 특별한 역할은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태안화력발전소에 출근하면 한전KPS로부터 아침 업무지시를 받았고, 한전KPS 소속 노동자들과 함께 작업을 했다는 주장이다.
대책위 관계자는 "한국파워오엔엠은 그야말로 일자리를 이어주는 역할만 했다"고 말했다. 이 주장대로 한국파워오엔앰이 아닌 한전KPS가 하청노동자들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했다면 불법파견 문제도 따져볼 수 있다.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국파워오엔엠은 '일자리 소개' 정도의 업무만 하고 매달 노동자들 몫으로 책정된 직접노무비의 상당 부분을 떼 갔다는 뜻이다. 2019년도 서부발전과 하청업체 간 노무비 흐름을 보면, 김씨의 직접노무비로 서부발전이 내려보낸 월 1,000만 원 중 한전KPS가 47%를, 2차 하청업체는 남은 돈의 26%가량을 챙겼다.

대책위에 따르면 현재 한국파워오엔엠 소속 하청 노동자는 25명인데, 이들이 김씨와 같은 급여체계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한국파워오엔엠은 직접노무비 착복으로 월 2,750만 원, 연 3억3,000만 원을 챙길 수 있다. 원청에서 노무비 수준을 6년 전에 비해 인상했다면 업체가 가져간 돈은 더 커진다.

한편 김씨 유족과 대책위는 18일 오전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영결식을 열고 장례 절차를 마무리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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