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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체코 신규 원전 예정부지인 두코바니 전경. 사진=대우건설


지난 6월 4일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한국 원전 수출 역사에 중대한 이정표가 세워졌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체코 두코바니 지역에 1GW급 신규 원전 2기(5·6호기)를 건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의 해외 원전 수출로 유럽연합(EU) 회원국을 대상으로는 최초 사례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 사업비는 약 26조원(약 180억 유로) 규모로 추산된다. 5·6호기를 각각 2029년과 2030년 착공, 2036년과 2037년 준공하는 게 목표다.

한수원이 주계약자로서 EPC(설계·구매·시공), 시운전, 핵연료 공급까지 전 과정을 주도한다. 한전기술,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한전KPS 등 원전 밸류체인 주요 기업들이 총출동한다. 향후 테멜린 3·4호기 건설 시에도 우선협상권이 부여돼 추가 수주 가능성이 크다.

웨스팅하우스·EDF 견제 어떻게 뚫었나


체코 원전 수주는 단순 입찰 경쟁을 넘어선 지식재산권, 반독점, 보조금 분쟁까지 얽히며 우여곡절 끝에 얻은 성과다.

한수원은 2023년 10월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과 함께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입찰서를 제출했다. 2024년 7월 한수원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EDF와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경쟁당국과 행정법원에 이의제기를 해 계약이 일시 보류되기도 했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체코에 공급하려는 한국형 원전 모델 APR1400이 자사 기술 기반이라며 지식재산권 분쟁을 지속했다. 이를 둘러싸고 한·미 양국은 2025년 1월 ‘원자력 수출 협력 원칙’을 공동 발표하며 APR1400의 수출에 사실상 공동 명분을 부여했다.

웨스팅하우스도 일정 부분 로열티 수익 또는 하도급 배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코 원전 수주에 마지막 걸림돌로 여겨지던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식재산권 문제가 해결되며 체코 원전 수주가 확정되는 듯했지만 EDF가 체코 지방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 최종계약 서명을 하루 앞두고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4일 체코 최고행정법원이 EDF의 주장을 최종 기각하면서 한수원은 공식 계약에 성공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5월 7일 체코 프라하 총리실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를 비롯한 한-체코 정부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체코 원전산업 협력 약정 체결식에서 약정서에 서명한 후 발언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저가 수주 논란? 알고보면 15년 전 바라카의 2배


정치권 등 일각에선 저가 수주 논란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감안할 때 저가 수주와는 거리가 있다는 판단이다. 바라카 원전과 비교해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의 기당 단가가 2배 이상이므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체코 원전의 kW당 건설 단가는 약 8516달러로 UAE 바라카 원전(기당 약 5조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인 약 13조원이다. 이는 2000년대 이후 지어진 미국 보글(1만5667달러), 프랑스 플라망빌(1만2593달러) 등 서방 주요국 원전보다 낮지만 공정 신뢰성과 생산성에서 한국이 우위를 보이는 만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평가된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APR1400은 설계 변경이 적고 한국은 밸류체인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어 고비용·공기 지연에 시달린 유럽 사례와 단순 비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가만 보면 저렴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 사업성 측면에서는 안정적 수익이 가능한 구조”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체코 정부가 한수원의 ‘온 타임·온 버짓’ 전략을 우선협상자 선정 기준으로 명시한 점도 경쟁력의 근거다. 한국은 바라카 원전을 예정보다 앞당겨 완공하고 예산 내 준공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체코 플젠 두산스코다파워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증기터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원전 수주로 K원전이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체코는 향후 테멜린 2기 외에도 추가 원전 확대를 검토 중이다. 체코 내 EPC 공급망에 현지 기업이 65% 이상 참여할 예정이어서 한수원의 현지화 전략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동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안보와 탈탄소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현실적 대안으로 원전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수주를 계기로 폴란드, 루마니아 등으로의 추가 확장도 기대된다. 다만 EU 차원의 역외보조금(FSR) 규정에 따른 리스크는 잠재적 변수다. EDF는 한수원의 수주가 한국 정부의 간접 보조에 기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정식 조사를 개시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와 별도로 EDF가 제기한 체코 1심 법원의 본안 소송도 진행 중이다. 현재 계약은 유지되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리스크가 재점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터뷰]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K원전, 유럽 선진국서 기술·산업 역량 첫 입증”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진=한국경제신문


-체코 원전 수주의 가장 큰 의미는?


“한국 원전이 처음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과거에는 규제가 느슨한 국가 위주로 수출했지만 이번엔 선진국 기준을 충족했다는 점에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입증했다. 특히 원전은 단순히 원자로만 파는 것이 아니라 건설·토목·중공업 등 연관 산업이 함께 진출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수주 성공의 핵심 요인은.


“한수원이 제시한 ‘온타임·온버짓’ 전략이 결정적이었다. 미국과 프랑스는 자국 및 해외 프로젝트에서 공기 지연과 예산 초과로 신뢰를 잃은 반면 한수원은 명확한 일정과 예산을 제시했다. 현지 주민과의 장기적 신뢰 구축 노력도 주효했다. 체코 내 봉사활동, 코로나 마스크 지원, 스포츠팀 후원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의 접점을 꾸준히 넓혀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저가 수주 논란은 어떻게 보나.


“바라카 원전과 비교해 체코 프로젝트는 발전 용량은 3분의 1 수준이지만 가격은 더 높다. 물가상승과 사양 차이를 고려하면 저가 수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체코 측의 계약 의지가 강했고 대통령까지 나서 전력 부족 우려를 강조하며 정부가 전자서명 방식으로 신속히 계약을 마무리했다.”

-새 정부에서 원전 산업 전망.


“현재 정부는 심각한 재정 부담 속에서 인공지능(AI) 산업 육성과 전력 수요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전력단가가 너무 높아 산업과 양립하기 어렵다. 원전은 kWh당 52원이지만 재생에너지는 272원, 인프라 비용까지 포함 시 7~8배에 달한다. 좌측통행과 우측통행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지금은 공약 간의 상충 지점을 걷어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 결국 정책 간 충돌을 피하기 위해 에너지 전략의 현실 조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경비즈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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