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 순간 광장의 청년들, 새 대통령 향한 목소리
황다경(왼쪽)씨와 이유지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만나고 싶은 세계를 적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 대선 때는 나이 때문에 투표를 못 했어요. 그런데 원하지 않는 사람이 당선되니까, 진짜 속상하더라고요.” 20살 대학생 강민서씨는 예상보다 빠르게 생애 첫 대통령 선거를 맞이했다. “이번엔 투표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제가 뽑은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좋겠어요.”

대학생 강민서(20)씨가 생애 첫 대선을 맞이한 소감을 밝히며 대선 이후 만나고 싶은 세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지난해 12월~올해 4월 광장에서 활발하게 ‘탄핵’을 외친 청년과 대학생, 청소년 500여명이 모여 지난 5월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일대에서 ‘다시 만들 세계 포럼 ’을 열었다. ‘내란 청산’과 경제, 환경, 교육, 노동, 성평등, 생명 안전 등 청년들이 관심을 가진 12가지 의제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참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의 원형 탁자에 앉아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에게 제 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만나고 싶은 세계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 등을 물어봤다.

가은(왼쪽 사진부터)씨, 밤(활동명), 김눌(활동명)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에서 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만나고 싶은 세계를 적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대구에 10년째 살고 있는 김눌 (활동명·​ 31)씨는 “12월3일 계엄 선포 이후 매주 동성로에 나가서 ‘탄핵 촉구’를 외쳤어요. 동대구역 광장에 세워진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대구에 사는 청년 중에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아요.” 김씨는 정치권에서 지역 혐오 조장을 멈추고 지역 청년들의 말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

“아빠가 전기충격기를 사다주셨어요.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라 아빠가 걱정을 많이 하셨죠.” 서울로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2017년부터 이유지 (24)씨는 아버지가 사준 전기충격기를 들고 다닌다. 한동안 호신용품 없이 지냈지만, 어느 날 가방에 달린 세월호 리본을 본 한 남성이 시비를 걸었다. 혼자 사는 집 앞에 낯선 남자가 몇 분 동안 서 있기도 했다. 전기충격기를 다시 꺼냈다. 이씨는 이번 대선 이후 ‘전기충격기 없이도 안심하고 돌아다닐 수 있는 사회’를 만나기를 소망한다.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일대에서 열린 ‘다시 만들 세계 포럼’ 참석자들이 바라는 사회 모습을 적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역사문화학과에 다니는 황다경 (21)씨는 전공을 살려 공공기관에서 일하겠다는 ‘꿈’이 있었다. 지난 정부에 해당 기관 이사장이 친일·뉴라이트 성향 인사로 임명되자 꿈을 포기했다. 황씨는 ‘청년을 우울하게 만들지 않는 사회’를 바란다. “이공계 전공인 친구들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알앤디(R&D·연구개발) 예산을 감축하는 걸 보면서 이 정부에서는 내가 원하는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없겠다고 말했어요.”

2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돌담길 일대에서 열린 ‘다시 만들 세계 포럼’ 참석자들이 바라는 사회 모습을 적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광장의 청년들은 말한다.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는,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은, 내란 세력이 청산된,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세계가 대통령 선거 이후에 찾아오기를 바란다고. 이들의 목소리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를, 이번 대선이 새로운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51373 홍준표 "대선 불참은 처음…누가 정권 잡더라도 한국 안 망가져" 랭크뉴스 2025.06.02
51372 민주 “리박스쿨 댓글 내란 사건, 국힘이 실질적 배후” 맹공 랭크뉴스 2025.06.02
» »»»»»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이런 모습입니다 랭크뉴스 2025.06.02
51370 민주당 강선우 의원, 유세 중 폭행당해… "민주주의에 대한 폭력" 랭크뉴스 2025.06.02
51369 벼랑 끝 여행업계‥"문 닫고 싶어도 못 닫아" 랭크뉴스 2025.06.02
51368 [대선 D-1] 이동통신 3사, 대선 앞두고 통신 품질 점검 강화 랭크뉴스 2025.06.02
51367 비트코인, 10만5000달러대서 등락…길어지는 조정 국면 랭크뉴스 2025.06.02
51366 성장 멈춘 K배터리, 캐즘·가격전쟁·정책 불확실성에 ‘3중 충격’ 랭크뉴스 2025.06.02
51365 “내란 심판이 본질…투표로 심판해야” 천준호 민주당 전략본부장 랭크뉴스 2025.06.02
51364 ‘동의 없는 성관계’도 강간으로… 안철수가 받았다 놓은 이 공약 랭크뉴스 2025.06.02
51363 투자은행 30곳 “한국 성장률 1% 이하”···0.3% 전망도 랭크뉴스 2025.06.02
51362 [장세정의 시시각각] '문+윤 8년 실정' 뛰어넘는 새정부를 랭크뉴스 2025.06.02
51361 진시황릉 구덩이 뛰어들어 와장창…병마용 박살 낸 남성 [잇슈 SNS] 랭크뉴스 2025.06.02
51360 K메모리 잡겠다…日, 인텔·소뱅 손잡고 'HBM 대체재' 개발 착수 랭크뉴스 2025.06.02
51359 美재무 “트럼프, 시진핑과 곧 통화… 무역합의 위반 해결될 것” 랭크뉴스 2025.06.02
51358 “윤석열이 집필 환경”…한겨레문학상 수상작 키운 ‘비현실적 현실’ 랭크뉴스 2025.06.02
51357 '산업' '투자' 강조한 이재명의 성장… '보수' 언급 반복하며 중도 확장 [대선 유세 발언 전수조사] 랭크뉴스 2025.06.02
51356 "트럼프·시진핑 곧 통화‥다른 관세 수단도 있어" 랭크뉴스 2025.06.02
51355 '불면증' 시달린 영조와 순조, 고사리와 대추 처방받았다 [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랭크뉴스 2025.06.02
51354 호암상 받은 천재 수학자 신석우, 가장 좋아하는 숫자 '2'인 이유 랭크뉴스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