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앰네스티 ‘10대 인권 의제’ 질의 답변서 공개
지난달 10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정인선 기자 [email protected]
티브이(TV) 토론회에서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 행위를 묘사해 비판을 받고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 후보가 포괄적 차별금지법 반대 뜻을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차별금지법을 비롯해 집회 시위를 위한 자유 보장, 북한인권 증진 등 인권 정책 추진 의사를 묻는 인권단체 질의에 아예 답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는 29일 주요 대선후보 4명으로부터 받은 10대 인권 의제에 대한 입장을 공개했다. 이 단체가 꼽은 10대 인권 의제는 △양심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권리 존중 및 증진 △여성인권·젠더평등 증진, 온라인 젠더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보장 △성소수자 권리 보호 및 차별 종식 △차별금지 및 고문 금지 △사형제 폐지 △기후정의 달성 △북한 인권 증진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 존중 및 증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 존중 및 증진 △분쟁지역 무기 이전 및 기업의 인권책임 등이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1대 대선 주요 후보 4명에게 10대 인권 의제에 대한 입장을 물은 뒤 받은 답변을 29일 공개했다. 국제앰네스티 제공
4명 가운데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이 10대 의제 35개 세부 항목 모두에 대해 “전면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일부 항목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답을 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답변 기한을 연장했음에도 회신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사형제 폐지 등에 대해 “추진 불가”라고 했다. “입법은 국회의 고유 권한으로, 국회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입법한 사항에 대해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강간 기준을 ‘동의 부재’로 개정(비동의 강간죄), 임신중지권 보장, 동성혼 법제화 등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21대 대선 주요 후보 4명에게 10대 인권 의제에 대한 입장을 물은 뒤 받은 답변을 29일 공개했다. 국제앰네스티 제공
이재명 후보는 단체가 질의에 구체적으로 답을 하는 대신, 앞서 공개한 공약이나 입장 등을 한번 더 설명하는 데 그쳤다. 예를 들어 비동의 강간죄나 임신중지약물 제공, 새로운 젠더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법·제도 개혁을 묻는 질의에 “고용평등 임금 공시제를 도입하고, 교제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하며, 첨단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와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성소수자 권리 보호,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기업의 인권책임, 사형제 폐지 등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장박가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캠페인본부장은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이후 인권을 중심에 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지만, 주요 대선 후보가 인권 정책에 대해 명확한 비전과 이행 의지를 보여주지 못해 우려스럽다”며 “차기 대통령과 정부는 더이상 ‘우선 순위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인권 과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