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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선거공보물 딜레마…"온라인 시대에 쓰레기일뿐"
고령층은 엇갈린 반응…"종이로 봐야 후보 정확히 비교"
"선거공보물 제작·배송·재활용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상당"
"온라인 고지서처럼 전자 선거공보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배송되는 제21대 대선 책자형 선거공보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우체국 집배원이 제21대 대통령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2025.5.22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제21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서 '종이 선거공보물 딜레마'가 재현된다.

가정마다 선거공보물이 속속 배달되고 있지만 상당수는 봉투조차 뜯지 않은 채 곧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이 선거공보물은 제작을 제외한 발송 과정에만 320억∼370억원의 세금이 투입된다. 온라인 시대에 갈수록 효용성은 떨어지는데 환경오염 우려는 커진다.

이에 전자 선거공보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접근성 등의 문제로 변화는 쉽지 않다.

버려진 종이 선거공보물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제21대 대통령 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들이 버려져 있다. 2025.5.22


지난 20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 동마다 설치된 종이·폐휴지 수거함에 '제21대 대통령 선거 책자형 선거공보'가 적힌 봉투들이 버려져 있었다. 뜯은 흔적조차 없이 통째로 버려진 것도 많았다.

이 아파트 입주민 A씨는 "선거공보물이 오늘 도착했는데 곧바로 버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인근 또다른 아파트에서도 선거공보물들이 배달된 모습 그대로 재활용통으로 들어간 것을 볼 수 있었다.

뜯지도 않고 버려진 선거공보물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제21대 대통령 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이 담긴 봉투가 뜯어지지도 않은 채 버려져 있다. 2025.5.22


인터넷을 통해 후보자의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시대에 "종이 선거공보물은 결국 쓰레기일 뿐"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태연(32) 씨는 "책자형 선거공보물은 잘 안 보게 된다"며 "후보자 정보는 소셜미디어(SNS)나 유튜브로 확인한다"고 말했다.

지난주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받아봤다는 이정민(48) 씨도 "이번 대선에 출마한 후보자에 대한 정보는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공보물은 열어보지도 않았다"며 "또 요즘 같은 정치 양극화가 극심한 시기에 공보물을 읽고 마음을 바꿀 유권자가 과연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나부터도 지지하지 않는 후보자의 공보물은 펴보기조차 싫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바일 신분증까지 나오는 시대에 종이 선거공보물은 쓰레기이자 낭비일 뿐"이라며 "노인층 외엔 온라인으로 공보물을 발송해주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고령층의 반응은 엇갈렸다.

수원시 주민 이종국(79) 씨는 "선거 때마다 선거공보물이 오면 꼼꼼히 읽는다"며 "각 후보자의 재산, 학력, 전과 그리고 공약 등과 같이 세세한 사항들은 공보물을 봐야 정확히 비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임옥열(78) 씨는 "이미 누구를 찍을지 정해놨기 때문에 공보물은 보지도 않고 버렸다"며 "지난 19일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가보니 다른 입주민들이 뜯어보지도 않고 그대로 버린 공보물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고 말했다.

배송되는 대선 선거공보물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한 오피스텔에서 우체국 집배원이 제21대 대통령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을 우편함에 넣고 있다. 2025.5.22 [email protected]


2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제21대 대선에서 전국에 발송된 책자형 선거공보물은 2천400만부에 달한다.

현재 책자형 선거공보물이 1차로 발송된 상태이며 추후 전단형 선거공보물이 투표안내문과 함께 2차로 발송될 예정이다. 책자형, 전단형 모두 종이 선거공보물이다. 2022년 제20대 대선에서 전단형 선거공보물이 총 2천300만부가 발송된 걸 감안하면 이번 21대 대선에서는 종이 공보물이 총 4천700만부가량 발송된다고 볼 수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현재 선거기간 중이라 예산 결산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확한 예산 집계는 어렵다"면서도 "20대 대선 기준으로 제작비를 제외한 선거공보물 발송 비용(인건비, 등기우편 등)으로 320억원이 소요됐고, 이번 대선엔 370억원가량이 편성됐다"고 밝혔다.

유권자 상당수가 펼쳐보지도 않고 버리는 선거공보물 발송에만 300억원이 훌쩍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 것이다.

대선 책자형 선거공보 발송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지난 1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 발송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5.5.22


지난해 9월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전자식 선거공보물을 도입하자는 취지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전자 공보물과 종이 공보물 발송 시기 차이로 인한 형평성 문제'와 '이동통신사업자의 휴대전화번호 제공의 현실적 집행가능성 및 적절성' 등이 제기되며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마다 인쇄·배부되는 선거공보 등 인쇄물로 인한 환경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축소·폐지하고 전자공보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의견과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는 선거정보 제공이 제한될 수 있으므로 현행 제도를 유지하여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버려진 선거공보물
(서울=연합뉴스) 김유진 인턴기자 = 지난 20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 분리수거장에 제21대 대통령 선거 책자형 선거공보물과 공보물을 담은 봉투가 버려져 있다. 2025.5.22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선택적 종이 선거공보물 발송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규석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종이 선거공보물 제작과 배송, 재활용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상당하다"며 "실제 카드사나 통신사처럼 종이 선거공보물 수령 여부를 유권자가 선택하게 하면 낭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온라인 전자투표를 시행하고 있는 스위스 같은 유럽 일부 국가는 선거공보물을 종이가 아닌 온라인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오늘날 디지털 시대에 종이 선거공보물을 뜯어보지도 않고 버리는 사람들이 매우 많을 것이라 본다"며 "종이 선거공보물은 일종의 예산 낭비이자 동시에 환경 오염 문제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대부분의 은행이나 기업에선 이용자에게 금융 관련 고지서나 홍보물 등을 문자로 받아볼지 아니면 우편물로 받아볼지 직접 선택하게끔 하고 있다"며 "종이 선거공보물 발송 방식에도 이 같은 시스템을 접목하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종이 선거공보물을 선택할 사람은 더 줄어들 것이기에 앞으론 온라인을 통해 선거공보물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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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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