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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10월9일 오전 싱가포르의 샹그릴라 호텔에서 진행된 행사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의혹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하기 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비롯한 핵심 인물들에 대한 조사를 다시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와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로,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여부를 아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검찰은 참고인 신분인 권 전 회장이 출석을 거부해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하는데, 핵심 관계자에 대한 재조사 없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데 대한 비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검이 진행 중인 재수사 성패도 권 전 회장 조사 여부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최재훈)는 지난해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면서 권 전 회장에게 여러 차례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권 전 회장은 본인의 주가조작 사건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출석이 어렵다며 응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수사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에 가담했는지, 적어도 주가조작 사실을 알았는지를 규명하려면 권 전 회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권 전 회장이 참고인 신분이어서 강제로 진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해 수사 때 2차 주포(주가조작 중심인물)인 김모씨에게는 출석 요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 전 회장과 김씨는 각각 2021년 12월과 10월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됐고, 이창수 중앙지검장 지휘로 김 여사 수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9월 2심 선고가 나왔다. 올해 4월 대법원에서 권 전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김씨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다.

2020년 4월 고발장이 접수된 이후 검찰은 2021년 10월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해 권 전 회장을 비롯한 주가조작 가담자들을 줄줄이 재판에 넘겼지만, 김 여사만 처분을 미뤄왔다. 권 전 회장은 자신의 주가조작 사건 1심 선고가 난 지 두 달 뒤인 2023년 4월 한 차례 김 여사 사건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지금까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조사에서 권 전 회장은 ‘이미 검찰에서 다 진술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라며 진술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도 1심 선고 후인 2023년 6월 한 차례 검찰에 나와 김 여사 관련 조사를 받았지만, 이후엔 검찰로부터 조사 요청을 받지 않았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5월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송경호 당시 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장)을 이창수 현 중앙지검장으로 교체했다. 이 지검장 지휘하에 속도를 낸 수사는 지난해 10월 김 여사를 모두 무혐의 처분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고발 4년6개월 만이었다. 하지만 서울고검은 지난달 25일 재기수사를 결정했고, 검사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직접 재수사하고 있다.

조사를 강제할 방법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검찰이 핵심 관계자에 대한 추가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수사를 종결한 것은 김 여사에 대한 ‘봐주기’란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권 전 회장 등에 대한 재조사가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검찰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 수사팀은 권 전 회장, 김씨 등 시세조종 주범들을 추가 조사했다”고 보도자료에 적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관련자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어서 추가조사가 어려웠고, 이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직접 재판에 들어가는 상황이라 재판에서 필요한 질문을 한 뒤 답변 내용을 반영해 수사를 진행했다”며 “김씨의 경우 23년 조사에서 진술을 한 데다 김 여사와 직접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라 중요한 인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씨는 과거 검찰 조사에서 ‘같이 한 배를 탄 BP(미등록 투자자문사 블팩펄인베스트의 약자로 추정) 패밀리 5명이 있는데 김 여사도 그중 한 명’이라고 진술했고, 2021년 도피 생활 중 김 여사 계좌 관리자로 알려진 민모씨에게 주려고 쓴 편지에서 “김 여사만 빠지고 우리만 달리는(처벌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고”라고 하는 등 김 여사가 주가조작 공범임을 의심케 하는 증거를 남겼다.

권 전 회장이 김 여사 혐의를 밝힐 핵심 인물인 이유는 그가 김 여사와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와 오랜 사업적 관계를 이어온 데다, 김 여사와 주가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실들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나서다. 검찰에 따르면 김 여사는 범행에 관여한 2010년 1월~2011년 3월 주가조작범 중 2명과만 직접 연락한 증거가 확인됐는데, 그 중 1명이 권 전 회장이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최소한 인지했다고 의심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김 여사 명의의 대신증권 계좌로 2010년 11월1일 이뤄진 거래다. 이 거래는 권 전 회장 재판에서 ‘통정매매’(담합해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로 인정됐다. 11월1일 김씨가 민씨에게 ‘주당 3300원에 8만주를 매도해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 7초 만에 김 여사 계좌에서 지시대로 매도 주문이 나왔다. 누군가 김 여사에게 통정매매를 위한 주문을 요청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 거래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김 여사는 자신이 직접 판단해 거래했다고 진술했다. ‘7초 후 매도’가 우연의 일치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으로부터 어떤 식으로든 연락을 받고 증권사 직원을 통해 주문을 제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해당 연락의 구체적인 내용, 당시 상황 및 김 여사의 인식 등을 확인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권 전 회장이 김 여사에게 시세조종 상황을 알려주며 김 여사와 범행을 공모했다거나,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의 범행을 인식하고 관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권 전 회장이 진행 중인 재수사에 협조하는지가 수사 성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권 전 회장을 잘 아는 관계자는 “권 전 회장은 김 여사와 관련해 할 얘기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앞선 수사 내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권 전 회장 주장에 의심이 많이 남지만, 본인 혐의도 끝까지 부인한 사람이 이제 와서 김 여사와 관련한 진술을 할지 의문”이라며 “재수사가 성공하려면 권 전 회장 입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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