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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경제대국 일본이 쌀 하나로 요동치고 있다. 불과 1년 새 두 배 가까이 폭등한 쌀값에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섰다. ‘쌀에 손대면 정권이 무너진다’는 경고가 현실화될 위기다.

19일 로이터는 교도통신 여론조사를 인용해 일본을 이끄는 이시바 내각 지지율이 27.4%로 추락했다고 전했다. 출범 이후 최저치다. 지난달 32.6%에서 5.2%포인트 더 떨어졌다.

여론조사 응답자 가운데 87.1%는 쌀값 상승에 대한 정부 대책이 ‘불충분하다’고 혹평했다.

도쿄 북쪽 사이타마현 한 정부 비축미 창고를 공무원이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총무성 소매물가통계조사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전국 평균 쌀(5kg 기준)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이상 급등했다. 일부 지역과 품종에 따라서는 두 배 가까이 치솟은 곳도 속출했다.

CNN은 “60kg들이 쌀 한 포대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5% 올라 160달러(약 23만원)를 웃돈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1993년 냉해로 극심한 쌀 부족 사태를 겪었던 ‘헤이세이 쌀 소동’ 이후 가장 급격한 가격 파동이다.

일본 식품업계에서는 일시적 흉작 문제가 아니라, 일본 쌀 시장이 가진 구조적인 문제가 곪아 터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전국농업협동조합연합회, 일명 ‘JA전농’으로 대표되는 일본 농협의 독점적 유통구조를 이번 가격 파동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JA그룹은 일본 내 비료 판매 약 80%, 쌀 유통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과거 정부가 쌀값을 통제하던 시절부터 JA는 생산자 보호를 명분으로 매년 꾸준히 쌀 매입가를 인상했다. 이 인상분은 그동안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전가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JA가 주도하는 경직된 쌀 유통 시스템이 공급 부족 상황에서 가격 변동성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60년 가까이 계속해 온 ‘쌀 생산조정 정책(감산 정책)’도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일본 정부는 1970년대부터 쌀 공급 과잉과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 자체를 줄이는 정책을 고수했다. 인위적인 공급 조절을 위해 논에 다른 작물을 심으면 장려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문가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쌀 수요와 공급을 지나치게 빠듯하게 맞춰놓은 탓에 기상 이변 등 작은 외부 충격에도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는 취약한 구조를 만들었다”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3월 정부 비축미 약 23만톤을 방출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품질을 이유로 그동안 극히 제한적으로 수입하던 외국산 쌀 수입 문턱을 낮췄다. 지난달 3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에 수출된 한국산 쌀은 수출 직후 전량 팔렸다.

한국 등 외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현지 마트에서 쌀을 구매해 일본으로 돌아가는 웃지 못할 풍경도 연출되고 있다.

한 일본 소비자가 도쿄의 한 수퍼마켓에서 가격표를 확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농가 평균 연령은 이미 60세를 넘겼다. 농사를 지을 수 있지만 경작을 포기하는 농지 면적도 해마다 늘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인한 작황 불안정은 일상화되는 추세다. 일본 농림수산성은 2100년까지 자국의 쌀 수확량이 현재보다 최대 2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는 7월 참의원 선거를 앞둔 자민당 내에서는 “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CNN은 전문가를 인용해 “778% 고율 관세로 보호받던 일본 쌀은 보호무역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여기에 JA 중심 폐쇄적인 유통 구조가 공급 경직성을 키우면서 가격 파동을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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