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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가스마트 커넥티드차량 시범구'
자율주행 택시 뤄보콰이파오 타 보니
알아서 경적 울리고 사고율도 낮아
'정부 정책+기업 혁신+인재풀' 시너지
뤄보콰이파오 우한=이혜미 특파원


"뤄보콰이파오 탑승을 환영합니다. 안전벨트를 매고 화면의 '출발'을 눌러주세요."

멀리서 오던 자율주행 차량이 기자가 서 있는 곳을 향해 오면서 점차 속도를 줄인다. 차량 지붕의 전광판에는 '정차 중, 문 조심'이라는 문구가 뜬다. 이윽고 차량을 호출했던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차량 도착을 알리는 화면이 뜬다. 앱으로 차량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니 문이 열린다. 뒷자리에 탑승하니 운전석이 휑하니 비어있다. 지난 12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탑승한 바이두의 완전 무인 자율주행 로보택시 '뤄보콰이파오(영문명 Apollo Go)' 얘기다.

'국가주도 자율주행 시범구'인 우한에서 자율주행 택시는 일상 깊숙한 곳까지 침투해 있었다. 반대편 도로에도 손님을 태우고 가는 뤄보콰이파오 차량이 빈번히 눈에 띄었고,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차량 운전자들도 옆에 가는 차량이 무인 차량이라는 데 전혀 놀라지 않는 기색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차량은 1분 가량 정차해 있더니 또 다른 이용자의 호출을 받고 '서비스 중'이라는 메시지를 지붕 전광판에 띄우고서 멀리 떠나버렸다.

고가도로 진입도, 회전 교차로 진출도 능숙



우한은 중국에서 가장 고가도로가 많은 도시 중 하나다. 이날 기자가 탑승한 차량은 우한 동쪽 둥후첨단기술개발구에서 출발해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강변까지 19㎞를 달렸다. 차가 막히는 구간에서는 시속 20㎞ 정도로 서행했지만,
교통량이 적은 차량 전용 도로에 오르자 시속 72㎞까지도 속도를 냈다
. 40분가량 주행한 결과 지불한 금액은 33위안(약 6,600원). 원래는 92위안(약 1만8,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하지만, 초기 고객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할인 혜택을 적용한 결과다. 뤄보콰이파오는 우한에만 약 400대(지난해 기준) 차량을 운행한다.

운전 실력은 수준급이었다. 두 차례 고가도로에 진입하면서 몰린 차량들로 병목 현상이 발생한 곳도 능수능란하게 주행했고, 회전 교차로도 무리 없이 통과했다. 중국의 도로는 공유 자전거와 오토바이 등 이륜 교통수단으로 번잡하기 그지 없는데, 갑작스럽게 도로에서 역주행해 오는 자전거 운전자도 미리 감지하고 속도를 줄였다. 경로상 화중과기대 정문 앞에
비상등을 켜고 정차 중이던 차량이 갑자기 끼어들자 '빵빵' 경적
을 울려 경고
했다.

'정말 운전자가 없는 차량에 몸을 맡겨도 될까' 하는 미심쩍은 마음은 초반 5분이 지나자 사라졌다. 바이두 관계자는 "뤄보콰이파오의 누적 서비스 건수는 1,000만 건(올해 3월 기준)을 돌파했고 총주행 거리는 1억5,000만㎞에 달한다"며 "현재까지 중대 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고, 실제 차량 사고는 인간 운전자 대비 14분의 1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00점 만점을 주기엔 아쉬운 면도 있다.
변화무쌍한 도로 상황에서 급출발과 급정거가 적지 않았다. 앱은 커버 영역을 도심 한복판과 공항을 제외한 3,000㎢ 로 표시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했을 때에는 제한이 적지 않았다. 2023년 뤄보콰이파오는 도심과 공항고속도로 간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최초로 구현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재는 운행되고 있지 않았으며, 지난해 도입한 '장강 횡단' 자율주행 구간도 기자가 방문한 기간에는 내부 시스템 문제로 이용할 수 없었다.

우한을 질주하는 자율주행 차량은 뤄보콰이파오뿐만이 아니다. 동펑웨샹은 우한시 내 주요 관광지를 순환하는 자율주행 관광 버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형 택배회사인 중퉁콰이디는 무인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택배원처럼 집집마다 택배를 배송할 수는 없지만, 물건을 상차한 물류센터에서부터 아파트 단지 등 택배 하차 지점까지 운반한다.
현재 우한은 중국 자율주행 기술의 거대한 시험장이다.


뤄보콰이파오 차량이 12일 우한 도심에서 주행을 마친 뒤 목적지에서 잠시 정차하고 있다. 우한=이혜미 특파원


정부 판 깔고, 기업 호응하고, 인재 붙고

자율주행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인 '스마트 도로'를 구축하는 화리즈싱의 런쉐펑 부사장이 13일 우한 소재 화리즈싱 본사에서 자사의 도로 정보 수집 단말기를 소개하고 있다. 우한=이혜미 특파원


자율주행 차량에 탑재된 뛰어난 기술은 여러 연구진이 함께 머리를 맞대 만들어 낸다. 13일 우한 둥후첨단기술개발구에 위치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SW) 업체 광팅정보기술회사에서 만난 동융 주임은
"이 건물에 6, 7개 자동차 소프트웨어 업체가 입주해 있다"며 "세계 최초의 스마트 커넥티드카 생태 산업단지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화웨이 등 중국 업체는 물론 전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하는 이 회사는 스마트 콕핏, 차량 클라우드, 신에너지 및 디지털 지도 등 자율주행과 관련해서는 손대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그런데도 이따금 고객사가 원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어려운 순간을 맞닥뜨린다. 그럴 때면 같은 건물에 입주한 이웃 기업들과 머리를 맞댄다. 80% 정도는 이 건물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둥 주임은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고 싶다는 회사의 소명과 동시에 정부 재정 지원이 뒷받침되어 가능한 일"
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도로'를 구축하는 화리즈싱은 우한의 자율주행 시범구 사업에 깊숙하게 관여한 기업이다. 이 업체는 '차량-도로-클라우드'를 통합하는 플랫폼을 만들어 도로 정보 상황이 실시간으로 자율주행 차량과 공유되도록 한다. 가령 녹색 신호등이 몇 초가 남았고, 언제 빨간불로 바뀔지를 계산해 자율주행 차량이 길목을 빠르게 통과할지를 계산하는 것은 모두 지능화된 도로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같은 날 화리즈싱 본사에서 만난 런쉐펑 부사장은
"개별 차량에 장착한 단말기와 교통 당국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통해 우한 시내의 125㎞ 도로를 '스마트화'했다"
"정부 프로젝트와의 합작과 재정적 지원을 통해 도로의 신호등까지 우리의 기술로 제어할 수 있다"
설명했다.

우한 둥후첨단기술개발구에 위치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 광팅정보기술회사는 '스마트 커넥티드카 생태 산업단지'를 표방하며 6, 7곳의 관련 업체가 함께 입주해 있다. 우한=이혜미 특파원


'정부가 판을 깔아주면 기업이 호응하고 인재가 달라 붙는다.'
10년 전 제조업의 질적 성장과 기술 자립을 목표로 발표된 '중국 제조 2025' 이래, 중국이 각종 첨단 산업을 육성해 온 방식은 이같이 요약된다. 그리고 12, 13일 우한에서 직접 본 자율주행 분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9년 우한이 '국가 스마트 커넥티드차 시범구'로 지정된 이후,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는 산업 생태계 구축에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거의 매년 관련 정책을 쏟아냈는데, 지난해 11월 발표되고 올 3월부터 시행된 '우한시 스마트 커넥티드카 촉진 조례'는 자동차에 에너지, 정보통신, AI 등 분야를 융합하는 혁신 개발을 적극 추진한다고 법제화했다. 조례 시행 전에는 엔지니어들이 기술 검증을 하려 해도 차를 도로에 올릴 수 없었는데, 안전 관리 규정이 명확해지면서 이제 바깥에서 테스트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정부가 방향성을 제시하면 기업은 곧바로 생태계에 뛰어든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산하 주간지 '전망'의 올 초 보도에 따르면 우한에는 스마트 커넥티드카 산업의 핵심 기업 100여 개가 모여 있으며, 200여 개의 신재생 에너지 및 스마트 커넥티드 분야 기업을 육성하고 유치했다. 또 차량용 칩, 라이다(자율주행용 센서), 고정밀 지도 등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업체들이 도시 내에서 산업 체인을 이루고 있다.

풍부한 인재도 우한의 자율주행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한 축이다.
우한에는 명문대로 꼽히는 우한대를 비롯해 화중과기대 등 42개 대학, 56개 국가 및 성급 과학연구기관이 밀집해 있고, 30만 명 이상 전문기술자와 80만 명 이상 대학생 등 우수한 인재층이 두텁게 존재한다. 국영 둥펑자동차, 프랑스 시트로앵 등 기존 완성차 공급 사슬이 구축돼 있어 산업 인력을 확보하기도 유리하다. 창업 멤버의 절반이 해외파인 화리즈싱의 런 부사장은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 인재가 더 많을 수는 있겠지만, 자동차 관련 이공계 인력 풀은 우한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우한시 스마트 커넥티드카·자율주행 정책.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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