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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팜탄 소녀' 사진 실제 촬영자 두고 논란
국제보도사진재단 "닉 우트 이름 표기 중단"
1972년 6월 8일 베트남 남부 짱방 마을에 미군이 네이팜탄을 투하하자 당시 9세였던 판 티 킴 푹(앞줄 왼쪽 두 번째)이 알몸으로 울부짖으며 도망치고 있다. 촬영자로 알려진 AP통신 사진기자 닉 우트는 이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베트남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네이팜탄 소녀’ 사진이 반세기 만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사진 촬영자로 알려진 베트남계 미국인 닉 우트(Nick Ut)의 이름이 국제보도사진(WPP)재단 공식 기록에서 삭제
되면서다. 실제 촬영자가 따로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역사 기록의 진실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18일 AFP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WPP재단은 성명을 내고 ‘전쟁의 공포(The Terror of War)’ 사진에서 닉 우트의 이름 표기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우트가 아닌 다른 사진기자가 촬영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1972년 6월 8일 베트남 남부 짱방 마을에
미군이 네이팜탄을 투하한 직후 촬영됐다. 9세 소녀 판 티 킴 푹이 알몸으로 울부짖으며 도망치는 장면
이 담겼다. 이 때문에 ‘전쟁의 공포’라는 원제목보다 ‘네이팜탄 소녀’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졌다. 당시 미국 AP통신 사이공(현 호찌민) 지국 소속 베트남인 기자였던 우트가 찍은 것으로, 이후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며 세계적 반향을 일으켰다.

베트남전 참상이 담긴 '네이팜탄 소녀' 촬영자로 알려진 사진기자 닉 우트(오른쪽)와 사진 속 주인공인 판 티 킴 푹이 2023년 4월 미국 산호세에서 만나 당시 사진을 들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산호세=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내에서는 반전 여론을 자극해 베트남전 종전 기폭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트는 이 사진으로 이듬해 퓰리처상과 WPP ‘올해의 사진상’을 받았다. AP통신 보도사진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으로 꼽힌다.


그러나 올해 1월 미국 선댄스영화제에서 공개된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어(The Stringer·통신원)’가 촬영자가 바뀌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영화는 해당 사진을 AP통신과 NBC방송에 필름을 제공하고 건당 수수료를 받던 베트남인 프리랜서 사진기자 응우옌 타인 응에가 찍었다고 주장한다.

응우옌은 영화에서 “그날 우트를 현장에 데려갔고 나 역시 사진을 찍었다. 내가 촬영한 필름 두 통을 AP 사이공 지국에 가져갔고,
미국인 사진부장이 벌거벗은 아이 사진 한 장을 고른 뒤 20달러를 건넸다”고 말했다
. 당시 사이공 지국 사진 에디터였던 칼 로빈슨도 “나는 우트가 찍은 소녀의 옆 모습 사진을 추천했지만, 사진 부장 호르스트 파스가 프리랜서가 촬영한 정면 사진을 선택했다”며 “그는 ‘우리 기자 바이라인을 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증언해줄 파스는 2012년 사망했다.

베트남전 참상이 담긴 '네이팜탄 소녀' 촬영자로 알려진 사진 기자 닉 우트(오른쪽 두 번째)와 사진 속 주인공인 판 티 킴 푹(오른쪽 세 번째)이 2022년 5월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사진을 전달하고 있다. 바티칸=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AP통신은 이후 두 차례 자체 조사 끝에 ‘우트가 촬영하지 않았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50년 전 그날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증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사건 당일 촬영된 사진과 영상, 목격자 증언 등을 검토한 결과, 촬영자가 달랐다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고 덧붙였다. 우트는 다큐멘터리 상영 금지 가처분 소송과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반면 WPP재단은 5개월간 자체 조사를 벌인 뒤 응우옌 측 주장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진이 찍힌 위치와 거리, 사용된 카메라 등을 분석한 결과, 우트보다 응우옌이 더 좋은 위치에 있었을 가능성
이 높다고 봤다. 주마나 엘 제인 쿠리 WPP재단 전무는 “50년 넘은 사진의 저작권자를 다시 살피는 일은 사진 저널리즘 기준을 세워온 WPP의 책임”이라며 “이번 결정이 진실성과 저작권, 시각 스토리텔링의 의미를 다시 논의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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