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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겸 주주 의결권 제한 명문화
지배구조 투명성 한층 강화 전망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 사진=김병언 한국경제신문 기자


대법원이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자신의 보수한도 승인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최종 판단했다.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가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홍 전 회장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로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홍 전 회장이 최종 패소한 것이다.

이번 소송은 2023년 5월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한도를 50억원으로 정하는 6호 의안에 홍 전 회장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심 감사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총회의 결의에 관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의 해석을 둘러싸고 그동안 실무와 학계에서는 여러 논쟁이 있었으나 이번 판결로 그 기준이 명확해졌다는 평가다.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였다는 점에서 의결권 행사의 적법성 여부가 쟁점이 됐다. 그는 이후 독립 당사자 참가 신청을 통해 재판에 참여하며 끝까지 항소를 이어갔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심 감사, 피고는 현재 한앤컴퍼니가 대주주인 남양유업이지만 실질적으로 판결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당사자는 홍 전 회장이었기 때문이다.

홍 전 회장 소송대리인은 법무법인 위가 1심부터 맡았으며 상고심에는 법무법인 케이에이치엘과 정준호 변호사가 합류했으나 판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원고 소송대리인은 엘에이비파트너스(LAB파트너스)가 맡아 최종 승소를 이끌었다.

이사보수 한도 안건의 특별이해관계 명확히 인정


이 사건 1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7민사부(이종서 판사)는 2024년 5월 31일 홍 전 회장의 의결권 행사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2023가합66328).

재판부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이사의 보수한도액은 향후 개별 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보수액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점, 주주인 이사의 보수는 회사의 지배에 관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해당 주주의 개인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홍 전 회장은 이사의 보수한도액 승인에 관한 안건에 대해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주주로 보아야 할 것”이라며 “주주총회에서 개별 이사에 대한 보수액을 결정하는 경우와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20민사부(재판장 장석조 부장판사)도 올해 1월 22일 선고에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홍 전 회장의 특별이해관계를 더욱 분명하게 판시했다(2024나2027590, 2024나2051821).

재판부는 “실제로 지급된 보수가 이사보수한도를 하회한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은 이 사건 결의에 관해 개인적인 이해를 가지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매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전체의 ‘이사보수 한도의 건’을 결의하고 주주총회가 승인한 보수한도 범위 내에서 이사회 등이 개별 이사의 보수를 정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이는 상법 제388조에 따라 등기이사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정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사 겸 주주가 자신의 개별 보수를 정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특별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의결권을 제한했지만 이사 전체의 보수한도를 정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특별이해관계가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었다.

이사 겸 주주가 이사 전체의 ‘이사보수 한도의 건’에 대해서도 특별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하급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5. 4. 23. 선고 2014나2035141 판결)이 이전에도 있었지만 당시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지는 않았고 실무 관행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하급심 판결을 확정함으로써 그동안의 실무 관행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커졌다.

원고 소송대리인인 안진호 LAB파트너스 변호사는 “그동안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이사보수 한도를 포괄적으로 결의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굳어져 왔다”며 “대주주가 이사를 겸직하는 기업들이 많아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주주총회 진행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 주목


이번 대법원 판결로 통상적인 관행과 다른 판례가 대법원에서 확정됨에 따라 기업과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기업지배구조 투명성과 소수주주 보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전체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서도 이해관계자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불필요한 보수 인상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이사 겸 주주의 의결권 제한으로 의사결정 과정이 복잡해지고 주주총회 안건 통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지평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인 대주주가 이사인 경우 해당 주주 의결권이 제한돼 다른 일반 주주에 대한 적극적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를 통 가결 정족수를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며 “주주총회 소집 및 진행 과정에서의 충실한 준비 및 사전 투자설명회(IR) 활동을 통한 면밀한 주주 소통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홍 전 회장은 이번 판결로 인해 당초 예상됐던 170억원의 퇴직금이 대폭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퇴직 임원의 보수 결정에도 영향을 미쳐 향후 퇴직 임원 처우 결정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돋보기]

주총 결의요건 계산법도 달라져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판결로 인해 이사보수 한도 안건에서 이사 겸 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됨에 따라 주주총회 결의요건 산정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사보수 한도의 건은 상법 제368조 제1항에 따라 보통결의가 필요하며 ①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 및 ②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출석 의결권 과반수 요건의 경우 상법에 명시적 규정이 있어 특별이해관계에 있는 주주의 의결권은 출석주식에 산입하지 않는다.

그러나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 요건에 대해서는 상법에 명시적 규정이 없어 실무상 혼선이 있을 수 있다.

윤상원 클라스한결 변호사는 “발행주식총수 1만 주 중에서 의결권이 제한되는 주식수가 8000주라면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주식수는 2000주이므로 애초부터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이는 감사 선임 시 3%를 초과하는 주식의 의결권 제한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감사 선임 사례에서 “감사의 선임에서 3% 초과 주식은 상법 제371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상법 제368조 제1항에서 말하는 ‘발행주식총수’에 산입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6. 8. 17. 선고 2016다222996 판결). 이러한 논리는 이사보수 한도의 건에 관한 의결권 산정 시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윤 변호사는 “앞으로 기업들은 등기이사를 겸직하는 주주의 의결권은 출석한 의결권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출석한 의결권의 과반수 찬성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발행주식총수 계산 시에도 해당 주식을 제외하고 나머지 찬성한 의결권이 4분의 1 이상인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란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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