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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열린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 사령관 이취임식에서 제이비어 브런슨 신임 사령관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평택=뉴스1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도 “북한을 격퇴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환으로 역내 작전과 활동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대만이나 일본이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으로 묘사된 적은 많지만 미국이 한국에 이런 표현을 쓴 적은 없었다. 동아시아 안보 지형이 급변하며 주한미군 역할도 바뀔 가능성이 커졌다.

브런슨 사령관의 언급은 한국의 전략적 위치가 가진 중요성을 부각시켜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새 국방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가운데 주한미군을 전략적 유연성이란 이름으로 중국과 러시아 견제에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미군 투입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006년 참여정부 당시 한미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존중하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이후 구체적 협의 절차 등은 논의된 게 없다. 해석상 차이가 없지 않지만 주한미군의 가장 큰 임무는 북한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것이다. 한국이 외국군대 주둔을 허용한 건 이 때문이다. 주한미군 역할 조정은 본연의 임무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만 가능하다. 한국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한반도 불안정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국정 공백 속에 외교 안보에 대한 국민 불안이 큰데 대선 후보들은 엉뚱한 이야기만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중국과 대만이 싸우든 말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냐”고 하지만 이로 인해 주한미군이 대만에 투입되면 한반도 안보 공백이 우려된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자체 핵 잠재력을 강화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 방안은 분명하지 않다. 트럼프 2기는 전 세계 무역뿐 아니라 안보 질서까지 뒤흔들고 있다. 주한미군 역할 조정을 수용할지 여부, 불가피하다면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지, 이 과정에서 국익을 어떻게 지킬지 등 국민적 컨센서스가 필요한 과제가 쌓여가고 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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