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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장애인 등 저소득층 생존 문제” vs “의료급여 안정적 유지 위해 자가 부담 필요”

지난해 7월 29일 오후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의료급여 정률제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급여는 국가가 저소득층의 의료비를 보장하는 제도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그동안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을 때 1000~2000원, 약국에서 약값 500원을 부담했다. 보건복지부는 오는 10월부터 의료급여 수급자가 진료비 4~8%와 약값 2%를 정률제로 부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일부 의료급여 수급자가 과도하게 병원을 찾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은 저소득층 수급자들이 의료비가 부담스러워 치료를 포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물리치료를 하면 지금보다 2배 이상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급여는 1977년 저소득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 수급자는 병원과 약국을 무료로 이용하다 2007년부터 일정 금액을 정액제로 부담하게 됐다. 복지부는 오는 10월 의료급여 정률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의료급여 제도 시행 48년, 개인 부담 18년 만에 도입되는 것이다.

1종 수급자 의료비 1000원→최대 8% 부담
의료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 저소득층에게 정부가 의료비를 지원해주는 제도다. 2025년 기준으로 1인 가구는 95만6805원, 3인 가구는 201만141원, 4인 가구는 229만1965원 이하일 때 의료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근로 능력이 없는 1종, 그밖에 2종으로 나뉜다. 1종 수급자는 외래 진료를 받을 때 동네 의원에 1000원, 병원·종합병원에 1500원, 상급종합병원에 2000원을 지급한다. 약국에는 500원만 낸다. 2종 수급자는 동네 의원에 1000원, 약국에 500원을 지급한다. 병원·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에는 의료비 15%를 부담한다.

복지부는 앞으로 의료급여 1종 수급자가 동네 의원에서 의료비 4%를 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병원·종합병원은 6%, 상급종합병원은 8%, 약국은 약값 2%를 지급해야 한다. 2종 수급자도 동네 의원과 약국에서 의료비와 약값을 각각 4%, 2% 내야 한다. 병원·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은 지금처럼 의료비 15%를 부담한다. 복지부는 대신 병원을 자주 다녀 한 달 전체 의료비와 약값이 5만원을 넘으면 초과 금액의 100%를 환급한다.

정률제를 실시해도 감기 치료처럼 의료비가 적으면 차이가 없다. 예컨대 의료급여 1종 수급자가 감기에 걸려 동네 의원을 방문해 의료비가 1만3000원, 약값이 5000원 나온 경우 기존에는 의료비(1000원)와 약값(500원)을 포함해 1500원만 냈다.

정률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의료비는 520원(4%), 약값은 100원(2%)으로 더 줄어든다. 복지부는 정률제를 시행해도 최소한 의료비는 1000원, 약값은 500원을 납부하도록 설계했다. 이렇게 되면 1종 수급자는 마찬가지로 1500원을 납부한다.

의료비가 커지면 정률제에서 부담이 늘어난다. 만약 동네 의원에서 물리치료를 받고 의료비가 7만원, 약값이 4만원 나와도 현재 1종 수급자는 감기 치료와 마찬가지로 1500원을 낸다. 정률제를 도입하면 의료비 2800원(4%), 약값 800원(2%)을 합쳐 3600원을 지급해야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국민 97%에 해당하는 건강보험 대상자들은 보통 의료비와 약값의 30%를 납부한다. 동네 의원에서 의료비가 1만3000원, 약값 5000원이 나왔다면 각각 3900원, 1500원을 낸다. 물리치료를 받아 의료비가 7만원, 약값이 4만원 나왔다면 각각 2만1000원, 1만2000원을 지급한다.

지난해 10월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빈곤사회연대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철회 촉구 결의대회에 한 집회 참석자가 휠체어에 누워 있다. /뉴스1

“정률제 정책 철회” vs “제도 유지 위해 필요”
보건의료 시민단체는 정률제에 반발하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시민건강연구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참여연대와 “의료급여 정률제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난 15일 밝혔다. 김 의원은 “의료급여 수급자는 노인, 장애인, 만성질환자 비율이 높다”면서 “의료 급여는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하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고 했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정률제를 도입해 수급자가 1년에 외래 진료를 365회 넘게 받으면 본인 부담 30%를 적용할 방침이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외래를 연간 365회 넘게 이용하는 사람은 전체 수급자의 1%도 되지 않는다”면서 “약자의 취약함을 이해하고 존엄을 지키는 복지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은 “가난한 이들의 건강을 지키는 의료급여의 존재 이유가 무너진다”고 했다. 정 연구원은 “진료비가 많이 나올수록 더 부담해야 한다는 경제적 관점 대신 수급자들 입장에서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빈곤과 불건강의 악순환을 끊고 정률제를 철회야 한다”고 했다.

반면 복지부는 의료급여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급여 수급자는 156만명으로 국민의 3%를 차지하지만, 의료급여 총지출은 11조6000억원이었다. 국민 97%인 건강보험 대상자는 지난해 97조4000억원을 지출했다. 2023년 건강보험 가입자 중 소득 하위 5%는 1인당 평균 진료비 227만원을 썼지만, 의료급여 수급자는 695만원을 사용했다.

복지부는 의료급여 정률제를 도입하는 대신 수급자에게 지급하는 건강 생활 유지비를 월 6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 생활 유지비를 병원에 방문했을 때 의료비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유지비가 남으면 다음 달로 이월하거나 환급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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