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 사업 개요
미국 측이 오는 6월3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한국 통상 당국자를 초청했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참여 압박을 본격화한 셈인데, 한·미 관세협상과 관련한 주요 결정을 차기 정부 출범 뒤로 미뤄둔 정부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통상당국은 대통령 선거일과 겹친다는 이유로 이 초청을 거절할 가능성이 있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에 따르면 미 알래스카 주정부는 6월3~5일(현지시간)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알래스카 지속가능 에너지’ 콘퍼런스에 맞춰 한국 등의 고위급 통상 당국자를 초청했다. 초청일은 콘퍼런스 개막 전날인 6월2일로, 한국 시간으로는 21대 대통령 선거일인 3일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초청에 응할지는 아직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이 안덕근 장관을 초청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고위급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내용상 고위급 방문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알래스카 초청’은 앞서 외신이 예측 보도를 한 바 있다. 지난달 24일 뉴욕타임스는 6월2일 알래스카에서 미국 측이 한국과 일본 관계자들을 초청한 뒤 투자의향서에 서명토록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은 이미 지난 3월 국영 석유기업이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공사(AGDC)와 LNG 구매·투자의향서(LOI)에 서명했다. 투자의향서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계약에 이를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한다는 내용이 담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문그룹인 미국의 ‘에너지 지배 위원회(NEDC)’가 한국과 일본에도 같은 의향서를 받아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보도 내용이다.
미국 측이 실제로 알래스카 초청을 해옴에 따라 ‘압박 시나리오’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다만 통상당국은 ‘신중 모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 관계자가 “공교롭게도 초청일이 한국 대선일과 겹쳐 (참석 여부에 대한) 고민이 깊다”고 설명한 것을 볼 때, 통상당국은 대선을 이유로 미국의 초청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알래스카 북단의 프루도베이의 가스전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1300㎞에 이르는 수송관으로 운송해 액화한 뒤 수출하는 프로젝트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한·일·대만 입장에선 LNG 운송기간이 대폭 단축되지만 64조원(약 44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투자 비용과 혹한의 여건 때문에 사업성이 좋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정부는 그간 경제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투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한·미가 관세를 두고 처음 얼굴을 맞댔던 지난 24일 안 장관은 “알래스카 문제는 현지 실사를 하고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충분한 검토’를 강조한 바 있다.
산업부는 알래스카 현지 실사 일정 역시 ‘속도조절 중’이다. 최남호 2차관은 지난달 “(알래스카 사업 참여와 관련해) 한·미 양국 간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며 이를 위해 알래스카 출장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곧 실사가 이루어질 듯 말했지만, 실제로는 아직도 실사 일정을 잡지 않았다. 통상당국 안팎에서는 현지 실사 역시 차기 정부 출범 뒤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