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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지하수 유출량이 많은 지하철 역사 주변으로 공동(땅속 빈 구멍)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 구멍이 여러 곳 발생한 곳은 땅꺼짐(싱크홀) 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특별 조사와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15일 서울시의 ‘2023년 공동조사용역(1-1권역) 최종보고서’를 보면 13개 자치구의 도로 1362.4km 구간을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한 결과 공동이 288곳 발견됐고 이 중 61.5%(177곳)가 지하철 통과구간에서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 및 노선에서 지속적으로 유출지하수를 배출하고 있으며, 지하수 유출량이 많은 역사 주변으로 공동이 집중 발생한 경향이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지하수 유출량이 많고 공동이 집중 발생한 구간으로 꼽은 곳은 대치역, 둔촌동역, 둔촌오륜역, 이수역 4곳이었다. 하루 평균 지하수 유출량을 보면 대치역은 1413톤(t), 둔촌동역은 1080톤, 둔촌오륜역은 978톤, 이수역은 2071.4톤에 달한다.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지하수 유출량은 약 340톤이다. 특히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통과하는 이수역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공동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7개 자치구의 도로 1467.98km를 탐사한 ‘2023년 공동조사용역(1-2권역) 최종보고서’에서는 공동 발생률이 높고 주기적 집중점검이 필요한 특별점검구간으로 신촌역~아현역 구간(2호선), 을지로입구역~충정로역(2호선), 마포역~애오개역(5호선), 서대문역~독립문역(3호선), 충무로역~동대문역(4호선), 강남역~삼성역(2호선), 태릉입구역-마들역(7호선) 등 8개 구간을 선정했다.
일부 지하철 노선 구간에서는 공동 복구를 한 뒤에도 반복적으로 동공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자치구의 도로 1064km를 탐사한 ‘2024년 공동조사용역(2-2권역) 최종보고서’에서는 4호선(사당-서빙고선, 동작대로), 3호선 일부와 4호선 일부(양재-혜화선, 동호로-대학로), 6호선(성산-진관외선, 증산로-연서로), 9호선(이수-청담선, 신반포로)에서 공동이 다수 발견돼 집중적으로 재발생된다고 분석했다.
이호 한국지하안전협회 회장은 “공동이 재발견되는 곳은 싱크홀이 생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라며 “특히 이런 구간은 엄밀한 조사와 원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땅꺼짐 예방을 위해 지하수 유출 등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조복래 지하공간연구소 소장은 “지하철이나 고층 건물의 지하공간, 굴착공사장 등에서 지하수가 과도하게 유출되면 주변 토사를 쓸고 가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지반이 약화하면서 땅꺼짐이 발생할 우려가 커진다”며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하 수위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지하수 배출 허용값 상한을 정하는 등 지하수 배출을 규제해야 한다”며 “배수를 줄이기 위해 방수 설계시공을 강화하고 의무화하는 등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매년 서울 시내 도로를 대상으로 공동조사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발견된 공동에 대해 충전재 주입, 굴착 작업을 통해 복구를 완료했다”며 “동공 집중 발생구간은 주기적으로 집중점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형 굴착공사장 가운데 지하철 공사장 인근을 대상으로 월 1회 지표투과레이더 결과를 공개하고 지반특성과 지하수 흐름을 고려한 ‘지반 특성 반영 지도’도 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