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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 차별 혐오 맞선 재일동포 신숙옥씨
DHC TV 혐한 방송에 극우 협박 스토킹 시달려
"조선인 학교선 반쪽바리, 한국선 간첩 의심"
“사회 문제 비판 한국 젊은이 보며 힘 얻어”
전주영화제 화제 다큐 ‘호루몽’에 활동 담겨
다큐멘터리 '호루몽'은 자이니치 3세 신숙옥(왼쪽)씨의 삶과 활동을 통해 재일조선인의 역사와 현재를 돌아본다. 엣나인필름 제공


고교 졸업 후 삶이 막막했다. 대학 진학도 취업도 하기 쉽지 않았다. ‘자이니치(재일조선인)’라는 장벽은 높고도 높았다. 하지만 그는 모델이 돼 빈곤을 탈출했고, 성공한 사업가가 되기도 했다. “일본 남성보다 4배 더 일한” 결과였다. 자이니치로서는 드물게 안락한 삶을 살던 신숙옥(66)씨는 2013년부터 폭풍우 속을 걷는 듯한 삶을 살고 있다.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의 혐한 발언을 TV방송에서 비판하면서부터다. 신씨는 일본 극우의 주요 타깃이 됐다.

지난 9일 막을 내린 제26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다큐멘터리 ‘호루몽’은 신씨의 범상치 않은 삶을 담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전북 전주시 고사동 한 카페에서 신씨를 만났다.

"협박 피해 독일 2년 생활... 괴롭힘은 지속"

자이니치 3세 신숙옥씨는 "BTS 노래를 처음 듣고 눈물을 흘렸다"며 "(세계인이 즐기는) 음악에 한국어가 녹아 있어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제목 ‘호루몽’은 재일조선인 음식에서 비롯됐다. 일본인이 내다버린 고기 내장을 구워 먹으면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호루몽은 재일조선인의 신산한 삶을 상징한다. 신씨라고 다르지 않았다. 차별은 숙명이었다. 고교 졸업 후 그가 죽음까지 생각했던 이유다.

영화는 신씨의 가족사와 더불어 신씨가 어린 시절 겪었던 수난, 성인이 된 후 열게 된 성공시대, 일본 사회 각종 차별과 혐오에 맞서 싸우는 모습, 혐한 방송 DHC TV에 대한 법정 투쟁 등을 99분에 압축하고 있다. 여러 영화 속 주인공들 사연을 한곳에 모아놓은 듯하다. 신씨는 “(일본 내) 여자의 삶으로는 보통(흔한 사례)입니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영화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유튜브 방송 DHC TV와의 싸움이다. DHC TV는 오키나와 미군기지 이전 투쟁에 신씨가 참가한 걸 두고 2017년 1월 낭설을 제기했다. 재일조선인 반일 운동가 신씨가 경제 지원을 하고 있는 투쟁이라 순수성이 의심된다는 내용이었다. 방송은 지상파TV 도쿄MX 전파를 타기도 했다. 신씨는 극우단체의 협박과 스토킹에 시달렸다.

신씨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2년 동안 독일에 체류했다. 그는 “독일에서 객관적으로 일본 역사와 세계 역사를 배우게 됐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일본으로 돌아와 DHC TV에 대한 법정 싸움에 돌입했다. 대법원까지 가는 다툼 끝에 그는 최종 승리한다.

"일본 내 인종차별 악화 두렵다"



신씨는 2013년 설립된 헤이트스피치 반대 일본 시민단체 노리코에네트 공동대표다. 그는 최근 일본 사회의 인종차별이 “두렵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 동네 사람들이 인종주의 발언을 일상적으로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신씨는 “(인종주의가) 분명 악화됐지만 2013년(반헤이트스피치 운동)을 계기로 개인이 행동에 나서기 시작한 것에서 희망을 느낀다”고도 했다.

신씨는 초등 3학년부터 중등 1학년까지 조선인 학교를 다녔다. 일본 학교에서 전학한 그는 “반쪽바리” “반동분자” “종파분자”로 불렸다. “혁명가 집안 아이라면” 운운하던 교사에게 “바보냐”고 항의했다가 폭행당해 허리를 다친 후 조선인 학교를 그만뒀다. 신씨가 북한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다. 한국은 애증의 대상이다. “1987년 처음 한국에 오니 공항에 경찰차 2대가 나와 있었다”고 한다. 간첩으로 의심된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여권을 취득하는 과정이 지난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에서 힘을 얻는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에 대해 항의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열심히 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는 거다.

신숙옥씨는 사회운동을 하며 경제적으로 안락한 삶을 잃었다. 그는 후회한 적 있냐는 질문에 "한 번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엣나인필름 제공


"웃으면서 말해야 변화 가져와"



영화 속에서 신씨는 늘 웃는 얼굴이다. 강연에서 어린 시절 차별받은 이야기를 할 때도, TV에 출연해 극우인사 망언에 반박할 때도 웃음과 유머가 함께 한다. 신씨는 “테크닉”이라고 말했다. “(제가 지닌) 너무 무거운 짐을 바로 건네면 다들 도망가기에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일본인이 ‘당신 같은 사람을 조선인으로 두기에 너무 아깝다’고 말했어요. 화가 났지만 저는 웃으며 ‘당신은 일본인으로 그냥 두기에 아깝네요’라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자리를 부드럽게 만들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일본)사회는 변할 수 없거든요.”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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