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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문수 대선 후보 자격 박탈 및 무소속 한덕수 예비후보 입당, 대선후보 등록 공고 절차를 밝히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지도부가 밀어붙인 헌정사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가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경선에서 선출된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10일 새벽 기습 박탈하고 한덕수 예비후보를 세우려다 전 당원 투표에서 부결됐다. 77만 명의 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경선 결과를 비공개 회의에서 무력화하고 갓 입당한 외부 인사를 후보로 추대하는 등 절차적 정당성을 무시한 탓이다. 수권정당을 자처하는 국민의힘이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것을 넘어 정당 민주주의를 무너뜨린 폭거를 자행한 사실에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김 후보가 후보 선출 이후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약속을 저버린 게 이번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건 사실이다. 그가 선출된 이유 중 하나는 한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출 이후엔 단일화에 소극적 태도로 일관, 그의 약속만 믿고 지지했던 당원과 국민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더라도 공당의 대선 후보 경선 결과를 일주일 만에 뒤집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명분과 정당한 절차가 필요하다. 단일화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만으론 부족하다. 더욱이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 동안만 후보 등록 신청을 받은 것은 상식적 정당이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서류를 미리 준비해 두고 있던 한 예비후보에게 입당과 등록을 가능케 한 편법을 사용해 당원들의 피선거권을 제한한 셈이다. 당 안팎에서 "북한에서도 이렇게 안 한다"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 등 힐난이 쏟아진 것은 지도부가 스스로 정당 민주주의를 저버린 탓이 크다. 한 예비후보도 국민의힘 경선 과정을 건너뛰고 대선 후보로 무임승차하려다 '50년 공직' 경력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겼다.

그나마 당원들이 후보 교체를 반대해 지도부의 폭주를 막은 건 긍정적인 대목이다. 이번 사태를 후보 교체를 둘러싼 해프닝으로만 여긴다면 오판이다. 정당 내 권력을 가진 세력이 언제든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당원과 국민을 배신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지도부 입장에선 대선 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절박했다손치더라도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하는 건 절대 안 된다. 이러한 정당이 대선에 후보를 내세운들 국민이 찍어줄 리도 만무하다.

이번 사태는 대선 이후 친윤석열계의 당권 장악 시도로 이해하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책임이 큰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사퇴로 끝날 일이 아니다. 선출되지 않은 비대위가 당원 다수가 반대한 후보 교체를 밀어붙인 것에 대한 문책을 확실히 마무리짓고 넘어가야 한다. 이를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도 절연하는 계기로 삼아 심기일전해야 한다. 더 이상 윤 전 대통령에게 휘둘려선 곤란하다. 이러한 반성 없이 국민에게 대선에서 표를 달라는 것은 몰염치한 태도다. 국민의힘이 환골탈태하지 않는다면 대선 승리는 고사하고 앞으로 법치와 절차를 중시하는 보수정당이라 불릴 자격조차 없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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