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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형 아우구스띠노회 한국지부장

새 교황으로 선출된 레오 14세는 수도회 출신이다. 로마에 본부를 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다. 미국 시카고에서 출생한 레오 14세는 스물두 살 때,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에 입회했다. 이후 남미의 페루로 가서 선교 사목을 했다. 2001년에는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총장이 되었다. 6년 임기를 마친 뒤 재선 돼, 2013년까지 총장직을 역임했다.

총장 재임 당시 한국을 네 차례 방문했다. 한국의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를 돌아보기 위해서였다. 방한 당시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레오 14세) 총장을 직접 만났던 조우형 신부(45, 아우구스띠노회 지부장)를 8일 인터뷰했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지부장을 맡고 있는 조우형 신부는 레오 14세 교황이 15년 전 수도회 총장으로서 방한했을 때 만난 적이 있다. "강인하면서도 너그러우신 분"으로 기억했다. 사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Q : 어떤 인상이었나.


A :
“미소를 띠고 주위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셨다. 강하면서도 너그러우신 분. 지금도 그런 인상이 남아 있다. 하느님에 대한 믿음에 있어서는 굉장히 강하시고, 그 신앙을 다른 이에게 표현할 때는 너그러우신 분이었다.”
2010년 수도회 방문 당시 프레보스트 총장은 한국 음식을 먹었다. 불고기와 잡채 등 한국 음식을 좋아했다. 봉은사를 방문해 젓가락으로 국수를 먹기도 했다. 조 신부는 “수도회 총장 신부는 세계를 돌면서 그 나라 음식을 먹는다. 거기에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존중의 뜻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Q : 한국의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는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는다. 프레보스트 추기경과 최근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들었다.


A :
“40주년을 맞아 한국을 찾아달라고 초청했다. 이에 대한 이메일이 오고 가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선종했다. 그리고 이어서 열린 콘클라베에서 새 교황으로 선출되셨다.”

Q : 같은 수도회 출신의 첫 교황이다. 소회가 어떤가.


A :
“수도회 수사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 수도회의 수도자들은 ‘영성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성인을 따라서 살려고 하는 마음이 있다. 생활도 그렇게 한다. 레오 14세 교황께서는 몸소 수도회의 영성에 따라 수십 년을 사셨다. 그러니 교황직을 잘 수행하실 역량이 있다고 본다. 몸에 배어있는 마음과 영성이 있으시다.”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 시절 한국을 찾은 프레보스트 총장(가운데). 수도회 수사들은 같은 수도회 출신 교황이 선출된 것에 대해 기쁘다고 했다. 사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Q : 교황 명칭을 ‘레오 14세’로 정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A :
“레오 13세(1810~1903) 교황의 지향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시는 격동기였다. 혼란스러운 시대였다. 레오 13세 교황님은 교회 내부를 향해서는 다소 전통을 고수하는 입장이었고, 사회를 향해서는 회칙 ‘새로운 사태’를 발표하는 등 사회 정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피력하셨다. 아마도 새 교황님은 지금을 그런 시대로 보시는 것 같다. 그래서 교황 선출 후 첫 메시지로 ‘평화’를 말씀하신 것 같다. 지구상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세계의 정치와 경제도 분쟁 속에 있으니까.”

Q : 레오 14세 교황은 미국 출신인데, 남미의 페루에서 오랜 세월 선교 사목을 했다. 주교가 된 뒤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선교사’라고 말한 바 있다. 그건 어떤 의미인가.


A :
“아우구스띠노 수도회의 모토는 ‘봉사’다. 세상 안에서 교회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봉사다. 레오 14세 교황님은 그런 봉사에 대한 요청을 받을 때마다 ‘예’라고 대답했다. 미국에서 남미로 갈 때도 그렇다. 수도회 장상이 묻는다. 가겠느냐. 그때 ‘예’라고 대답하며 순명(順命)한다.”
레오 14세 교황은 그렇게 페루에서 거의 20년 선교사 생활, 8년 넘게 주교 생활을 했다.

프레보스트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사목 횔동을 하고 있다. 사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레오 14세 교황은 신학교에 입학하기 전, 고등학교 교사로 일했다. 역사를 가르쳤고, 농구 코치도 맡았다. 당시 제자들은 “강인하고 공정하신 분이었다. 특히 점심시간에 혼자 앉아있는 학생을 늘 눈여겨보며 챙겼다”고 회상했다. 아울러 새 교황은 재즈팬이다. 직접 트럼펫도 연주한다. 그는 재즈를 통해 ‘주의 깊게 듣기, 겸손하게 즉흥적으로 연주하기, 침묵이 말을 하도록 내버려 두는 법’ 등을 익혔다고 한다.


Q : 새 교황은 추기경 시절, 교리가 최우선이 아니라고 했다. “우리의 첫 번째 임무는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의 의미를 가르치고, 주님과 우리의 친밀함을 증거 하는 것”이라고 했다. 무슨 뜻인가.


A :
“교리에 치중하다 보면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가 없는 상황이 많아진다. 중요한 건 복음서에 나와 있는 예수님의 마음과 행적이다. 교리를 경직되게 고집하기보다, 예수님의 마음을 통해 소화하고 나아가야 한다. 그 마음을 우리가 소화할 수 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걸 강조하신 거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금껏 한국을 네 차례 방문했다. 수도회 총장 시절, 한국의 수사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사진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레오 14세 교황은 평소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좋아했다. 강론과 미사, 그리고 바티칸에서 열린 개인 피정에서도 이 책을 여러 차례 인용한 적이 있다. 특히 좋아하는 건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대목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 눈에 보이지 않는 영성, 눈에 보이지 않는 하느님. 새 교황이 말하는 우리 삶의 뿌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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