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 선언 8일 만에 퇴장했다. 내란 혐의 피의자인 ‘내란 대행’의 출마엔 명분이 없다는 비판과 관권·사전 선거운동 지적을 무릅쓰고 지난 2일 “나라가 무책임한 정쟁으로 무너지도록 방치해선 안 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한 전 총리는, 후보 강제 교체 시도라는 극단적인 국민의힘 내부 정쟁에 올라탔다가 결국 “50년 관료 생활을 추함으로 마감했다”(홍준표 전 대구시장)는 평가로 남게 됐다.
한 전 총리는 11일 서울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선 출마 결정 전후 제게 보내주신 응원과 질책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다. 전날 밤 국민의힘 당원들이 ‘한덕수로 후보 변경’ 투표를 부결한 뒤 낸 입장문에서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한덕수 차출론’을 피워 올린 지 약 한달 만이다.
한 전 총리 출마설은 헌법재판소가 그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해 대통령 권한대행 업무에 복귀한 지 약 2주 만인 4월8일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측근인 이완규 법제처장 등을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을 지명하면서 불붙기 시작했다. 한 전 총리는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대선 출마 여부를 “고민 중”이라고 하는 등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어 지난 1일 총리직을 사퇴하는 날까지도 외국 정상과 통화, 한-미 관세 협상, 영호남 지역 순방 등 권한대행직을 출마 준비에 이용해 ‘국고로 하는 사전 선거운동’ 비판을 받았다.
한 전 총리는 국민의힘 후보가 확정되기 하루 전인 2일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이 자리엔 김기현·추경호 의원 등 친윤계 핵심 의원들이 함께해, 한 전 총리가 ‘김문수-한덕수 단일화’를 주장하는 친윤계들에게 전적으로 기대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 전 총리의 단일화 요구에 김문수 후보가 “경선도 안 치러놓고 왜 뒤늦게 청구서를 내미느냐” “꽃가마를 태워달라는 거냐”고 반발하자, 한 전 총리는 “모든 것을 당에 일임하겠다. 11일까지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는 결국 한 전 총리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버티던 김문수 후보 쪽이 낸 대선 후보 지위 인정과 전당대회·전국위원회 금지 가처분 신청이 9일 기각되자,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한 당 지도부와 한 전 총리 쪽은 이날 밤 바로 당 후보 강제 교체 작업에 착수했다. 한 전 총리는 10일 새벽 3시부터 4시까지 1시간으로 제한된 새로운 대선 후보 등록 신청 시간에 맞춰 입당 서류와 함께, 필요한 32가지 서류를 제출했다. ‘한덕수 후보 추대’와 다름없는 상황에 당 경선에 참여했던 이들과 비윤계 의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10일 밤 9시까지 진행된 ‘한덕수로 후보 변경’ 찬반 투표에서 당심도 한 전 총리에게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