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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징역 15년’ 원심판결 확정
허위 사업모델로 조직적 사기 행각
실제 수익 없어 돌려막기식 운영
[법알못 판례 읽기]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스1


4500억원 규모 유사수신 범행을 주도한 다단계 업체 아도인터내셔널의 대표 이모 씨에 대해 하급심이 선고한 징역 15년형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형량은 형법상 사기죄를 저지른 사람의 죄가 여러 개일 때 경합범 가중을 적용해 법원이 내릴 수 있는 법정최고형이다.

법원은 최근 서민 피해가 큰 사기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한껏 높였다. 오는 7월 이후 공소가 제기된 조직적 사기 범죄에 대해선 무기징역까지 권고할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이 수정됐다.

투자자 3만6000명 속여 4468억 편취


대법원 2부(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지난 5월 1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위반 및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 씨 사건에 대해 검사와 이 씨 측이 제기한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로써 1·2심이 선고한 징역 1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연령, 성행(성품과 행실), 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살펴볼 때 원심(2심)이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 씨는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를 상대로 유사수신행위를 벌인 혐의로 2023년 6월 구속기소됐다. 유사수신이란 합법적 인허가나 등록·신고 등 절차를 거치지 않고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을 뜻한다. 실제 수익 모델이 없는데도 원금 보장에 더해 높은 수익까지 보장한다는 식으로 금융 소비자들을 속이는 행위다.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 사실에 따르면 이 씨는 2023년 1월 말경 경기 부천시의 한 커피숍에서 공범들과 함께 유사수신업체 아도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대대적 유사수신행위를 계획한 뒤 여기에 ‘X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였고 직급과 수익 구조를 세분화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둔 아도인터내셔널은 16개 계열사를 두고 있었다. 이 씨와 공범들은 이 계열사들이 여러 공장에서 나오는 땡처리 물건과 명품 옷을 저렴하게 사들여 국내에 유통하고 해외에도 수출한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 씨가 영위하는 샤시업과 인테리어 사업은 수익이 한 번에 100~200%까지 발생한다고도 했다. 아도인터내셔널에 투자하면 원금도 보장해 줄뿐더러 매일 1.0~2.5%(30만원 투자하면 1.0%, 150만원은 1.5%, 300만원은 2.0%, 500만원은 2.5%)의 복리이자, 추천 수당 2~10%, 직급 수당 0.4~1.3%의 고배당 투자 수익금을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편취했다.

자금 모집책 등 역할을 한 공범들은 이 씨의 지시에 따라 서울·대구·부산·광주 등 전국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열었다. ‘아도페이’라는 별도의 결제 앱을 개발해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포인트로 전환해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치밀하게 범죄 전략을 짰다.

法 “사행심 자극, 근로의식 저해…엄중 처단해야”


검경 수사 결과 아도인터내셔널은 물건의 수출과 유통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 구조나 모델을 두고 있지 않았다. 이 씨와 공범들은 애초부터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투자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

후순위 투자자들에게서 뜯어낸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하는 ‘돌려막기’식 운영을 계획했던 것이다. 이 씨는 아도인터내셔널 계열사들의 영업 실적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리기도 했다.

한 계열사가 2023년 2월 15~25일 약 2억원, 2월 26일~3월 11일 약 3억5000만원, 3월 12~25일 약 30억원, 3월 26일~4월 19일 약 130억원씩 매출을 달성했다는 허위 리포트를 작성해 투자자들이 볼 수 있는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리는 식이었다.

검찰은 이 씨와 모집책이 2023년 2월부터 7월까지 총 14만2463회에 걸쳐 투자자들로부터 약 4468억원을 끌어모아 유사수신행위법을 위반했다고 봤다. 투자자들을 기망한데 대한 사기죄도 적용됐다.

1심 법원은 “이 씨와 공범들의 사기, 유사수신 범행으로 인한 피해자 수가 80명 내지 1295명에 이르고 편취 금액이 적게는 17억여 원에서 많게는 249억여 원, 유사수신액은 4400억여 원을 넘어 죄질이 상당히 불량하고 책임이 무겁다”며 이 씨를 징역 15년에 처했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피해자는 총 3만6000명에 이른다. 이 중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2106명, 피해 금액은 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재판부는 “유사수신에 의한 사기 범행은 선량한 투자자들의 사행심을 자극해 투자금 명목의 돈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건전한 경제 질서를 왜곡하고 일반인의 근로의식을 저해할 뿐 아니라 단기간에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그 사회적 피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하면서 “엄중하게 처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피고인들이 범행 이후 피해 회복을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 실제 피해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점, 피해자들이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점” 등도 형량에 반영됐다.

특히 범행을 총괄한 이 씨에 대해 재판부는 “범행 전반을 전체적으로 지휘·총괄해 가담 정도가 가장 중한데도 범행을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등 공범들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의 책임은 축소하려는 모습만 보인다”며 “진지하게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꾸짖었다.

또 이 씨가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프로그램 개발 업체로부터 관련 자료를 회수하고 전산 자료의 삭제를 지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했고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해 도피했으며 남은 피해 금액을 빼돌리려 한 정황이 있다”며 피해 회복을 위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을 꼬집었다.

다만 법원은 이 씨로부터 공소사실에 기재된 피해액을 추징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검사 측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특례법에 규정된 몰수·추징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이 법 6조 1항은 ‘범죄 피해자가 그 재산에 관해 범인에 대한 재산반환청구권 또는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 회복이 심히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규정한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금융 거래 내역 등 객관적 자료에 근거해 피해액을 산정했고 이를 토대로 수사가 진행된 점, 피해자들이 피고인들을 상대로 민사법상 손해배상 등을 요구할 수 있는 점, 실질적 피해 금액이 범죄 사실에 기재된 편취액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추징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돋보기]

조직적·대형 사기죄에 무기징역 선고 가능해져


이 씨 사건은 아도인터내셔널 관련 사건 중 최초로 판결이 확정됐다. 이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수는 120명에 달한다. 최상위 모집책을 포함해 계열사 대표, 전산 담당 등 관여자들이 줄줄이 징역 9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사기 범죄에 대한 법원의 엄단 기조는 강화되는 추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올해 3월 사기죄에 대한 권고 형량을 상향하는 양형기준안을 최종 의결·확정했다. 일반 사기의 경우 피해 금액이 300억원 이상일 때 형량 범위가 최대 징역 13년에서 17년으로 늘어났다. 피해 금액이 300억원을 넘는 조직적 사기 범죄라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권고할 수 있도록 조정됐다.

양형위는 권고 형량 범위를 높인 이유로 “범죄 양상 및 국민 의식의 변화와 더불어 전세사기,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다중 피해 및 고액 사기 범죄에 대한 엄벌 필요성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양형 기준은 강제력이 없지만 여기서 벗어난 판결을 하려면 사유를 기재해야 한다. 법원이 사기죄 양형 기준을 손질한 건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장서우 한국경제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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