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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들이 쓰는 [경제뭔데] 코너입니다. 한 주간 일어난 경제 관련 뉴스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서 전해드립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지난 3월28일 서울 서초구 스페이스쉐어 강남역센터에서 열린 첫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뒤 언론 앞에서 입장 표명 및 질의 응답 시간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야심차게 유가증권시장에 데뷔한 더본코리아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최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방송중단’ 선언을 했지만 9일 더본코리아 주가는 상장 후 최저가를 경신했습니다. 더본코리아의 주가 가치는 상당 부분 백 대표의 ‘유명세’에 근거했는데요. 그의 해명에도 주가의 바닥이 보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상장 이후 논란이 쏟아졌다는 점에서 오히려 상장이 ‘독’이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자금조달과 사업확장을 위해 상장을 했지만, 기업공개를 하면 ‘책임’도 크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죠. 한편으론 주식투자 일상화로 주주가치 존중문화가 확산된 만큼 이젠 주주를 고려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합니다.

추락하는 더본, 어디부터 잘못됐을까

9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더본코리아는 주당 2만615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역대 최저 종가를 경신했습니다. 상장 다음날이었던 지난해 11월 7일 기록한 역대 최고 종가(5만1700원)와 비교하면 약 6개월만에 49.4%나 폭락했습니다. 약 7500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도 약 3600억원이 증발했죠.

공모가(3만4000원)와 비교해서도 23.1%나 추락한 상태입니다. 상장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만 걸었고, 아직도 주가의 바닥을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입니다. 지난 6일 방송을 중단하고 더본의 성장에만 집중한다는 백 대표의 공개사과에도 민심이 좋지 않습니다. 그동안 보호예수로 시장에 풀리지 않았던 약 33%의 물량이 점차 시장으로 흘러들어올 수 있다는 ‘악재’도 주가에 부담을 주는 모습입니다.



주가가 흔들리는 건 방송에서 보여진 백 대표의 긍정적 이미지와 부딪히는 사건이 연이어 불거진 탓입니다.

더본코리아의 성장 기대감은 사실 백 대표의 긍정적 이미지가 나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백 대표가 방송출연을 통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할 수록 ‘광고효과’가 생겨 프랜차이즈 점주는 물론 사업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던 거죠.

일례로 더본코리아 자회사의 유튜브 채널명은 ‘백종원’입니다. 약 650만명에 달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더본코리아=백종원’인 셈이죠. 회사 채널에서 자사 프랜차이즈를 점검하는 콘텐츠인 ‘니꺼내먹’, 지역축제 홍보콘텐츠 ‘시장이 되다’를 만들었죠. 조회수가 높을 수록 백 대표와 함께 더본코리아의 긍정적인 이미지도 구축하고 사업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는 것이죠. 외부 방송활동에서도 국내 농업·축산업를 지원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더본코리아 브랜드를 이용하면 국내 농업·축산업 증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상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빽햄 선물세트 고가 판매 논란을 시작으로 브라질산 닭고기 밀키트와 제주 감귤 함량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백 대표를 향해 ‘내로남불’ 이미지가 붙었습니다. 가령 ‘국내 농가를 돕는다’는 취지로 밀키트를 홍보했는데 국내산 닭이 아니라 브라질산 닭고기를 사용했고, 제주 감귤 농가와의 상생을 강조했던 감귤 맥주의 감귤 착즙액 함량이 타사보다도 부족했던 것이죠. 돼지고기 함량이 타사보다 낮은데도 비싼 가격이 책정됐던 ‘빽햄’은 결국 판매를 중단했습니다.

백 대표가 직접 방송과 유튜브에서 홍보한 내용과 다르다보니 백 대표에 대한 신뢰가 꺾이고, 덩덜아 더본코리아 이미지에 타격이 간 것이죠. 주가는 기업 성과과 이미지가 맞물리며 형성되는데 더본코리아는 이미지 면에서 마이너스 점수를 받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렇다보니 요즘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백 대표를 가리는 등 ‘백종원 지우기’에 나서기도 합니다.

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위치한 한 더본코리아 브랜드 가맹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의 모습을 감춰놓았다. 김경민 기자


상장으로 가속화된 ‘논란’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장이 화를 불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기업이 증시에 새로 상장하는 것을 ‘기업공개(Initial Public Opening)’이라고 하죠. 비상장기업일 땐 특정 개인이 회사를 소유하고 있지만, 증시에 진입한다는 것은 대중에게 회사를 공개하고 회사의 주인으로 초대해 회사를 ‘키워보자’는 의미입니다.

더본코리아가 상장 전엔 백 대표와 강석원 공동대표가 지분의 대부분을 보유한 백 대표의 회사였지만 이젠 8만5422명의 소액주주(지난해 말 기준)를 보유한 공개된 기업으로써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고 비전을 공유해야 하는 것이죠. ‘주가’라는 잣대가 있는 만큼 평가도 엄격해질 수밖에 없죠.

상장 이후 백 대표의 발언을 보면 ‘기업공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몰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백 대표는 지난 3월 진행된 주주총회에서 “제가 CFO(최고재무책임자)에게 주총을 꼭 나가야 하는지 물어볼 정도로 진짜 몰랐다”며 “제 성격상 지금 산불 난 데 가서 밥해줘야 하는데 (라고 말했다가) 아주 혼났다”고 말했습니다. 이 발언을 두고도 주주총회를 무시하는 듯 하는 말이라며 주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됐습니다. 주주들은 요리연구가, 방송인 ‘백종원’이 아닌 ‘상장사 대표 백종원’을 원하고 있는데 말이죠.

그는 또 “상장에 대해 너무 단순하게 생각했다. 해외에 나가서 저희를 믿으션다 된다는 면허를 얻은 느낌”이었다며 “상장 이전처럼 매출 잘 높이고 회사 성장하고 수익 높이고, 점주들 부담 덜기 위해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단순히 생각한 부분에서 미스(실수)가 많았다”고 말하기도 했죠.

상장을 해외사업을 위한 교두보로 생각했지만 주주에 대한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던 백 대표의 ‘자기반성’이었던 셈입니다.

더본코리아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더본코리아 외에도 국내 증시에선 과거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족한 ‘관행’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꼽히는 중복상장과 과도한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반감이 크고 해당 기업들에 대해 ‘역풍’이 불기도 했죠.

증권가에선 2020년대 이후 국민 5명 중 1명은 투자자일정도로 주식투자가 ‘일상’이 된 것이 영향을 줬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탁결제원 기준 2019년 말 개인주주 약 610만명, 지난해 말에는 1410만명입니다. 5년사이 800만명이 늘었습니다. 주식투자자의 수가 크게 늘어난 만큼 주주가치 침해에 대해서도 잘알고, 선진화된 주주문화를 가진 해외투자도 보편화되면서 부족한 주주문화를 가진 국내증시와의 ‘비교군’이 많아졌다는 것이죠. 주주가 회사의 주인인 ‘주주자본주의’가 점차 자리를 잡으면서 예전처럼 주주를 자금조달 수단으로 보고 상장하거나 대주주가 전횡을 휘두르기가 어렵다는 뜻입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밸류업 프로그램과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을 추진하는 것도 주주자본주의에 맞는 주주가치 존중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더본코리아의 주가가 회복하기 위해선 주주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쇄신을 통해 주주가치 존중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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