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후 첫 무역 합의 이정표
나스닥 1.07%↑, 이더리움 20%↑
월가 “관건은 미중 협상···험난할 것”
EU, 보복관세 준비 착수···불확실성 커
나스닥 1.07%↑, 이더리움 20%↑
월가 “관건은 미중 협상···험난할 것”
EU, 보복관세 준비 착수···불확실성 커
미국 뉴욕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과 관세 관련 큰 틀의 합의를 이뤘다고 공식 발표하면서 미국 주식 시장의 상승폭이 커졌다. 가시적 성과에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당장 나가서 미국 주식을 사라”고 했다. 무역 협상의 진전 분위기에 위험 자산 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주식은 물론 비트코인이 2월 이후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재돌파했다. 금과 미국 국채는 하락했다.
8일(현지 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254.48포인트(+0.62%) 상승한 4만1368.45에 거래되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32.66포인트(+0.58%) 오른 5663.9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189.98포인트(+1.07%) 뛴 1만7928.14에 거래됐다. 나스닥 지수는 상승률이 한 때 2%를 넘기도 했다.
이날 주가 상승은 미국과 영국이 무역 합의를 이루면서다. 무역 트럼프 대통령과 키어 스티머 영국 총리는 각자 공식 발표를 통해 두 나라 간의 무역 협상이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뤘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영국산 자동차 관세 10만 대에 한해 10%로 완화 △영국산 철강 관세 면제 등을 제공하고 영국은 △미국산 에탄올·농산물·쇠고기 시장 개방 △보잉 항공기 100억 달러 규모 구매 등의 조치를 시행한다. 영국에 대한 미국의 상호관세는 기존 발표대로 10%를 유지한다.
이날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일 각 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무역 합의다. 투자자들은 10일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협상 시작을 앞둔 가운데 영국과 무역 합의를 공식 발표하면서 관세 불안 상황이 진척되고 있다고 봤다. 나벨리어 앤 어소시에이츠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루이 나벨리어는 “관세가 다시 한 번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며 “위험 감수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유리한 합의를 놓칠까 봐 매도세는 줄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과의 무역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금 당장 나가서 주식을 사는 게 낫겠다. 이 나라는 마치 위로 솟아오르는 로켓과 같을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매수 심리가 강화됐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경제학자 폴 애시워스는 “이번 합의는 10일로 예정된 중국과의 무역 협상 개시와 더불어 진전을 보여주려는 움직임”이라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관세가 경제 성장과 인플레이션에 악영향을 미치기 전에 관세를 철회하려는 절박함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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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팔아 위험자산 사들였다…비트코인,10만달러 넘기고 빅테크 주가 선전
이날 금융자산 시장의 움직임은 지난달 상호관세 발표 후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구분 없이 미국 자산은 모두 투매 대상이 됐던 한 달 전과는 달라진 흐름이다.
이날 전기차 업체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3.11% 오른 284.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 1위 마이크로소프트(MS) 주가도 1.11% 상승했고, 애플과 엔비디아 주가도 각각 올랐다. 다만 애플과 엔비디아의 상승폭은 0.63%와 0.26%에 그쳤다. 아마존 주가는 1.79% 올랐고, 전날 7% 넘게 급락했던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1.93% 반등에 성공했다.
전날 애플의 서비스 부문 책임자인 에디 큐 부사장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의 구글 독점 해소를 위한 재판에서 인공지능(AI)을 이용한 검색이 구글과 같은 기존 검색 엔진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지난달 브라우저 사파리의 검색량이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혀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됐다.
증시와 함께 위험 자산인 가상자산이 급등했다. 비트코인은 3개월 만에 처음으로 10만 달러를 돌파했다. 비트코인은 현재 24시간 전 대비 6.7% 오른 1만2628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넥소의 공동 창립자인 안토니 트렌체프는 “미국 무역 협정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면서 궁극적인 반등 가능성이 있는 자산이라는 지위를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지난달 2일 상호관세 발표 이후 7만400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더는 20.84% 폭등해 217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채 시장은 매도세가 컸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11bp(1bp=0.015포인트) 상승한 4.381%에 거래됐다. 이는 위험 자산에 투자하기 위한 매도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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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관건은 중국 협상…EU는 보복 관세 준비 착수
전문가들은 이같은 낙관심리가 지속할 지는 단기적으로 10일 예정된 중국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이는 영국과의 협상의 경우 이미 영국이 미국에 상품 분야 적자를 보고 있는 나라로 미국이 상대적으로 관대한 접근을 할 수 있는 국가인데다, 무역 협상이 오래 전 부터 진행돼왔기 때문에 글로벌 무역 협상의 상징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리처드 포르테스 교수는 “미국과 영국 무역은 서비스 중심으로 상품 부문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며 “이번 합의는 유용하지만 큰 진전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크로스브리지 캐피털 그룹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겸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마니쉬 싱은 목요일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진짜 문제는 미중 관계”라며 "다른 모든 것은 주변적인 요소로 있으면 좋겠지만, 글로벌 위험 심리에 영향을 미칠 만큼의 변화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협상을 일종의 쇄빙선으로 비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번 벽을 뚫고 전진할 수 있는 협상이 아니라 끊임없이 얼음을 뚫으면서 나가는 험난한 과정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에서다. 10일 스위스에서 시작되는 미중 회담에서는 스콧 베센트 재무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의 최고 경제 책임자인 허리펑 부총리를 만날 예정이다.
주요 무역 상대국인 유럽연합(EU)과의 협상도 녹록지 않은 분위기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대미 관세 협상 불발에 대비해 최대 950억 유로(약 150조원) 상당의 미국산 상품에 대한 보복 준비에 착수했다. 영국과 달리 미국과의 협상에서 채찍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프린시펄자산관리의 마틴 프란센은 “세계 무역 전쟁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개별 거래를 체결해야 하는 국가 목록이 아직 방대하고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가 회복되려면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추가적인 증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관세에 따른 경제 둔화 가능성도 계속된다. 중국과의 무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중국에서 출발한 미국 행 컨테이너의 물동량이 감소하면서 월마트 등 소매점에서 선반이 빌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날 캘리포니아 항만청의 최고경영자(CEO)인 마리오 코르데로는 미중 협상이 재개되는 데 대해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면서도 “만약 성사되더라도 정상적인 화물 흐름으로 안정화되려면 최소 한달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사실상 코로나19와 같은 공급 쇼크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로르데로 CEO는 “화물 운송에 있어 코로나19가 만연한 상황”이라며 “우려하는 바는 현실”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