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수합병(M&A)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의 전장·오디오 자회사 하만 인터네셔널이 미국 의료기기 업체 마시모(Masimo)의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 달러(약 5000억 원)에 인수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삼성 하만은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표 주자 바워스앤윌킨스(B&W) 등 유명 오디오 브랜드 다수를 확보하게 됐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6일(현지시간) 미국 마시모와 오디오 사업부 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업체인 마시모는 나스닥 상장사로,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에는 B&W와 함께 데논·마란츠·폴크·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이 포함돼 있다. 마시모는 의료기기와 가전, 오디오의 융합을 시도하며 오디오 사업부를 키워왔다.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B&W는 고품질 사운드로 전문가와 애호가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다. B&W의 대표 제품인 라우드 스피커 ‘노틸러스’는 대당 1억5000만원이 넘는다. 115년 역사의 데논은 CD 플레이어를 최초 발명한 곳이며, 마란츠는 프리미엄 앰프·리시버 제품군에서 고품질 음향으로 잘 알려진 브랜드다.

하만은 JBL·하만 카돈·AKG·인피니티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기반으로 지난해 포터블(이동식) 오디오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1위다.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을 하만의 라이프스타일 사업부문과 합쳐, 2025년 608억 달러에서 2029년 7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컨슈머 오디오 시장 세계 1위 입지를 다지겠단 전략이다.

이번 인수는 삼성전자가 2016년 하만을 80억 달러(당시 9조38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M&A다. 이후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등으로 대규모 M&A가 거의 없었다. 하만을 인수해 전장(자동차 전자 부품) 사업에 본격 진출했던 삼성전자는 전장 및 오디오 사업을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추가 M&A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1분기 하만의 영업이익은 3000억원으로, TV와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VD·DA사업부의 영업이익과 비슷한 규모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모바일과 TV 등에서도 차별화된 음향·오디오 기술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1위 오디오 전문기업을 보유한 만큼 향후 전장 및 가전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보

박해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