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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인 대주주, 보수 한도에 투표 못해
1·2대주주 지분 차 미미한 기업들
이번 판례 무기로 활용할 듯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4월 29일 10시 3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자신의 보수한도 승인에 찬성표를 행사한 것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년에 걸친 소송 끝에 홍 전 회장이 최종 패소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및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등기이사인 주주가 자신의 보수한도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가 나온 만큼, 내년 정기 주주총회부터는 기업 오너들이 원하는 대로 보수한도를 설정하는 게 어려워질 전망이다. 특히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의 경우 이번 판례가 소수주주의 ‘무기’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주주인 사내이사, 자기 보수한도에 의결권 행사 불가”
29일 투자은행(IB) 업계 및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24일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가 회사를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홍 전 회장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했다. (관련 기사☞[단독]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셀프 보수한도 승인’ 소송서 최종 패소)

지난 2023년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는 남양유업 정기 주총 결의 내용 중 ‘이사 보수한도’ 안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며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감사는 결의 내용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할 경우 2개월 안에 취소 소송을 낼 수 있다.

그 해 정기 주총에서는 이사의 보수한도가 50억원으로 정해졌다. 심 감사가 문제 삼은 부분은 이 결의에 홍 전 회장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이다.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총회의 결의에 관하여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당시 홍 전 회장은 남양유업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였다.

일반적으로 이사의 보수한도 설정은 크게 2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먼저 이사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보수 한도는 주총 보통결의 대상이다.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해야 통과된다.

보수 한도가 주총을 통과하면 이사 개인의 보수액이 이사회에서 정해진다. 예를 들어 A, B, C 세 명의 이사가 있다고 가정한다면 A의 보수는 B, C 이사 두 명이 결정하며 B이 보수는 A, C 이사가 정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방식을 채택하는 이유는 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는 게 상법에 위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만 이사회 전체의 보수 한도를 정할 때는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인정해 주고 있는데, 이는 실무적으로 어쩔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비상장사는 대표이사가 지분 100%를 들고 있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엔 보수 한도를 정할 수 있는 사람이 대표 한 명뿐이지 않느냐”며 “대표가 이해관계인이라는 이유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보수 한도 안건 자체가 주총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어, 보수 한도 승인 단계에는 참여하되 구체적인 보수액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식으로 운영돼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대법원판결은 이해관계인, 즉 사내이사인 대주주가 보수 한도 승인 단계에도 의결권을 행사해선 안된다고 규정한 것이다.

경영권 분쟁 있는 회사들 직격탄… 등기이사직 내려놓으면?
대법원 판례까지 생긴 만큼, 내년 정기주총부터는 사내이사인 주주가 보수 한도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천 차단될 전망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올해 3월 주총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 ‘남양유업 대법원판결이 아직 안 나왔으니 좀 지켜보자’는 태도로 보수 한도 설정에 대한 대주주의 의결권을 인정해 줬는데, 내년부터는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이 있는 회사들은 이번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최대주주와 2대주주 혹은 소수주주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기업의 경우, 대주주인 등기이사가 보수 한도를 높이고 싶어도 2대주주 등이 반대한다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더 나아가 대주주 측 이사회를 흔들어 놓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만약 대주주가 이번 판례를 무시하고 보수 한도 승인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2대주주 쪽에서 결의 취소 소송을 건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대주주뿐 아니라 사외이사들의 보수 한도도 미승인되는 것이어서, 1년 동안 이사 전체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중인 회사의 사외이사는 대체로 현 대주주 측 사람들일 텐데, 이들이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지면 극단적으로 생각할 때 이사회가 와해될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번 판결에 대한 대주주 측의 대비책도 있다. 예를 들어 대주주인 등기이사가 스스로 미등기 임원으로 내려오는 ‘꼼수’를 쓸 수 있다. 미등기 임원의 보수 한도는 주총 결의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역시 법적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우선 미등기 임원의 보수 규정도 주총에서 정할 수 있다. 소액 주주들이 주총 결의로 상정해 가이드라인을 정할 수 있는 셈이다.

또 다른 문제는 세금이다.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만약 대표이사가 20억원을 받았는데 미등기 임원인 대주주가 30억원을 받았다고 치면, 국세청에서는 이를 과다 급여로 보고 부인해 버릴 수 있다”고 말했다.

현실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적지 않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명희·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이 미등기 임원으로 등기임원보다 많은 급여를 수령하고 있다. 변호사는 “이들의 경우도 국세청이 문제 삼으려면 얼마든지 삼을 수 있다”며 “오너가 과다 급여를 받아가지 말고 그 대신 배당을 통해 다른 주주들과 공평하게 받아가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는 감사의 역할이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에서도 남양유업의 감사가 문제를 제기해 대법원판결까지 이끌어낸 것이다. 바꿔 말하면, 감사 한 명을 자기편으로 잘 뽑으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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