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맨 앞 왼쪽)가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장인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를 방문, 초선·재선 대표인 김대식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후보는 후보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올라가 현안 문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뒤 자리를 떠났다.연합뉴스
국민의힘이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김문수 후보를 겨냥해 7일 전 당원을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설문조사를 벌이겠다고 6일 밝혔다. 단일화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넘기면 당 자금도, 기호 2번도 쓸 수 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압박용 초강수를 둔 것이다. 김 후보는 당의 전국위원회·전당대회 소집 공고를 두고 “당 지도부가 정당한 대통령 후보인 나를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시도”라고 거세게 반발하면서 ‘후보 일정 중단’으로 맞대응에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단일화에 대한 확실한 약속, 한덕수 후보를 먼저 찾아보겠다는 약속을 믿고 우리 당원과 국민은 (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7일 전 당원을 상대로 단일화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투표는 에이알에스(ARS) 방식으로 7일 오전 9시~밤 9시 진행된다. 김 후보 쪽은 “누구를 위한 투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단일화추진본부 첫 회의를 열려고 했으나, 김 후보 쪽이 불참해 불발됐다. 김 후보는 “당은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당 운영을 강행하며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 후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단일화추진본부를 당이 일방적으로 구성하고, 8~11일과 10~11일 가운데 하루씩 전국위와 전당대회를 소집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1박2일로 대구·경북을 방문한 김 후보는 오후 경북 경주에서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경선 때 김 후보 캠프에 있던 김대식(초선)·엄태영(재선) 의원이 경주를 찾아가 “초·재선 74명 대표로 왔다. 상경해서 의총에서 의원들과 상견례를 하고, 김 후보 입장도 (단일화 즉각 착수로) 바꿀 계기를 마련해야겠다는 마음을 전달하려고 왔다”고 한 직후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한덕수 후보한테는 이후 행선지인 대구로 오겠다는 통보도 받았다. 이에 앞서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은 페이스북에 “단일화할 마음 없다면 김 후보는 후보 자격 내려놓고 길을 비키라”며 “(단일화) 판이 깔렸는데도 김 후보가 참여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후보는 “두번씩이나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당에서 대선 후보까지 끌어내리려 한다”며 “이럴 거면 왜 경선을 세차례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시점부터 후보로서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로 돌아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당 안에선 김 후보가 후보 등록일까지 시간을 끌면서, 자금과 조직력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한 후보의 백기투항을 바라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 후보가 단일화에 응할 마음이 전혀 없어 보인다”며 “당헌·당규를 개정해 김 후보를 끌어내릴 순 있지만, 그건 대선이 망하는 길이라 선택할 수 없다는 걸 김 후보도 알고 버티는 게 아니겠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