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 ▶
한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8백 명에 이르는데요.
산업현장에 정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노동자들은 작업을 중단하고 대피할 권리가 있습니다.
'작업중지권'이라고 하죠.
하지만 현장에서는 사실상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송재원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공장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헬기들이 연신 물을 쏟아붓습니다.
지난 2023년 3월, 대전의 한 타이어 공장에서 큰불이 났습니다.
노동자 11명이 유독가스를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그런데, 유독가스가 다 빠지지 않은 다음 날, 협력업체 직원들은 방독면을 쓴 채 출근했습니다.
납품 기한을 맞춰달라는 원청 업체의 요구 때문이었습니다.
[박성규/협력업체 직원]
"워낙 유독가스도 나고 되게 심하니까 눈도 되게 따가웠거든요. 아침 정도인가 또 이 작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산업안전보건법에선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 작업을 중지하고 대피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이른바 '작업중지권'입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작업중지권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현규/협력업체 직원]
"'너 말고도 일할 사람 많은데 왜 네가 뭔데 그 작업을 중지하니 마니 그런 말을 하지', 현장 분위기가 그렇거든요."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근로자의 83% 이상은 작업중지권을 사용할 수 없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위험 상황에 작업을 중단했다가 회사로부터 소송을 당한 사례도 있습니다.
[최명선/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도 하고 재판까지 가는 경우도 왕왕 있었어요. 사실 그렇게 되면 노동자들이 작업 중지를 할 수가 없잖아요. 그것에 대한 다툼이 있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일을 하게 되는 경우이기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사업주가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을 방해하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고갑석/노무사]
"작업 중지권을 정당하게 행사한 노동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하는 사업주 처벌 조항을 신설해서 애초에 예방할 수 있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 않느냐…"
미국에선 사업주가 정당한 작업 중지권을 사용한 노동자를 징계할 경우 처벌하고, 캐나다에선 작업중지권을 발동한 경우 작업 재개를 강요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송재원입니다.
영상취재: 윤병순 / 영상편집: 김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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