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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와 단일화’ 놓고 충돌
부처님께 빌어보는 ‘큰 꿈’…나란히 손 모은 대선 후보들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나란히 참석해 합장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김재연 진보당 후보, 권영국 정의당 후보,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 권도현 기자 [email protected]


시기 등 친윤계 ‘속도’ 압박에

김 “당무우선권 침해 중단해야”

이준석·이낙연 포함도 못 박아

이양수 “후보 군림 안 돼” 반박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의 단일화를 두고 5일 국민의힘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와 김 후보가 정면 충돌했다. 친윤계가 집단 행동으로 빠른 단일화를 압박하자 김 후보는 “당무우선권을 방해하면 조치하겠다”며 진압에 나섰다. 대선 후보와 의원들의 힘겨루기 결과에 따라 구 여권의 대선 구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이날 입장문에서 “후보로 선출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지속되어 온 당무우선권 침해 행위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며 “대통령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행사하는 당무우선권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자신의 장동혁 사무총장 지명을 거부한 것을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사실상 ‘마이웨이’를 선언하며 단일화 주도권 확보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단일화 시기와 범위를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는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고 보수 진영의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 등을 포괄한다”고 밝혔다. 한 번에 빅텐트를 펼쳐 ‘원샷 경선’을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면 오는 10~11일 대선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가 성사되기 힘들고, 한 후보는 무소속으로 버티기 어려워 포기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실제 김 후보 측에서는 지지층이 다수 겹치는 한 후보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후보 등을 끌어안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빠른 단일화를 주장하는 당 주류 사이에선 즉각 반박이 나왔다. 당 지도부인 이양수 사무총장은 “후보자 전권을 인정하는 경우는 없다. 당 최고의결기구는 전당대회, 전국위, 상임전국위, 최고위 순이고 당론 채택 권한은 의원총회”라며 “당헌·당규 위에 군림하려는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종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후보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하며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김도읍·김상훈·박덕흠·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 등 4선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후보 등록 마감일인 5월11일 전에 단일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 의원은 기자들에게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단일화를 하라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페이스북에 김 후보가 경선 토론회에서 ‘한 후보와 단일화, 전당대회 직후여야 한다?’는 질문에 ‘O’ 팻말을 든 장면을 올렸다.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이 글에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신뢰를 잃는다”는 댓글을 달며 단일화를 촉구했다. 당 중진인 김기현 의원과 김 후보 캠프에 속했던 박수영 의원, 김 후보 지지선언을 했던 김미애 의원도 공개 압박에 나섰다. 의원들이 모인 텔레그램 대화방에도 김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8시 의원총회를 공지했다.

조속한 단일화에 나서지 않은 김 후보 ‘비토’ 분위기도 형성됐다. 이날 김 후보가 참석한 가족 동행 축제 일정에 동행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캠프 소속 의원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후보가 새 사무총장으로 지명한 장 의원을 설득해 고사하도록 하고, 이 사무총장을 유임했다. 김 후보가 요구한 선거대책위원회 구성도 의결되지 않았다.

조기에 혼란이 수습될지는 미지수다. 김 후보 주변에서는 한 후보와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합류했던 의원들이 이탈하고, 김 후보 주도의 단일화를 주장하는 원외 인사들이 중심이 돼 가는 모습이다.

악수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중진들 “국민 명령” 기자회견

김문수 오전 광화문 일정에는

캠프 의원들조차 동행 안 해


“연판장 사태와 뭐가 다르나”

‘대선 후보 예우’ 목소리도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오랜 인연이 있었던 김 후보의 측근들이 자강론을 주장하는 주축이라고 한다. 김 후보 측근인 차명진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당 지도부를 겨냥해 “선거운동 대신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11일 이전 단일화를 협박·회유하는 것은 당헌·당규상 불법, 당내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친윤계가 당 경선에서 신속한 단일화를 내세운 김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만큼 ‘청구서’를 단번에 포기할 가능성도 작아 보인다.

이들은 대선에서 한 후보의 지지도와 경쟁력이 더 높다는 점도 강조한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보수 진영 단일 후보 적합도에서 한 후보(30.0%)가 김 후보(21.9%)에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5%포인트) 밖에서 앞서고,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에서는 한 후보가 49.7%로 김 후보(24.2%)를 2배 이상으로 앞섰다. 다만 당무우선권을 쥔 김 후보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결정적인 압박 방안은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친윤계의 김 후보 압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우재준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 의원이라면 우리 당 후보를 응원하고 지원하는 게 도리”라고 적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 후보를 최대한 예우하고 본인의 결단으로 단일화를 하게 해야지, 이러면 (나경원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막았던) ‘연판장 사태’와 똑같지 않으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대선 후보 압축 과정의 볼썽사나운 민낯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나왔다. 12·3 불법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을 반성하고 쇄신하지 않고, 윤석열 정부 총리(한 후보)와 국무위원(김 후보)을 차출해 기술적 단일화에 급급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 비윤석열계 인사는 통화에서 “김 후보가 그냥 물러날 것이라고 나이브(안이)하게 생각한 친윤들의 패착”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후보와 의원들 간의 기싸움에서 누가 승리하느냐에 따라 구 여권의 대선 구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결과로 귀결되든 당에 큰 상처로 남아 단일화 효과는 크게 반감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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