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왼쪽)와 한덕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9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당 지도부가 충돌했다. 후보 단일화 협상과 인사 등 당무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인지를 둘러싼 알력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김문수 후보는 5일 오후 입장문을 내어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직후, (당 지도부가)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 후보에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이어 “단일화는 반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고 보수 진영의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위한 것으로, 한덕수 후보와 이준석 후보,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 등을 포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추진기구 구성을 중앙선대위가 신속히 받아들인다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 잘못된 사실에 기반해 대통령 후보의 진심을 왜곡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는 당무와 관련해서도 주도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후보 선출 직후부터 지속되어온 당무우선권 침해행위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 대통령 후보가 단일화를 위해 행사하는 당무우선권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후보가 사무총장으로 지명한 장동혁 의원은 이날 오전 단일화 시점 등을 둘러싸고 당이 분열 조짐을 보이자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가 당 지도부와 충돌을 불사하고 나선 데는 자신을 향한 당 주류의 ‘조기 단일화’ 요구를 사실상의 ‘후보 흔들기’로 받아들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김도읍·김상훈 의원 등 국민의힘 4선 의원 7명이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오후에는 성일종·윤한홍 의원 등 3선 의원 13명이 ‘조속한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저녁에는 원내지도부가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김 후보를 향한 전방위 압박을 이어갔다.
김 후보는 한덕수 후보 쪽과도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뒤 한 후보가 기자들에게 “(차담회에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오늘 중 만나자고 세번쯤 말씀드렸다. 김 후보가 확실한 대답은 안 하고 ‘네 네’ 정도로 말했다”고 하자, 김 후보 쪽이 ‘사실과 다르다’며 즉각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김 후보 비서실장인 김재원 전 의원은 “손인사 하며 ‘한번 만나자’고 얘기한 것을 ‘세번이나 간곡하게 만나자고 했다’고 한 건 사실과 굉장히 다르고, 상호 간에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며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