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인 지하철 서초역 7번 출구 근처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선고에 항의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자들이 연휴인 지난 3일 집회를 열고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이 대선개입을 했다”고 항의했다. 시민사회단체 일부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촛불행동은 지난 3일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사이인 서울 서초구 지하철 서초역 7번 출구 근처에서 집회를 열고 대법원의 이 후보 사건 파기환송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0만명(집회 신고인원 5000명)이 4개 차선 약 280ｍ 정도를 채웠다.
집회 현장에는 ‘사법 난동 대선개입 조희대 대법원을 박살 내자’ 등이 적힌 현수막이 붙었다. 경찰은 지난 1일 대법원 선고 이후 대법원 인근에 경찰 기동대 버스로 차벽을 세워뒀다.
전북 군산으로 여행을 가려다 취소하고 집회에 나왔다고 밝힌 최모씨(39)는 “윤석열이 탄핵을 당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민주당에서 대선 후보가 없는 상태로 대선이 치러진다면 내 투표권이 제한된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말했다.
12·3 불법계엄 이후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된 황가을씨(34)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열린 집회에서 ‘어디 건방지게 법원이 국민의 시간에 끼어들어?’라고 적힌 손팻말을 만들어 들고 있다. 강한들 기자
지지자들은 “대법원이 정치에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12·3불법계엄 이후 민주당원이 됐다고 밝힌 황가을씨(34)는 “이재명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에 관한 판단도 국민이 투표로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집회에선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결론을 낸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고모씨(52)는 “재판관들이 인공지능(AI)도 아니고 수만 쪽에 달하는 기록을 어떻게 짧은 시간 안에 검토했는지 모르겠다”며 “과거 윤석열 정부가 공영방송 사장 교체를 할 때처럼 법과 절차를 어기고 일단 진행한 뒤 판단은 나중에 진행하려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최씨는 “헌재의 탄핵 결정문을 읽어보면 누구도 반박하기 어려운 정도의 숙의가 이뤄진 흔적이 있는데, 대법원의 결정은 대법관끼리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재성군(18)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인근에서 열린 대법원 규탄 집회에서 태블릿PC에 ‘조희대(대법원장) 탄핵’을 적어서 들고 있다. 강한들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을 요구하는 이들도 있었다. 박재성군(18)은 “고3인데 시간을 내서 나왔다”며 “정치 판결을 한 대법원장 탄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시현씨(44)도 “사건이 배당되기 전 재판 기록을 열람하지 않고서는 선고할 수 없는 기간”이라며 “선고가 무효”라고 주장했다.
민생경제연구소와 서울의소리,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등은 조 대법원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민생경제연구소 공동법률위원장인 이제일 변호사는 이날 “피의자(조 대법원장)의 범행으로 인해 6월3일 대선을 앞두고 국민 지지율 압도적 1위인 이 후보를 폄훼하고 그의 피선거권이 박탈될 수도 있는 심히 중차대한 결과 등이 발생했다”고 고발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초구 지하철 교대역 8번 출구 인근에서 ‘윤 전 대통령 응원 집회’를 열었다. 같은 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자유통일당이 탄핵 불복·무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 후보 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바로 세운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 어게인” 구호를 외치며 윤 전 대통령 복귀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