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난 8일 일본 요코하마 한 항구에서 수출 차량들이 모여 있다. A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3일(현지시각) 대미 수출용 자동차 부품에 관세를 공식 발효하자 “완성차 관세보다 더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의 주요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내 생산 차량에 비미국산 부품을 절반에서 최대 90%까지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4일 “세계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미국 내 생산 차량에 수입산 부품을 50% 넘게 쓰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완성차 생산 공장의 미국 이전 뿐 아니라 부품 공급망 전체를 재검토해야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이 올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유럽 업체인 독일 베엠베(BMW)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완성 차량의 부품 73%를 미국 밖에서 조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이 비율이 90%까지 치솟았다. 일본에서도 세계 1위 완성차 기업인 도요타자동차(47%)를 비롯해 닛산(59%), 스바루(51%), 마쓰다(45%) 등에서 이 비율이 50% 안팎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선 현대자동차가 60%에 육박하는 비미국산 부품을 쓴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나라에서 부품을 공급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기업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차량의 외국산 부품 비율이 60%에 이르렀다. 이번 조사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등록된 551개 차종 가운데 미국 내 생산 차량 169개 모델을 대상으로 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9일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최종 조립돼 판매되는 차량은 향후 2년간 외국산 부품 관세를 15% 경감해준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바 있다. 상무부는 “미국 내 완전한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자동차 업계 요청에 따라 마련된 조처이며, 2년이라는 기간이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미국산 부품 비중이 85% 이상이면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 것과 같다는 주장이지만, 자동차 업체들의 부품 공급 구조를 보면 현실과 큰 괴리가 있는 셈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미국 정부가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추가 관세를 발동했다”며 “자동차 부품 공급망을 해외에서 미국으로 옮기게 하려는 조처인데 일본 부품 제조사에 미치는 영향이 우려된다”고 풀이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자국 내 생산 차량 가운데 ‘85% 이상 미국산 부품’ 조건을 맞춘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의 부품 관세 대상인 외국 기업들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미시간주의 한 자동차 판매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관세는 누구도 행복하게 하지 않는다”며 “사람들이 차를 살 수 없게 되고 일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완성차에 이어 부품에도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내 신차 값이 10% 이상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외신들은 부품 관세가 완성차 관세보다 자동차 산업에 더 나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의 조나단 스모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시엔엔(CNN) 방송에 “솔직히 말해 부품 관세가 완성차 관세보다 전체 경제에 더 나쁜 영향을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송은 “지난해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 1천만대 가운데 수입 부품 없이 제작된 차량은 한 대도 없었다 ”며 “부품 관세가 자동차 산업에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결국 부담은 미국 구매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8273 [비즈톡톡] 유통가 계엄 최대 피해자는 CJ올리브영? 연말 세일 행사 타격에 성장세 ‘제동’ 랭크뉴스 2025.05.05
48272 오픈채팅방서 성매매 여성 뜻하는 은어로 다른 회원 지칭한 60대 벌금형 랭크뉴스 2025.05.05
48271 [속보]충남 태안 해역서 규모 3.7 지진···“6건 신고 접수” 랭크뉴스 2025.05.05
48270 [속보]충남 태안 해역서 규모 3.7 지진···“올해 지진 중 가장 강해” 랭크뉴스 2025.05.05
48269 [이하경 칼럼] 누구도 자기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 랭크뉴스 2025.05.05
48268 [속보] 충남 태안 북서쪽 인근 바다서 규모 3.7 지진 랭크뉴스 2025.05.05
48267 공격헬기 무용론 현실화?…美육군, 상비사단에 ‘드론’ 1000대씩 보급[이현호의 밀리터리!톡] 랭크뉴스 2025.05.05
48266 민주당 "김구·조봉암·장준하·노무현을 잃듯 이재명 잃지 않을 것” 랭크뉴스 2025.05.05
48265 트럼프, 대중관세 선제인하 일축…“언젠가는 낮춰” 랭크뉴스 2025.05.05
48264 [속보] 충남 태안군 먼 해역에서 규모 3.7 지진 랭크뉴스 2025.05.05
48263 석탄일에 월정사 석탑 만나볼까…대한항공 조중훈 공덕비 있는 까닭 랭크뉴스 2025.05.05
48262 [속보] 7시53분 충남 태안군 북서쪽 52㎞해역서 규모 3.7 지진 발생 랭크뉴스 2025.05.05
48261 어린이날, 전국 흐리고 가끔 비… 일교차 15도 안팎 주의 랭크뉴스 2025.05.05
48260 “덤터기 안쓰면 다행” 추가금 붙을수록 한숨만···정부도 못막는 ‘스드메 전쟁’ 랭크뉴스 2025.05.05
48259 ‘4세 고시, 7세 고시’에 멍드는 아이들···한 해 27만명 정신과 진료 받는다 랭크뉴스 2025.05.05
48258 외연확장 전략 된서리 맞을라…이재명, ‘대법관 탄핵’ 속도조절 주문 랭크뉴스 2025.05.05
48257 [격변의 방산]④ 데이터 분석해 전략 수립… 전장 판도 바꾼 AI 랭크뉴스 2025.05.05
48256 충주 화재 2명 사망‥만취 뺑소니 60대 검거 랭크뉴스 2025.05.05
48255 "텔레그램에 사진 유포"…'N번방 방지법' 5년, 미성년자 성착취 여전 랭크뉴스 2025.05.05
48254 결국…‘윤석열’ 안 지운 이들로 결승전 랭크뉴스 2025.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