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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원의 성장하는 부모]
<5>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ADHD 같대요

편집자주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부모도 자랍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4주에 한 번, 성장통을 겪는 부모들에게 조언과 응원을 전합니다.
새 학기가 되면 교사로부터 아이가 ADHD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부모들이 병원을 많이 찾는다. 게티이미지뱅크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두 달이 지났다. 학년이 바뀌고 학교 분위기에 아이들이 어느 정도 적응하게 되는 때이다. 초등학교 1학년생도 이제 수업 시간에 자리에 앉아 교사의 지시와 학급의 규칙에 따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5월이 되었는데도 수업 시간에 돌아다닌다거나, 교사가 말할 때 끼어들어서 상관없는 얘기를 한다거나, 다른 아이들을 툭툭 치고 다니는 등의 행동을 하는 아이들이 간혹 있다.

초1 봄이도 그랬다. 참관 수업을 갔을 때에는 봄이가 계속 "저요, 저요" 하고 손을 들고 모든 발표를 다 하려고 해서 교사가 곤란해했고, 옆 친구에게 계속 말을 걸고, 앞자리 친구의 등을 꾹꾹 찔러서 수업에 방해가 되었다. 봄이 엄마는 다른 엄마들이 "봄이가 참 밝네요" 하고 말하는 것이 산만함을 돌려서 말하는 것 같아 불편하게 느껴졌다. 학부모 상담 때는 담임 교사가 조심스럽게 봄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 같다면서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기를 권유했다. 봄이 엄마는 걱정이 되기도 하고, ADHD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병원에 가보라고 하는 교사에게 서운하기도 했다.



봄이 부모는 병원을 찾았다. 봄이가 ADHD가 맞는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다. 봄이는 주의 집중을 잘 하지 못하고, 실수를 많이 하고, 해야 할 일들을 잘 챙기지 못하는 등의 주의력결핍 증상과 다른 사람의 이야기 중에 끼어드는 충동성,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과잉행동 증상을 다 가지고 있었다. 지능검사에서 IQ는 좋았지만, 주의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지표들의 점수가 많이 낮아,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 애를 색안경 끼고 보는 거 아닌가요?"



봄이뿐만 아니라
매년 새 학기가 되면 학교에서 ADHD가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병원에 온다. 그런데 교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은 부모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초6 여름이도 1학년 때 담임 교사로부터 ADHD가 의심된다는 소리를 들었다. 여름이 부모는 병원에 왔을 때 교사를 향해 화가 많이 나 있었다.
교사가 아이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것 같으니, ADHD가 아니라는 진단서를 써달라고 했다. 그러나 아이의 행동을 관찰해봐도 그렇고 심리검사 결과도 ADHD 같다고 말씀드렸더니, 진료실에서도 크게 화를 내고 병원에 오지 않았다.


ADHD는 주의력결핍증상, 충동성, 과잉행동 증상을 가진다. 학교 생활을 하며 또래 관계와 교사의 지시를 따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아이에게 어려움이 있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의 마음은 무너진다. 학교에서 아이의 문제에 대해서 들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담임 교사는 아이의 일상생활과 또래관계, 그리고 학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라 더 그런 듯하다. 그래서 속상하기도 하고 걱정도 되고 때로는 화가 난다.
교사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부정도 해보고 부모인 내가 뭘 놓치고 있었던 것일까 뒤돌아보며 죄책감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교사가 부모에게 병원 방문과 검사를 권할 때는 정말 여러 번 찬찬히 관찰하고 또 부모에게 이걸 말해도 될까, 말까를 한참 고민한 끝에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리고 아이에게 혹시 어려움이 있다면 빨리 도움을 받아서 학교생활과 학습, 또래 관계를 잘 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여름이는 결국 몇 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다시 찾았다. 여름이 부모는 여름이가 1학년 때는 ADHD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고, 나이가 들면서 점차 나아질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여름이의 ADHD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했다.
충동적인 행동이나 부주의한 실수 때문에 친구들과 교사들에게 지적을 받으면서 여름이는 점점 위축되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는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점점 우울하고, 자존감이 떨어졌다. '때때로 나 자신이 쓸모없다고 느낀다' '내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모두가 나를 싫어하게 되는 일이다' '친구들은 나를 찐따라고 생각한다' '엄마 아빠는 동생만 예뻐하고 나만 혼낸다'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학교와 관련된 그림을 그리라고 했더니, 자기 혼자만 교사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장면을 그렸다. 학교와 가정에서 여름이가 느끼는 소외감과 외로움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ADHD 약물치료와 정서 문제에 대한 상담치료를 시작하면서 여름이 부모가 물었다.
"선생님, 초등학교 1학년 때 치료를 시작했으면 지금보다 더 쉬웠을까요?"


ADHD, 조기 개입이 효과 높여

그래픽=송정근 기자


ADHD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산만한 행동 때문에 야단이나 꾸중과 같은 부정적인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따라서 주변에서 말 안 듣는 아이나 문제아로 평가되기 쉽고, 여름이처럼 스스로를 나쁜 아이, 뭐든지 잘 못하는 아이로 생각하게 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아이는 더욱 자신감이 없어지게 된다.
여름이처럼 또래 관계의 어려움을 겪거나 따돌림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ADHD는 치료를 잘 하면 잘 조절되고 또 잘 낫는 병이다. 따라서 아이가 자존감 저하, 또래 관계의 어려움, 학습문제가 생기기 전에 가능한 한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봄이는 ADHD 진단을 받고 바로 약물치료를 시작했다. 부모는 약물치료를 시작했다는 것을 교사에게 알리고 도움을 청했고, 교사는 봄이가 변화한 모습과 아직 남아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상세히 기록해서 부모를 통해 병원에 전달했다. 부모와 교사가 관찰한 내용을 모두 참고해서 봄이에게 잘 맞는 약물을 찾을 수 있었고, 가정과 학교에서 봄이를 어떻게 가르치고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함께 의논했다.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일상 생활을 예측가능한 루틴으로 만들어서 규칙적으로 챙기는 훈련을 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한번 멈추고 생각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통해서 아이가 자신의 행동을 관찰하고 스스로 조절하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봄이는 ADHD 증상이 좋아졌을 뿐 아니라, 훨씬 밝고 자신감 있는 아이가 되었다.

ADHD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경험하는 어려움 가운데는 빨리 발견해서 도와주면 빠르게 좋아질 수 있는 문제들도 많다.
아이들은 뇌도 자라는 중이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고 조절하는 힘도 자라는 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의 어려움을 빠르게 발견하고 이해하고 도와주는 과정에서, 교사와 병원이 부모의 든든한 동맹자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혹시 학교에서 우리 아이가 ADHD 같다는, 혹은 다른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너무 속상해하거나 화내지 말고, 병원을 방문해서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좋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소아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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