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무죄 판결 뒤집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선대위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대법원이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지난 20대 대선을 앞두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를 뒤집은 것이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더 커졌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영재 대법관)는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대해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법원판결은 지난 3월26일 항소심 무죄 판결이 나온 지 36일, 지난달 22일 대법원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에 나왔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방송에 출연해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몰랐다”고 허위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대장동 관련 의혹을 받던 이 후보가 대장동 실무자인 김 전 처장과 교류했는데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거짓말을 했다고 봤다. 이 후보는 같은 해 국회 국토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와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한 것이 ‘국토교통부의 협박 때문이었다’고 말했는데, 검찰은 이 또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것이라고 봤다.
1심은 이 후보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후보가 관련 의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의로 기억과 다른 발언을 했다며 ‘김 전 처장과 골프를 한 적이 없다’ ‘국토부 압박으로 백현동 부지 용도를 변경했다’는 취지의 이 후보 발언을 모두 허위발언으로 인정했다.
항소심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 관련 발언들이 ‘인식’에 관한 것으로, 허위사실 공표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단순 의견을 표명한 것이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뒤집었다. ‘김 전 처장과 골프를 한 적 없다’는 발언이 본인의 기억이나 인식이 아닌 “김 전 처장과의 관계 의혹과 관련해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독자적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일반 선거인으로서는 김 전 처장과 해외출장을 같이 갔지만 그 기간에 골프를 치지는 않았다는 의미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며 선거에 영향을 주는 허위사실 공표라고 봤다.
백현동 관련 발언에 대해선 “사실의 공표이지 단순히 과장된 표현이거나 추상적 의견 표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국토부가 성남시 공무원들에게 직무유기 등 협박을 한 사실이 없다는 점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 후보 사건은 향후 서울고법이 다시 재판한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파기환송심 결론이 신속하게 나와도 대법원에 재상고하면 대선 전까지 형이 확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대법원 선고로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헌법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적용 범위를 두고 재판 중단 여부에 대한 논란이 확산할 수 있다.
이 후보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뒤 “기존 판례와 상충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결 선고 취지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