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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사, 지연·취소 배상 기준 공개 안해
유럽은 구체적 금액 홈페이지에 밝혀


“일본까지 비행 시간은 1시간 40분 거리인데 4시간 가까이 지연됐습니다. 일정은 꼬였고요. 천재지변이나 악천후도 아니고 항공기 접속 문제라는데 배상에 대한 얘기는 없었습니다.”

작년 10월 회사 동기와 일본 오사카로 여행 가려던 윤모(35)씨는 지연 안내 문자만 받은 채 인천공항에 4시간 가까이 발이 묶였다. 항공사 사정임에도 배상은 없었고 손해는 윤씨가 모두 감내했다.

유럽 항공사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프랑스 파리에서 독일로 가는 에어프랑스 항공기가 같은 이유(항공기 접속)로 4시간 지연됐다고 가정하면 윤씨는 에어프랑스로부터 250유로(약 40만원)의 현금 또는 350유로(약 56만원 상당)의 쿠폰을 받는다. 한국과 달리 유럽연합은 항공기 관련 규정(EU 261/2004)에 항공기 취소·지연으로 인한 승객 배상을 금액까지 구체적으로 명시하기 때문이다.

그래픽=정서희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항공 서비스 운송 불이행 및 지연’ 피해 구제 접수 건은 2022년 174건에서 2023년 397건, 2024년 482건으로 급증했다. 사업자(항공사)와 소비자(승객)가 합의하면 사건이 종결되고, 일방이 거부하면 소송 등의 조정 단계를 거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취소·지연에 대한 배상 규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대한항공은 “항공기 취소·지연 시 전자우대할인권을 제공하고 있으나 지급 기준은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참고해 배상하고 있지만 노선 상황이나 원인이 다양할 수 있어 배상안을 홈페이지에 공지하지 않는다”고 했다.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의 입장도 같았다.

대한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항공기 지연 혹은 결항에 대해 미사용 항공권 운임 환불 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공지하고 있다.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배상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은 배상이 주먹구구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주로 대한항공을 이용한다는 정모씨는 “한번은 대한항공의 기체 결함으로 갈아타야 했는데 비즈니스석이 없다고 이코노미석으로 가라고 했다. 대한항공에 항의하니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석으로 끊어주는 걸 보면서 배상 체계가 투명하지 않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항공 소비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보장하는 유럽은 다르다. 유럽연합은 항공기 취소·지연 배상 기준을 항공사 홈페이지에 명시하도록 했다. 비행 거리에 따라 쿠폰이나 현금을 250~800유로 수령할 수 있고 식사, 음료와 숙박, 전화 통화 제공도 규정돼 있다.

그래픽=정서희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고시를 통해 국내선 및 국제선의 지연이나 취소를 사례별로 분류해 배상액을 권고하고 있지만 법적 효력은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운송 약관에 배상 규정을 명확히 넣지 않는 건 비상식적”이라면서도 “항공사 약관은 국토교통부 소관”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권고 기준 변경이 가능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런 시도는 없었다”고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 개정을 통해 항공사가 해당 내용을 약관에 넣게 할 수 있지만, 그게 실질적으로 가능할지는 다른 문제”라면서 “약관에 대한 심사는 공정위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사업자 책임이 입증되면 협의나 조정을 거쳐 소비자가 배상받을 수 있지만, 모르고 넘어가는 소비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소비자 배상을 비용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운수업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강제성은 없다./한국소비자원 제공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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