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가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거센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가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미국 행정부 내 공식 직함이 없는데다 자신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순회 행사차 동유럽을 돌다 입국한 것이어서, 재계 일각에서는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트럼프 주니어는 29일 저녁 6시25분께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전용기편으로 입국했다. 정문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피해 공항을 빠져나간 트럼프 주니어는 자신을 초청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저녁을 함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다음날(30일) 대기업 총수들과 연이어 개별 면담을 하며 본격적인 방한 일정에 나선다. 10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자동차·반도체·철강·방산 등 미국 사업 비중이 큰 기업 총수와 고위 임원들이 면담 대상으로 거론된다. 다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국외 체류 일정이 있어 트럼프 주니어를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방한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해 57개 경제주체(56개국+유럽연합)에 매긴 상호관세를 90일간 유예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비롯해 내각 고위급 인선에 관여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막후 실력자로 꼽힌다. 한국 기업이 백악관 ‘직통 라인’과 접촉할 수 있는 드문 기회인 셈이다.
재계 일각에선 부담을 느끼는 기류도 있다. 트럼프 가족의 호텔과 자산을 운용하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부사장인 트럼프 주니어는 최근에도 벤처 투자기업 ‘1789 캐피털’에 합류하는 등 적극적인 기업 활동을 벌여왔다. 이번 방한 직전에도 ‘트럼프 비즈니스 비전 2025’라는 순회 홍보 행사 참석차 루마니아,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들을 연달아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끈을 만들 수 있는 자리지만, 트럼프 주니어가 개인 사업 투자 등 ‘청구서’를 내밀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