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권 틀어쥔 기재부' 비판 공감대
李 '확장재정' 드라이브엔 예산권 장악 우선
민주 토론회서 총리실 '기획예산처' 개편안 제시
"정책 조정·예산 기능 대통령실로" 주장도
대통령 예산권 행사 땐 '권한 집중' 우려
李 '확장재정' 드라이브엔 예산권 장악 우선
민주 토론회서 총리실 '기획예산처' 개편안 제시
"정책 조정·예산 기능 대통령실로" 주장도
대통령 예산권 행사 땐 '권한 집중' 우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에게 선거운동복을 입혀주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 개혁을 벼르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불을 붙였다. 27일 대선 후보 선출 직후 "정부부처의 왕 노릇을 한다"며 "권한 집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기재부의 예산 편성권을 떼어 대통령 산하로 두는 방안까지 거론된다. 향후 당선되면 예산까지 틀어쥐고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이재명식 드라이브'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대통령의 권한이 훨씬 막강해져 또 다른 우려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기재부 개편방안은 이 후보의 대선 공약에도 비중있게 담길 전망이다.
예산권 쥔 '부처 위의 부처'… "기재부 재설계 필요"
민주당 의원들은 '기재부 힘 빼기'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기재부가 예산을 무기로 '부처 위의 부처'로 군림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윤석열 정부 들어 고집한 '재정 건전성' 기조 탓에 재정 투입 시기를 놓치고 경제 회복을 늦춘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상당하다.
특히 확장재정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 후보의 경제 철학과도 어긋난다. 기재부 관료들은 정부 예산의 '곳간지기'를 자처하며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사사건건 충돌한 악연이 있다. 지역화폐를 비롯해 이재명표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예산 기능 장악이 우선인 셈이다.
28일 정일영 의원 주관으로 열린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 토론회’에서도 “지나치게 비대해지고 권한 또한 과도하게 집중된 기재부”(박홍근 의원) “기재부의 기능과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전면적인 재설계가 절실하다”(김태년 의원)는 민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예산 떼서 총리실로… "대통령실 가야" 주장도
개편 방향으로, 기재부에서 예산 기능을 분리해 대통령실이나 국무총리실로 옮기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돈을 걷는' 기능과 '돈을 쓰는' 기능을 나눠 서로 견제가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반면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예산권을 통제하는 방안이나, 대통령실 내에 기재부와 소통하며 예산 기능을 관리할 수 있는 수석급 자리를 두자는 주장도 나온다.
하태수 경기대 행정학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기재부 예산실은 전형적인 행정 자원을 담당하는 곳인 만큼 국무총리실 산하 기획예산처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더 나아가 “정책 조정과 예산 기능이 대통령실로 가는 게 투명성과 책무성을 높이고 정치를 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 당시 "미국은 백악관에 예산실이 있는데 그런 것도 고려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대통령에 '무소불위' 권한 "예산 좌지우지, 누가 견제"
하지만 또 다른 권한 집중 논란이 불가피하다. 기재부를 중심으로 부처 간 연계로 결정하던 예산 편성을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관여하면 아무도 견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도있다. 기재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강화하려는 민주당의 정책 방향과도 어긋난다.
국민의힘 소속 송언석 국회 기재위원장은 "이미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이제는 '곳간 열쇠'까지 대통령이 직접 쥐겠다는 것"이라며 "정부, 국회, 국민 그 누구도 이를 견제하지 못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론회에서 기재부 차관 출신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공룡부처에 손을 대는 접근보다는 가장 전략적인 기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민주적으로 운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 따라 '분리' '통합'… 다시 '분리'
기재부는 정권에 따라 쪼개고 합치는 부침을 겪었다. 김영삼 정부가 재정과 예산 연계를 강화한다는 취지로 1994년 재정경제원으로 통합하자 '공룡 부처' 비판이 잇따랐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 정부는 재정경제부로 축소하되 산하에 차관급 예산청을 뒀다. 이후 예산처는 다시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위원회와 합쳐져 기획예산처가 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정책 기획·조정 기능 분산으로 떨어진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며 두 부처를 통합하면서 현재 기재부가 탄생했다. 이 과정에서 재정경제부에 속했던 금융정책 기능은 금융위원회로 이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