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자신의 ‘기업·노동 정책’ 방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를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가 대선 출마하는 게 맞나”라고 28일 비판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놓고 출마를 안 하면 이상한 판이 되고 우리(국민의힘) 입장이 곤란해진다”며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는 해야 한다고 말했다. 6·3 대선에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관심을 모으려면 한 권한대행의 출마와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지만, 이런 상황 자체엔 불만을 드러내면서 ‘명분’은 자신에게 있다며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탄핵당한 정권의 총리, 장관이 대선 출마하는 게 상식에 맞나. 탄핵당한 정권의 당대표가 대선 출마하는 것도 상식에 맞나”라고 썼다. 한 권한대행 참모진인 손영택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이 이날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그의 출마가 가시화하자 이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홍 후보는 이와 동시에 윤석열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김문수 후보, 국민의힘 대표를 지낸 한동훈 후보도 함께 ‘저격’했다.
이 글을 올리기 약 한 시간 전, 홍 후보는 기자들을 만나 “한 권한대행이 출마하면 좋다”며 “(후보) 단일화는 뻔하다. 국민 전체 상대로, 역선택 방지 조항 없이 경선을 해서 이기는 사람이 이재명과 대결하게 되면 판이 꽉 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게 2002년 노무현 경선 방식”이라고 했다. 이날 오전 페이스북엔 “(나는) 2002년 노무현처럼 국민들만 보고 간다” “당 후보가 되고도 당내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정몽준 후보와 단일화에 응했던 노무현 후보처럼, 이회창 대세론 속에서 나홀로 분전했던 노무현 후보처럼 국민만 보고 묵묵히 내 길만 간다”고 두 차례 글을 올리기도 했다.
홍 후보의 글과 말은 결국 ‘한 권한대행과 단일화해야 하는 상황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단일화를 하더라도 정당성은 나한테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한 권한대행을 기득권 세력으로, 자신은 국민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프레이밍하면서 ‘탄핵된 정부’와 거리가 있는 자신에게 표를 달라는 얘기다. 홍 후보는 애초 한 권한대행의 출마에 부정적이었으나, 지난 23일 “반이재명 빅텐트 단일화 협상의 길을 열어놓겠다”고 말을 바꾼 바 있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한 권한대행이 보수층 지지를 나눠가진 것으로 드러나면서, 국민의힘 후보들로선 그와의 단일화에 사활을 걸게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고, 전날 결과와 합산해 3차 경선 진출자 2명을 29일 발표한다.
홍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은 탄핵당한 정권의 여당이 대선 후보를 공천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고 있다. 그래서 저는 홍준표의 나라, 이재명의 나라라는 프레임으로 이번 대선을 치르려고 하는 것”이라며 지지를 거듭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