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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인터뷰
"공격적인 확장 기조 가져가"
"내수는 안돼···'글로벌'이 키워드"
"IP 있어야 이익 내···메가 IP 필요"
"AI에 욕심···정부 의지 중요"
"좋은 인재 얻으려면 돈 많이 줘야"
성수동 일대 핵심 거점으로 조성
"美 뉴욕대처럼 클러스터로 구축"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의 회사 로고 앞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크래프톤

[서울경제]

크래프톤(259960)은 지난해 2조 7098억 원의 매출과 1조 1825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여세를 몰아 5년 내 매출 7조 원, 기업가치 두 배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청사진을 그렸다. 크래프톤의 창업자인 장병규 의장은 회사의 목표를 이루고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게임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의 다각화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다. 특히 ‘펍지: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에 쏠린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추가적인 메가 지식재산권(IP)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중요한 화두로 삼았다. ‘더 많은 타석’에 설 수 있도록 게임 IP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장 의장은 “지금은 현금을 가진 사람에게 황금기”이라며 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게임 아니어도…"다각화에 兆 단위 투자"=장 의장은 24일 서울 강남구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코어 비즈니스’(게임)에서 1000~2000억 원 내지는 조(兆) 원 단위의 투자를 모두 검토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는 확장의 기조를 갖고 있다. 기업공개(IPO) 때 조달한 현금도 3년 넘게 제대로 쓴 적이 없다. 공격적으로 (투자 기회를) 보고 있다”고 회사의 확장 전략을 소개했다.

대표적 흥행 마켓인 게임의 불확실성을 보조할 비(非)게임 영역으로의 다양성 확보 또한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그는 “(게임 사업 뿐 아니라) 사업 다각화 관점에서도 1000~2000억 원짜리, 조 단위도 (검토하고) 있다”며 “주력 사업과의 시너지, 그리고 우선적으로 ‘글로벌’이라는 키워드를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숏폼 플랫폼 기업인 스푼랩스를 인수하는 등 게임 외 사업 영역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는 비게임 분야의 투자 조건에 대해 “내수 온리(only)인 사업은 안 본다. 두 개 나라 이상에서 사업이 이뤄지고 있거나 아니면 한국에서의 사업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5820억 원에 달한다. 현금화가 쉬운 유동성 금융자산(당기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도 3조 원 이상 확보한 상태다. 세계 경기가 침체하면서 투자 시장이 얼어붙다보니 게임 업계에서 굵직한 매물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장 의장은 현금 가용 능력이 크다고 해서 수조 원대의 무리한 투자는 지양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몇조 원짜리 메가딜 한 건보다는 수천억 원 내지는 조 원 단위의 정도로 해서 인수·합병(M&A) 역량과 경험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메가 IP에 기반한 활발한 투자, 후속 사업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크래프톤은 지금보다 더 큰 목표를 바라보고 있다. 크래프톤의 당면한 목표는 5년 내 매출 7조 원, 기업 가치 두 배. 쉽지 않아 보이는 목표지만 장 의장은 “그보다 더 높은 숫자가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게임은 흥행 사업이어서 10개 정도 투자하면 1개 정도가 괜찮은 성과를 내는 식이라 결국 파이프라인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을 늘린다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라며 “어떤 결과를 만들려면 과정이 중요한데 그 변화는 이미 2~3년 전에 시작됐다. 우리만큼 파이프라인을 늘리기 위해 돌아다니는 한국 회사는 없다”고 말했다.

장 의장이 투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는 ‘IP의 힘’이다. 그는 “가장 강조하고 싶은 건 IP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된 이익률을 낼 수 없다는 것”며 “IP를 더 다채롭게 갖고 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글로벌 관점에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궁극적으로 이익을 내야 한다. 기본적으로 IP를 홀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의장은 여전히 성장 중인 배틀그라운드를 ‘메가 IP’의 기준점으로 삼아 브랜드 파워의 힘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배틀그라운드에 고객이 지불한 금액이 전 세계에서 약 9조 원 전후”라며 “목표한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배틀그라운드 같은 메가 IP가 하나 더 있거나, 그 정도는 아니라도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IP 2~3개가 더 추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얼리 액세스(미리 해보기)로 출시한 신작 인조이(inZOI)에 대해서는 100만 장 판매 사실을 언급하면서 “IP가 오랫동안 갈 수 있는 초기의 씨앗은 명확히 있다는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면서 “남은 건 인조이의 미래를 크고 담대하게 갖고 있나, 그걸 얼마나 확신하냐의 문제”라며 “최근 내부의 확신이 명확해진 것 같다”고 IP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크래프톤은 전체 매출의 약 90%를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대표적인 수출 기업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서 나오는 매출이 대부분이고, 글로벌 게임사들의 최대 격전지인 북미에서는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K-게임’이 세계 트리플A(대형 자본이 투자된 대작)급 게임 시장에서 북미 시장을 장악하길 바라는 기대를 항상 내놓고 있다. 장 의장 또한 “결국 게임 소비시장의 ‘넘버 원’은 북미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북미 시장을 제대로 공략해야 한다는 관점에 대해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배틀그라운드의 IP가 서구권에 명확히 인지돼 있고 내부적인 (게임 개발) 파이프라인 중에 북미 시장을 겨냥해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적극적으로 공략 중인 인도 시장에 대해서는 “국가 규모는 대국이지만 게임 업종으로 보면 ‘이머징 마켓’으로 해석한다”며 “한국처럼 빨리 승패가 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향후 20년 후를 바라보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4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사무실에서 기자의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제공=크래프톤


◇"AI에 욕심…엔비디아와 ‘그 이상’ 노려"=크래프톤은 최근 게임 업계에서 AI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회사다. 회사의 신작 ‘인조이’에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으로 개발된 CPC(상호 협력 가능 캐릭터)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첨단 정보기술(IT)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인 AI와 관련해 장 의장은 “딥러닝이나 AI에 대해 진지하게 다루기 시작한 게 3~4년 전인데, 그때만 해도 이 정도 속도로 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자본이 몰리고 방향이 명확하면 혁신의 속도는 가속화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조금 더 욕심을 내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고 혁신 의지를 드러냈다. 최근 김창한 대표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만나 휴머노이드 협업 가능성을 논의한 것과 관련해서는 “AI 관련 조직적 역량이 성장했기 때문에 그 이상을 노려보기 위한 고민을 시작한 정도”라고 말을 아꼈다. AI 분야에서의 M&A 가능성에 대해서는 “AI를 크래프톤이 하기에는 (시장에) 돈이 너무 많이 몰렸다”며 “M&A보다는 좋은 사람들을 모아서 유기적으로 성장하는 쪽에 가깝다”고 언급했다. 정부에 대해 “개별 기업은 규모의 한계가 있고 결국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며 AI 혁신을 위한 전폭적 투자를 당부하기도 했다.

전 세계 첨단 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고급 인재 확보 전략에 대해서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제시했다. 장 의장은 “좋은 인재가 오려면 돈을 많이 줘야 한다. 그리고 돈을 많이 주려면 시장이 커야 한다”고 했다. 그는 “크래프톤은 많이 쓰고, 많이 버는 게 핵심”이라며 “회사가 유의미한 정체성을 갖고 경제적 보상을 제대로 해야 하고, 내수보다는 글로벌 시장에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서운 성장세를 보이는 중국와 경쟁하는 국내 게임 업계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장 의장은 “한국의 경쟁력이 나쁘지는 않지만, 중국이 한국을 이미 넘어섰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경쟁력 추격을 위해서는 생태계가 풍성해야 하고 이건 중소형 게임사가 많아져야 한다는 얘기”라며 “그러려면 중소형 게임사에 투자하는 펀드들이 많아져야 하고, 이를 위한 모태펀드가 지원해줘야 한다. 모태펀드에서의 정부 비중이 비약적으로 늘어나야 된다”고 제안했다.

장 의장은 회사의 장기 성장 거점이 될 서울 성동구 성수 사옥과 관련한 청사진을 소개하면서 애정을 드러냈다. 크래프톤은 옛 이마트 성수점 부지에 신사옥을 올리고 성수동 일대에 회사 인력들을 결집시켜 ‘크래프톤 클러스터’로 구축할 계획이다. 그는 “한 건물에 다 모이면 오히려 다양성을 죽일 수 있다”며 “미국 뉴욕대처럼 여러 군대에 흩어져 호흡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이어 “성수동과 호흡하면서 사무실을 다양하게 두는, 우리의 철학을 갖고 발전시키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수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선술집부터 명품 팝업스토어까지 다양한 경제 상황과 문화권이 공존하는 곳”이라며 ‘다양성’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강남보다 저렴하다”고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성수 사옥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인 영국의 유명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맡았다. 크래프톤은 신사옥을 비롯해 2028년까지 ‘성수 클러스터’를 완성할 계획이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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