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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훈 대기자
내일 대선을 치른다면 이재명 정권이 유력하다는 게 모든 지표들이다. 사흘 전 한국갤럽 조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모두 30%대 중반 지지인 국민의힘 빅4(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누구와 일대일로 대결해도 52% 이상(52~56%)의 승리라고 예고했다. 출마설 속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을 붙여봐도 53% 대 38%. 지난주 리얼미터 조사 역시 ‘정권 교체 기대’가 59.9%로 정권 연장(34.3%) 희망을 한참 앞질러 간다.

당선 시 행정·입법 쥐어 견제 무풍
역대 절대권력, 오만·인사로 몰락
총리 국회 추천 등 권력 분산하고
‘통합·균형·실력’ 용인의 믿음 줘야

6·3 대선까지 36일은 정치적으로는 매우 긴 시간이다. 돌발 변수들도 적잖아 속단은 금물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선 그러나 ▶대통령 임기의 자진 단축 공약 ▶한덕수 대행과의 여권 단일화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의 막판 연대 ▶민주당의 무리수 같은 변수들이 레고블록처럼 맞춰져야 그나마 ‘한판의 승부’를 치러 볼 어려운 형국이다. 무엇보다 두 차례의 잇따른 보수 대통령 몰락에 보수 정당 차원의 진정한 반성과 사죄, 새로운 보수의 비전 제시조차 없으니 용서와 재기의 동력이 생기지 않고 있다.

이전과 다른 이번 대선의 가장 선명한 전선은 ‘거대한 절대권력의 탄생’이다. ‘이재명 찬반(贊反)’을 넘어서 절대 부패한다는 절대권력이 현실로 다가오는 때문이다. 이 후보가 집권한다면 170석 민주당 등 189석 초거대 여권(조국혁신당·진보당 등)이 등장, 3권 중 행정·입법권을 장악한다. 한국의 대통령은 장·차관급 166명 등 7000여 명에게 임명장을 준다. 331개 공공기관의 알짜 고위직도 사실상 대통령의 낙점이다. 생사 여탈권 쥔 벼슬이 1만8000여 개다. 여기에 의회의 견제마저 사라지면 자칫 ‘뉴 차르’가 될 거라는 우려는 상식적이다.

헌법재판관 추천 등 사법부에도 대통령의 간접 인사권이 작동돼 3권분립이 아닌 3권 통합에의 걱정이 자연스럽다. 탄핵·거부권이 없을 테니 조용하기야 하겠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제왕놀음’에 느꼈던 무력·피로감이 가시기도 전에 오히려 더 큰 자유의 질식과 압박을 걱정해야 하는 게 요즘 저잣거리다.

그런데 놀랍게도 순풍에 돛 달기만 했던 절대권력은 결코 없었던 게 또한 우리의 정치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열 번의 총선 결과 네 차례가 여대야소, 여섯 차례는 여소야대였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인 1991년 3당 합당으로 만든 민주자유당은 219석 공룡 여당이 됐지만 민주계(김영삼), 민정계(이종찬·박태준·박철언), 공화계(김종필) 간의 차기 대권 알력으로 ‘한 지붕 세 원수’를 면치 못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열린우리당이 152석 과반의 행운을 누렸지만, 김근태·정동영 등 여당 내 차기들과 노무현 정부 간의 이념 갈등으로 날을 새웠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국민연금의 한국판 뉴딜 투자, 국보법 완전 폐지 등이 충돌의 지점. 김근태 장관이 대통령에게 “계급장 떼고 한판 붙자”고 하자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531만 표 차 압승의 이명박 대통령도 취임 직후 4월 총선에서 과반 153석의 기대 담긴 선물까지 받으며 출발이 창대했다. 거침 없던 권력은 그러나 가장 빠른 위기를 맞았다. 땅부자·재력가들의 내각·청와대로 강부자(강남 땅부자),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사라는 역풍을 맞았다. 미국산 소고기에 불안한 민심을 얕보다가 6개월 만에 청와대 수석진들이 총사퇴했다. 첫 대선 투표 과반을 얻은 박근혜 정부 역시 성시경(성균관대, 고시, 경기고) 정권, 윤석열 정부는 박보검(이명박 인맥, 보수, 검찰) 인사라는 비판 속에 발밑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길 거부한 오만한 내 사람 인사가 모든 몰락의 출발이었다. 코로나19 공포 속의 2020년 총선은 방역 성공과 국정 안정 기대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180석 ‘제왕의 반지’를 끼워 주었지만 역시 ‘승자의 저주’가 됐다. 사라진 견제를 절대 지지로 착각, 부동산 징벌세·탈원전·적폐청산 등을 더 힘차게 밀어붙이다 결국 폐족이 되고 말았다.

유력 주자인 이재명 후보가 성찰해야 할 역사의 교훈이다. 그러니 제도적으론 늦어도 2030년부터의 대통령 4년 중임제나, 임기 중 국회의 총리 추천제 등의 권력 분산 약속으로 ‘뉴 차르’에의 우려를 해소해 줘야 한다. 새 정권은 인수위 없이 대선 다음 날 출범이다. 1년 뒤엔 지방선거의 첫 심판이다. 그 모든 운명을 좌우할 건 바로 인사다. 한 핵심 측근은 “이 후보에게 누굴 천거하면 ‘그 사람 실력 있느냐’만 물어보더라”고 한다. 반도체 주52시간 예외, 상속세 감세 등 정책 기조에서 당내 초강경파에게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의문엔 “이 후보가 ‘늘 세상엔 굿 캅과 배드 캅이 함께 있는 것 아니냐’고 하더라”고만 전했다.

절대권력에의 우려를 씻어 줄 지도자의 가치는 단 하나다. 이념·진영, 모든 화(禍)의 근원인 캠프를 초월한 인재를 리더가 고루 쓸 거라는 통합과 균형, 다양성의 용인(用人)뿐이다. 이 후보뿐 아니라 누가 되든 새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바로 ‘대한민국 대통합’인 때문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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