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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장례미사 전 15분간 독대 후 SNS로 푸틴 비난
경제 제재도 거론…공화당서도 러 제재안 추진 움직임
외신 “계시받아” 표현…‘정책 변화’ 여부 판단은 유보
‘백악관 충돌’ 두 달 만에 무릎 맞댄 두 정상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장례미사가 치러진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서 독대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영토 포기를 전제로 한 종전안 수용을 압박해온 가운데 양국 정상이 ‘백악관 충돌’ 후 두 달 만에 바티칸에서 만났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을 계기로 성사된 이번 만남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를 향해 이례적인 경고 메시지를 내놨다.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편들어온 그간의 행보에 비춰봤을 때 극적으로 달라진 입장이지만,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트럼프 정부 정책이 변했다고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교황의 장례미사가 열린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보좌관 없이 15분간 독대한 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며칠간 민간 지역과 도시, 마을에 미사일을 쏠 이유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그는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썼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은행’ ‘2차 제재’ 등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거론하며 “그가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고 적었다.

이는 지난 1월 그가 취임한 뒤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과정에서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를 향해 내놓은 가장 날 선 비판이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논의에서 일방적으로 러시아 편을 든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우크라이나에는 러시아에 빼앗긴 영토를 포기하고 전쟁을 끝내라고 사실상 강요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글 게재 이후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은 러시아산 석유와 가스, 기타 제품을 구매하는 국가에 무역 제재를 부과하는 초당적 합의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극적인 입장 선회를 두고 여러 해석과 평가가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교황의 장례미사에서 트럼프가 러시아에 대한 계시를 받았다”고 표현하며, 예수의 세례 장면이 담긴 성베드로 대성당 모자이크화를 배경으로 의자 두 개만 놓은 채 대화하는 두 정상의 모습이 “깨달음에 걸맞은 순간”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이날 교황의 장례미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모종의 ‘압박’이 이어졌다. 장례미사를 집전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단장은 강론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생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며 언급했던 “벽이 아닌 다리를 놓으라”는 말을 인용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 첫 해외 순방은 5월 사우디아라비아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생전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 등을 여러 차례 비판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면서 각국 정상이 바티칸을 찾으며 예정에 없던 외교 무대가 열렸다.

다만 변덕스럽기로 악명 높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봤을 때 몇마디를 근거로 정책 변화를 예단할 수 없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두 달여 전 백악관에서의 충돌 후 사실상 쫓겨나다시피 한 ‘굴욕’을 겪은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좋은 만남이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하며 “우리가 공동으로 결과를 낸다면 역사적인 회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도 “매우 생산적인 회담이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영토 포기와 종전안 수용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최근 미국은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비롯해 2022년 전면 침공 후 점령한 영토와 우크라이나의 숙원이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종전안을 제시했고,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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