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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세계인의 애도 속에 영면에 들었다. 묘비에는 프란치스코의 라틴어 이름 ‘프란치스쿠스’ 단 한 글자만 새겼다. 그리고 하얀 장미 한 송이가 무덤가에 놓여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 미사는 지난 2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엄수됐다. 미사가 시작하기 4시간 전부터 광장 인근에는 교황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인파로 가득했다. 이들은 성가와 함께 묵주 기도를 드리며 교황을 기다렸다. 오전 9시45분쯤 장례 절차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목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추모객들은 눈물을 흘리며 “당신을 사랑했어요”라고 외쳤다. “감사드린다”며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탈리아에선 감사와 존경의 의미로 고인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한다. “바로 성인으로(Santo Subito)”라는 존경의 구호를 외치는 신도도 있었다.

입당송 ‘주여, 영원한 안식을 내리소서’가 흐르며 장례 미사는 본격화했다. 기도와 성경 강독, 성찬 전례, 관에 성수를 뿌리고 분향하는 고별 의식 순서로 약 2시간10분 동안 이어졌다. 추기경단 단장인 이탈리아 출신의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주례하고, 전 세계에서 모인 추기경과 주교, 사제들이 공동으로 집전했다. 레 추기경은 강론에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어려움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했다”며 “모든 사람에게 열린 마음을 가진 민중 속의 교황이었다”고 추모했다.



십자가 아래 ‘프란치스쿠스’무덤 위엔 하얀장미 한송이뿐
27일 성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내부에 위치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묘비엔 십자가 아래 ‘프란치스쿠스’만 적혀있다. [AFP=연합뉴스]
이어 각국 사람들이 연단에 나와 이탈리아어, 중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폴란드어, 아랍어 등으로 기도문을 낭독했다. 성찬식 전 기도 도중 광장에선 예를 갖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기도를 올리는 추모객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교황의 관은 운구차에 실려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6㎞ 떨어진 성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으로 향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대부분의 전임 교황들과 달리 바티칸에 있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지하 묘지 대신 성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을 장지로 택했다. 교황이 바티칸 외부에 묻힌 것은 1903년 레오 13세 이후 122년 만이다.

신도들의 마지막 작별 인사를 위해 운구 행렬은 사람이 걷는 속도로 이동했다. 건물에는 ‘고맙습니다. 프란치스코’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리기도 했다. 신도들은 눈물과 기도, 그리고 박수로 프란치스코 교황을 배웅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장례 미사에 25만 명, 운구 행렬에 15만 명 등 모두 40만 명이 교황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고 추산했다.

외신들은 이날 해외 정상들과 왕족, 추기경과 주교 등이 교황의 장례미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 필리프 벨기에 국왕, 찰스 3세 영국 국왕 대리로 참석한 윌리엄 왕세자,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등 전 세계 지도자들이 모였다. 한국 정부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조문 사절단을 파견했다. 한국천주교를 대표해 염수정 추기경, 이용훈 주교, 정순택 대주교 등이 함께했다.

전날 장지로 향하는 교황의 운구차량을 신도들이 배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그러나 장지인 성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을 마지막으로 맞이한 이는 빈곤층, 노숙자와 이주민 같은 소외된 이들이었다. 이들 40여 명은 각자 손에 하얀 장미를 들고 있었다. 이들 무리에서 아이들 몇 명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에 하얀 장미를 놓았다. 교황청은 “가난한 이들은 신의 마음에서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을 잊지 않기 위해 프란치스코라는 이름을 선택한 교황의 마음과 가르침도 그러하다”고 발표했다.

교황의 유해는 대성당 벽면 안쪽 공간에 안장됐다. 관은 전임 교황들이 하던 편백나무, 아연, 느릅나무의 3중 관 대신 밀폐를 위한 아연만을 덧댄 목관만 사용했다. 관 속에는 고위 성직자의 권한을 상징하는 팔리움, 재위 기간 발행된 동전과 메달, 업적을 담은 두루마리 문서가 함께 봉인됐다.

26일 바티칸에서 조반니 바티스타 레 추기경이 관을 향해 축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장례 절차가 이날 마무리되면서 다음 달 4일까지 9일간의 애도 기간(노벤디알리)이 이어진다. 매일 저녁 추모 기도회가 열리며, 교황의 무덤은 27일부터 대중에게 공개된다. 차기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Conclave·추기경단 비밀회의)는 이르면 6일 시작될 예정이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추기경들은 시스티나 성당에서 교황 선출 절차에 들어간다. 교황청 내 방문자 숙소인 ‘성 마르타의 집’에 격리된 채 버스로 시스티나 성당으로 향한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 연기를 성당 굴뚝에서 피워 올리고, 선거인 중 수석 추기경이 “하베무스 파팜(Habemus Papam·새 교황이 탄생했다는 뜻)”이라고 알린다.

이번 콘클라베는 어느 때보다 안개에 둘러싸여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주변부 국가에서 추기경을 대거 임명해 추기경들이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 회의에서 연설과 비공식 대화를 통해 교황 후보군을 추려 나가는 작업을 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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